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심 판결과는 달리 2심 판결과 최종심에서 담당의사의 죄책을 완화시키는 성의를 보였으며, 이 판결이 법 논리적 측면에서는 합당하다고 해석하더라도 연명치료중단의 법·사회적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담당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또 인간의 생명과 소생 불가능한 경우의 치료에 관한 문제 등을 의료계에게만 떠넘겨서는 안되며, 이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문제라는 점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치료와 관련해 환자와 가족의 의사결정권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치의사 또는 직접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가 단독으로 판단하도록 맡기지 말고, 병원윤리위원회와 같은 집단의사결정을 통해 해당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의료현장의 다른 환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 위원회는 의료인뿐 아니라 법조인, 윤리학자, 종교인 등으로 구성해 공정성을 담보함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현장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이 퇴원을 요구하는 경우 퇴원 요구를 거부한 후 발생하는 치료결과에 대한 책임이나 치료비의 부담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의사 또는 병원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가? 사회보장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 또는 병원 측에 이를 강요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의 의무를 져버리는 일임이 틀림없다.
처음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서 미수금대불제도를 확대,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 주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국가의 사회보장적 조치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미수금대불제도도 응급실에 입원한 후 2주까지만 보장되기 때문에 그 이후의 진료비에 대한 환자와의 분쟁소지가 있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따라서 생명존중의 보호법익이 실효될 수 있도록 응급의료비대불제도의 현실적 확대운영을 비롯, 국가가 치료비를 보조해 줄 수 있는 획기적 사회보장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그래야만 앞으로 보라매병원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아울러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법·제도적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미비한 제도의 희생양이 된 실형 의사 두 명에 대한 조속한 사면복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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