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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 오진은 무죄

최선을 다한 오진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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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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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최선을 다한 오진은 무죄
―일본 법원서 전문의 감정 그대로 채택―

정밀검사 소견 종합 유방암 확진 절제수술
술후 조직 병리검사 결과 양성 종양 밝혀져
피고 "암으로 진단할 수 밖에 없었다" 변론
전문의감정 "술전 암진단 책임 물을 수 없다"
재판부, 전문가 의견 전향적 수렴 무죄 판결


유방은 여성에게 외모와 더불어 아름다운 육체미에 속하며, 많은 여성들은 여성미로서의 유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정서가 풍부하거나 불안한 여성일수록 자기의 유방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며 그러한 많은 여자들이 유방 미용성형 수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유방수술을 받은 여성의 자살률이 수술을 받지 않은 대조그룹에 비해 2~3배나 더 높다는 결과가 최근 유럽의 역학조사에서 밝혀졌다(Arch. Int. Med. 2004. 12. 27.). 그만큼 유방은 일부 여성에겐 사활에 관한 기관일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중요한 유방을 잘못 오진해서 함부로 절제하는 일은 여성에겐 치명적인 사건이기 마련이고, 비록 수술이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오소송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1년 전(2003. 10. 6.) 칼럼에서 미국 플로리다에서 환자가 뒤바뀐 과오 그리고 미네소타에서 의심나는 유방병변에 시행한 바늘생검 슬라이드가 뒤바뀐 과오로 인해 유방암이 아닌 여성의 유방을 절제해 버린 두 케이스를 소개한 바 있다. 이러한 의료과오사건이 당시 언론의 축복을 받아 연일 미디어를 장식했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두 케이스의 피고(의사와 병원)는 소송결과 상당한 배상금을 지불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일본에서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기로 소개해 본다.


동경대학 유방암 오진 사건

일본의학의 최고기관인 동경대학병원은 최근 유방내의 양성종양을 암이라고 잘못 진단해 유방절제수술을 함으로써 의료과오 민사소송에 휘말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당의사의 진단과오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의 진단이었다는 전문의의 감정(鑑定)을 재판장이 존중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피고(의사)가 승소한 케이스다. 이 재판결과는 재판관이 의사에 유리한 전문의의 감정을 여과없이 100% 받아들였다고 해서 비평적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한의사 CT허용' 판결에서 보듯 의학과 과학지식이 없는 자(법관)의 시대역행적인 판결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사건개요>

48세 여자 C는 왼쪽 유방에 딱딱한 것이 만져져 동경대학병원 외과에서 진찰을 받고 3가지 정밀검사를 거친 결과 담당 외과의사로부터 유방암이란 진단을 받았다. 검사소견은 다음과 같다.

1. 초음파검사:"암일 것이다"라는 판독이었다.

2. 유방조영촬영:방사선 전문의 리포트는 "암이 의심되지만 확실치는 않다"는 것이었다.

3. 바늘생검(Needle Biopsy)검사:병리의사의 진단은 클래스-4(1-5중에서)였고, "선(腺)암의 의심이 높다"고 했으나, 보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要조직검사'라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에 3가지 검사소견을 종합해서 담당 외과의사 K는 유방암이라고 자신있게 진단을 내리고 좌측유방절제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중 확진을 위한 동결절편(frozen section)조직검사도 생략했다.

그런데 수술 후 절제유방조직에 대한 면밀한 병리검사에서 암세포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절제수술이 필요 없는 '양성유방종양'으로 확진되었다.

수술을 받은 C여인은 보험회사에 낼 병원진단서의 발급을 의뢰했으나 병원당국은 "암이라는 진단을 쓸 수 없다"고 거절했으며, 담당의사 K로부터 "암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정식으로 받고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법정에서 피고(담당외과의)는 "누가 봐도 암이라 진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의료과오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고 변호했다.

재판관은 전문의감정서를 제3자에 의뢰했고, 여기에 N대학 외과의 N교수가 검사소견을 검토해 작성한 감정서가 제출되었다. N교수는 "수술전 유방암이라고 판단한 K의사의 진단은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재판관은 N교수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1심에서 원고 C(환자)는 패소하였다.

원고측은 감정서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상소하여 감정인에 대한 법정심문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소송은 폐기되었다. K의사의 오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오류범위에 속함으로써 이러한 과실을 손해배상으로 문책처벌 할 성질이 못된다는 판결인 것이다.


전문의감정서로 의료재판 판가름

일본의 의료소송에서는 의학지식이 없는 재판관의 판단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감정(鑑定)제도가 있다. 미국의 전문인증언(Expert Witness)처럼 원고와 피고 양측이 각각 선출한 전문의가 작성해서 제출하는 '사적(私的)감정서'도 있다. 그러나 피고(의사)측은 동료나 대학교수의 감정서를 쉽게 얻어낼 수 있는 반면, 환자측에 협력하는 의사가 거의 없는 일본의 현실에서 재판의 공평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중립과 공정'이라는 감정서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소송의 N교수처럼, 피고(의사)와 연고 없는 제3자 감정인을 재판관이 선출하는 것이 관례이다.

일본서 감정서결론과 판결에 대한 상관관계조사에 의하면 감정서 70~80%는 의사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고, 그러한 감정결과가 나올 경우 피고(의사)가 승소할 찬스는 90%로 되어 있다.

대개의 경우 감정서를 작성하는 전문의는 동료의식에서 의사의 편을 든다는 비난도 막을 수 없다. 재판관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 없는 자기의 판단보다 의료인증언을 채용하는 것이 더 공평하고 책임회피도 될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의료소송 결과는 거의 전적으로 전문의감정서에 좌우된다는 세평이라 본받을 일은 못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한의사 CT사용'을 허용한 재판관은 의학지식이나 현대교양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증언 참고도 없이 똥배짱 하나로 밀어붙였으니 이런 자들이 마땅히 배워야 할 교훈이라 믿어져 사건경위를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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