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는 의원이 세무소에 제출한 재무제표 등의 자료를 기초로 진행했기 때문에 신뢰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급격한 출산률 저하 등 산부인과 영역의 특수성을 감안 하더라도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위기는 비단 산부인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동네의원이 벼랑 끝에 몰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1차의료는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료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없으면 1차의료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1차의료의 중요성을 간과해 왔다. 1차의료의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기는 커녕 오히려 각종 규제와 통제를 강화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회원의 10.9%가 '의료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의사가 의료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라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제 당국은 1차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초래됐는지 분명하게 밝혀내고 그에 걸맞는 적절한 처방을 내 놓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획기적인 수가체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인력에 대한 적절한 감축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만약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미봉책으로 일관할 경우 엄청난 불행이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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