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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환자 안전문화-1

미국과 환자 안전문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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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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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끝없는 안전전쟁

미국에서 입원환자 전체의 근 4%가 의료과오를 겪으며 그중 매년 10만 명이 죽어간다. 현재 의료과오로 인한 사망은 8번째 사망원인이고, 차 사고와 유방암 그리고 AIDS에 의한 사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법원소송이 난무하고 치솟는 의료과오 보험요금 때문에 미국의 의료대란이라 할 의사파업과 위험분야 전문의들의 이직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정부와 의회에서 의료보험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것으로 의료과오 자체를 줄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도 의료사고에 무방비상태라 할 불안전한 현 진료제도에 안전장치 설정을 서두르고 있다.

진료과정에서 불가항력으로 또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의료사고를 완전히 없애는 일은 인력으로 불가능하다고도 하겠다. 신이 아닌 인간은 과오를 저지르기 마련이며, To error is human이기 때문이다.

안전문제연구의 권위자인 James Reason은 그의 명저 〈기구(機構)사고의 위험관리〉에서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싸움을 테러전쟁이나 게릴라전에 비유했다. 이러한 전쟁은 "과거의 월남전처럼 결정적인 승리자가 있을 수 없고, 요즘의 테러와의 싸움처럼 종결없는 장기전이며, 잠복해 있는 적을 발견하기란 극히 어렵고, 자칫 방심하다가는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국민을 테러나 게릴라의 공격에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표면화되지 않은 의료사고로부터 국민보건을 보호하는 일은, 마치 숨은 테러나 게릴라행위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과 대등하다.

따라서 의료사고 소탕(해결)을 국부전(局部戰)처럼 의료기관과 의료관계자에 맡겨둘 수만 없는 일이고, 마땅히 국가차원에서 미국전지역에 걸친 해결책을 강구해야만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용되었다.

사고방지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의료사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체제 육성이 가장 효과적이며, 여기서 안전대책을 도출해 나가야만 한다.
1995년 의료기관 검열단체인 JCAHO에서 이 중임을 담당하여 어려운 사업에 착수했다.

JCAHO 와 Sentinel

JCAHO(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ealthcare Organization. 의료시설인정 합동심사회)는 현재 전국병원을 비롯한 1만8,000개의 의료관련시설과 프로그램의 평가검정을 도맡고 있는 미국 최대의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이며, 미국의료시설의 제 3자 평가를 책임지고있는 민간단체다. 이 기관은 창설취지에서 "의료관련 서비스를 검정하고, 그 질적 향상을 지원하는 여러 사업을 통해 국민보건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을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JCAHO가 치중하는 업무는 다음과 같다.

a.안전문제, 그리고 인간과 기관의 과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촉진시킨다. b.피할 수 있는 환자손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c.환자 안전증진을 위한 대화창구를 넓힌다. d.인간 안전 이슈를 연구하는 관련 산업분야(항공계, 핵에너지 계 등)를 참고로, 교육접근을 보급한다.

미국은 의료계의 제 3자 평가활동에 대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의대를 정리해 의학의 질적 향상을 권고한 1910년의 Flexner Report가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참조 필자 칼럼 24).

1951년 JCAH(병원시설인정 합동심사회)란 명칭으로 병원협회와 내과학회 등 여러 전문학회가 주동이 되어 창설된 당시는 병원만을 사업대상으로 하였으나, 1987년에 JCAHO로 개칭하여 양로원 등 장기 개호시설, 호스피스, 홈 캐어 등 모든 의료분야에 확대해 나갔으며, 검증방침을 시설구조보다 기능평가에 중점을 두게 했다.

JCAHO에서 각 병원(또는 기관)에 시달한 실적(performance) 기준에서도 특히 다음 4가지영역 즉 ▲환자의 권리 ▲환자치료와 서비스 ▲감염관리 ▲안전하고 질적으로 높은 진료의 기능평가에 치중하고 있다.
병원은 위의 실적평가가 양호하면 전반적인 환자 캐어가 만족스럽다는 인준을 받게 된다.

우수한 병원의 등급과 랭킹(서열)도 JCAHO의 평가결과에 의해서 정해지므로 JCAHO는 병원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병원은 JCAHO의 요구기준에 부응하려고 최대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각 병원은 JCAHO 심사통과가 공적의료보험(메디캐어, 메디캐이드)의 적용을 받는 필수조건이 되어 있어 심사통과 여부는 재정적으로 병원의 사활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병원경영 중에서도 가장 두통거리라 할 대형의료사고〈Sentinel Event, JCAHO에서 사용한 새로운 용어이다. 병원에서 매일 일어나는 여러 의료과실 중에서 JCAHO가 책정한 보고사항에 해당하는 대형사고를 말하며, 대형사고가 될 뻔했던 경우(near miss)도 포함된다.

