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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7:53 (일)
보라매사건보도

보라매사건보도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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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퇴원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의 조치는 살인방조죄가 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보호자나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중환자의 퇴원을 허락했다가 사망할 경우 보호자는 물론 퇴원을 허용한 의사까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재윤·朴在允)는 지난 98년 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2심에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의 신경외과 전문의 양모(41)·김모(3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들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등은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의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나섰으며, 중환자의 치료 중단 시점 등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질 전망이다.

◆보라매병원 사건이란=지난 97년 12월 4일 오후 술에 취해 화장실을 가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김모(당시58세)씨가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서 응급 뇌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의식을 회복하는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김씨의 부인 이모(54)씨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치료를 계속해도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남편의 퇴원을 요구했다.

이에 의사 양씨 등은 "퇴원하면 바로 죽는다. 돈이 없다면 차라리 도망가라"고 극구 만류했지만 이씨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병원측은 사망하더라도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은 뒤 입원 이틀만에 김씨를 퇴원시켰다. 당시 수련의였던 강모(33)씨는 병원구급차를 이용해 김씨를 집으로 옮긴 뒤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했으며, 김씨는 5분쯤 뒤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지난 98년 1월 양씨 등에 대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관리해야 할 중환자를 보호자의 퇴원 요구만으로 내보내 죽게 한 것은 살인 행위"라며 사법사상 처음으로 살인죄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의 쟁점과 경과=치료를 계속했을 경우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회복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퇴원시켰다면 의사의 행위가 살인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높고 7년 동안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양씨 등은 이 과정에서 환자 김씨가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에선 의사들의 초기 진술을 토대로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살인죄를 적용했으며,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피해자 김씨 아내의 살인행위를 용이하게 한 방조행위에 해당된다'며 살인방조죄를 인정했다. 양씨 등은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김씨의 아내를 설득하는 등 의사로서 책임을 다했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양씨 등이 피해자를 퇴원시키면 보호자가 보호의무를 저버려 피해자를 사망케 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은 있었고, 피해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는 등 살인행위를 도운 점이 인정되므로 살인방조범으로 본 원심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아내 이씨는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사건의 파장=1심 재판부의 판결이 알려진 98년 5월 이후 전국 각 병원에선 의사들이 '살인죄 기소'를 면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퇴원시켜왔던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도 퇴원시키기를 거부했다. 병원협회의 질의에 대해 복지부가 '의료서비스 제공의 단절이 사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 퇴원조치를 해선 안된다'고 유권해석함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에 따라 중환자실 부족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으며, '과잉진료'라고 주장하며 퇴원을 요구하는 환자 보호자와의 갈등도 최고조로 높아졌다.

◆의료계 반응=의사협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의료계 현실을 도외시한 판결'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는 "회생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 시점에 대한 합의, 병원 윤리위원회의 제도화, 보호자의 요구에 반해서 치료를 계속할 경우 치료비 문제 등이 시급히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보호자 퇴원 요청에도 중환자 내보내지 말아야
호흡기 뗀 의사 살인 방조죄 new 2004-06-29 (화) 18:12 추천:0 조회: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의사가 보호자의 요청 못 이겨 퇴원을 허용할 경우 살인방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를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양모(42)씨와 수련의 김모(37)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 등이 환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 보조장치를 제거하는 등 살인행위를 도운 점이 인정되는 만큼 살인방조범으로 처벌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퇴원 허용은 환자의 생사를 가족의 보호의무 이행에 맡긴 것에 불과하므로 살인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씨 등은 1997년 서울 모 병원 근무 중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 김모씨를 '돈이 없으니 퇴원시켜달라'는 부인 이모씨의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살인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하재식 기자

[뉴스 분석]

이번 판결은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할 우려가 있는 환자에 대해 의사나 보호자가 어떤 상황에서든 치료를 그만 둬선 안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설사 회복 가능성이 작다 하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있다면 의사는 치료를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사례와 비슷한 행위가 자주 벌어지고 있다. 치료비를 대기 힘든 보호자가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퇴원시키기도 하고 병원도 이를 용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의사들은 가능하면 보호자의 퇴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어 진료'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1심 판결 이후 이런 경향은 조금씩 확산돼 왔다.

반면 보호자는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작거나 치료비를 댈 수 없을 경우 퇴원을 요구할 것이다. 병원과 환자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소득층 중환자를 위한 치료기금 마련 ▶치료 중단에 대한 의사 표시를 미리 하는 유언장 제도 등의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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