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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HRT(호르몬요법)근황

미국의 HRT(호르몬요법)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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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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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HRT의 급락

1990년대 NIH(미국국립보건원) 산하 여성건강을 위한 WHI(Woman Health Initiative)프로젝트는 50세부터 79세까지의 미국여성 16만 여명의 참가를 얻어 15년 계획으로 착수했다. 그중 1개 분야인 HRT연구조사는 총 16,608명의 폐경기여성이 참가하여 HRT사용자 8,506명과 Placebo(가짜 약)사용자 8,102명을 본인도 모르는(double blind) 무작위임상시험(Randomized clinical trial)을 통해서 5.2년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HRT(Hormone Replacement Therapy)은 여성호르몬(Estrogen)과 황체호르몬(Progesterone)을 합친 호르몬요법이고, 그 대표적인 약이 PREMPRO이다. 여성호르몬에 황체호르몬을 추가하게 된 것은 여성호르몬에 의한 자궁암위험을 덜기 위함이다.

NIH 발표는 △유방암 위험도 26% 증가 △뇌졸중 위험도 41% 증가 △심장병 위험도 29% 증가 △정맥혈전증 위험도 110% 증가 △전반적인 심장혈관질환 22% 증가 △직장대장암 37% 감소 △대퇴골절 33% 감소 등 HRT의 실과 득을 알렸다.

위의 결과에서 특히 유방암유발의 위험성을 이유로 미국여성에게 HRT사용중지를 권고하고, 종전처럼 심장병예방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참조 JAMA 2002년 7월 17일). 그리고 2005년까지 계획했던 HRT와 Placebo 복용에 관한 연구를 2002년 5월 연구에 착수한지 5.2년 만에 종결시켰다. 그러나 5.2년간 참가자(시약을 복용했던 자)의 추적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HRT는 1년여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치료법이었으나, NIH 발표 후 사용여부를 두고 미국의료계는 일대혼란을 일으켰고 600만 명이나 되던 HRT애용자수는 급격히 감소했다(참조 필자 칼럼 26, 27, 28).

현대의료 사상 인기 있던 품목이 HRT처럼 하루아침에 가치가 폭락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2002년) 미국의 HRT 소동 후 1년이 지났으며, 그 후 HRT 추적조사에서도 다음과 같은 HRT의 나쁜 소식만이 추가되고 있다.


치매위험도 2배 증가

HRT가 유방암과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NIH 발표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은 HRT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치매예방에 도움 줄 가능성이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다. WHI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조심성 있게 여기에 대한 연구분석을 계속해 갔다. 그러나 놀랍게도 연구가 완료된 시점에서 HRT에 기대했던 마지막 희망마저 무산돼 버렸던 것이다. HRT가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장기간 복용하는 노년여성에서는 알츠하이머와 인지장애를 초래할 위험도를 2배나 증가시킨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HRT와 `치매 및 가벼운 인지장애'(Dementia and Mild Cognitive Impairment)에 관한 조사결과가 금년도 JAMA(2003년 5월 28일) 특집으로 발표되었다. 치매는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일이 많으므로 WHI는 조사 착수시점에서 65세 이상의 연령층 가운데 치매가 없는 여성 4,532명을 대상으로 했다. 무작위로 절반씩 나눈 두 그룹에서 한 그룹엔 HRT를, 그리고 다른 그룹엔 placebo(가짜 약)를 투여하여 정기적으로 기억 등에 관한 시험을 해가며, 5년에 걸쳐 경과를 관찰해 나갔다. 그 결과 5년간 치매가 된 여성은 HRT 그룹 40명 그리고 placebo그룹 21명 등 총 61명으로 조사됐다. 표 1에서 보듯 연령증가에 따라 자연적으로 기억쇠퇴(mild cognitive impairment) 되는 율은 양자간에 차이가 없었지만, 치매(Probable Dementia)율은 약 복용 2년 후부터 양자간에 간격이 벌어져 HRT 그룹에서 위험도가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 도표 2에서 보듯 5년째 추적 인원수는 500명 미만(408명과 479명)이므로 5년 이상 추적은 통계가치가 없어진다.

이러한 결과는 종전의 인식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기로는 “HRT는 치매에 걸릴 위험도를 낮춘다”는 인식이었고, 따라서 가족력 등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치매방지효과를 기대하며 호르몬요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WHI 연구발표 직후 NIH 산하 노인문제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ging)는 의료관계자에 대해서 치매예방이나 기억력촉진을 목적으로 여성노인에게 HRT를 처방하는 일을 중단하도록 시달했다. 현재 HRT의 대표적인 약품 PREMPRO의 레테르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기재돼 있다.

〈경고: 65세 이상에서 PREMPRO 복용한 여성을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치매될 위험도가 2배 증가하고 있다. 이 결과가 폐경기이전의 젊은 여자에게도 적용되는지는 아직 모른다…경고:PREMPRO를 심장병예방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WHI는 유방암과 치매 등의 위험도를 높이는 치료는 2개 혼합형호르몬인 HRT때문이라는 가정아래, 황체호르몬을 제외하고 여성호르몬만을 사용한 위험도(효과 또는 피해)에 관해 2005년까지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도 높여

NIH 발표 후, 지난 1년간 추가 추적조사에서도 HRT가 심장병위험도를 높임을 재확인했다(NEJM 2003년 8월 7일). 뇌졸중에 대한 추적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JAMA 2003년 5월 28일). 도표 2에서 보듯 HRT그룹은 복용 1년 후부터 위험도가 높아져 Placebo그룹과의 간격을 7년째까지 유지하고 있다.


삶의 질에 도움 안돼


HRT가 건강과 관련된 QOL(삶의 질)에 대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는 아직 알려진바 없다. 여기 대해서도 여러 대학의 협조로 WHI에서 일반적인 건강, 활력, 정신건강, 우울증, 성적만족감 등 여러 QOL 항목별로 추적해서 조사한 결과, HRT가 별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따라서 HRT에 관한 한 현재의 추천은 안면홍조(Flush) 등 급성폐경기증상완화에 효과적이고, HRT 2년 미만 복용은 무방하다고 되어 있다.

골다공증에 대한 대치요법은 전번 칼럼에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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