억지로 번역하자면 요감시(要監視)사고라 할 수 있으나, 본문에서는 Sentinel 또는 '대형사고'라 약칭한다〉 처리에 있어 과거에는 은폐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 JCAHO는 전국병원에 대해서 이러한 대형사고를 자진해서 JCAHO에 보고하도록 반강요하고 있다.

Sentinel은 Adverse event(유해사고)와 같은 뜻이지만, JCAHO의 정의에 의하면 "예기치 않은 사고 발생으로 말미암아 사망이나 심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초래한 케이스" 또는 "사지의 일부를 상실하거나 영구적 신체기능장애 또는 정신적 지적장애를 동반한 경우"를 말한다.

JCAHO는 Sentinel 중에서 위험성이 가장 문제가 되는 다음 사항에 기인하거나 관련된 특수 사고는 발생즉시 진상조사를 해서 JCAHO에 보고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a. 입원 또는 외래환자의 자살. b. 강간. c. 수혈이나 장기이식 때 혈액형부적합으로 인한 용혈성 반응. d. 외과수술시 과오로 인해 다른 환자, 다른 쪽(좌우혼동) 또는 다른 신체부위나 장기에 시술한 경우. e. 신생아 유괴, 또는 다른 가족에 잘못 인계. f. 환자방치나 전도(顚倒)로 입은 외상결과의 사망 또는 불구. g. 폭행이나 범죄성 피해결과의 사망 또는 불구.(주:소송에서 세인의 주목을 끄는 c와 d케이스는 다음 장에서 논의할 것임).

그러나 병원보호를 위한 기밀유지에 불가결한 사고내용이 있음을 인정한 나머지, 이러한 '요감시' 사건보고에 강제성을 띄지는 못한다. 그러나 자진보고 할 것을 강조함으로써 JCAHO에서 정보수집과 원인분석을 하여, 장차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보고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도 보고하지 않는 일이 허다하고, 실제 JCAHO에 제출된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고예방과 장래의 안전을 위해 이러한 처벌성이 없는 보고시스템을 육성하는 문화적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논평한다.

현재 JCAHO가 인정제도를 유지하는 근원은 "평가 없이는 질적 향상도 없다"는 신념이고, 그 평가자는 자체내 전문인이 아니라 공정한 전문가집단인 제 3자 기관이라는 공평성에 특징이 있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질이 높은 의료시설만이 생존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검정기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995년 JCAHO에서 비롯된 Sentinel 조사보고제도는 국가차원에서 의료정보 수집제도가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미국 역사상 획기적인 업적이다. 그러나 의료과오를 증오하는 일부 인사는 강제성을 동반하지 않고, 처벌이 없는 이 Sentinel 보고는 사고해결과 거리가 먼 미온적 대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호응하듯 1997년부터 미국 최대의 의료기구체인을 과시하는 연방정부재향군인병원에서는 처벌 없는 의료과오 보고를 의무화시켜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병원협회에서도 이 제도를 대환영하고 민간의료에도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JCAHO이 취급한 Sentinel(대형사고) 보고형태와 분석〉
1. 사고 자진보고의 연차추이(1995~1999년)
------------------------------
 
*전체 보고건수에서 자발보고율(%)이 차츰 늘고 있다.
 
 
2. 사고결과의 형태
형태 %
환자사망 79%
기능상실 4%
기타 17%
 
3. 사고의 발각 보고형태
발각형태 %
자체신고 43.7%
미디어 리포트 31.8%
수술시 발각 17.0%
기타(의료보고 등) 3.2%
환자와 가족 3.2%
종업원 1.0%
 
4. 사고종류 분석(1995~2000년)
종류 건수(%)
환자자살 180(19)
투약과오 122(13)
수술합병증 112(12)
수술부위 바뀜 83(9)
치료지연 48(5)
환자 전도(顚倒) 45(5)
폭행 강간 살인 42(5)
환자 구속중 사고
(사망,상해) 39(4)
환자 행방불명 31(3)
수혈사고 22(2)
출산사망과 기능상실 22(2)
유아 유괴와 바뀜 17(2)
기타 179(19)
합계 9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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