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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계약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약가계약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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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발전위원회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약가계약제가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과 관련 복지부 및 심사평가원 등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성분별 최저가 입찰제 형태의 약가계약제를 하게 될 경우 원료의 부실 문제는 물론 약가 독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약가계약제는 고가약 처방의 비중이 높아지고, 약제비 지출이 증가함으로 인해 보험재정의 누수가 커져 이를 공급자인 제약회사와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계약을 통해 약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약가정책의 개선방안으로 여러번 제안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단이 주도해서 약가계약을 할 경우 자칫 시장경쟁원리를 제한할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공단이 모든 약에 대한 원가 등을 독자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며, 가격ㆍ효능이 적당한 약품을 완전하게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단이 최저가 가격입찰에 치중하게 되면 의약품의 질 저하는 물론 제약회사가 입찰을 거부할 경우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약가계약제를 적용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따르므로 약제비 증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의약품 경제성평가를 통한 약가산정 시스템 도입, 약가재평가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가계약제 왜 제기되고 있나?
인제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한 월간지에서 "적절한 가격이란 생산원가에 근접하되 소비자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밝힌 뒤, 제약회사들 내부보고서에 의존한 약가 결정은 생산원가를 전혀 알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면 법에 정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보험적용을 받았고, 그러다보니 생산도 되지 않는 약품이 등재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이로 인해 가격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시장가격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가격인하 조치가 행해지기 전까지는 가격의 적절성 여부와 관계없이 등재 초기의 가격이 유지된다"며, 이는 소비자의 이익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이유로 김 교수는 문제가 있는 약품은 보험대상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는 일종의 '약가계약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신대 국제학부 배준호 교수도 "약가계약제를 도입해 약가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며, "약가계약제는 보험자와 제약회사가 약품가격을 협상하고, 협상결과에 따라 보험등재여부를 결정하며, 일정기간 이를 기준으로 약가를 상환하는 제도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자인 공단 주도로 계약해야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는 지난 4월 1일 '건강보험의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 토론회에서 "공단은 가입자의 대리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수가 및 약가 결정에서 협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약가결정은 계약제를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약가 결정과정에 있어서 나타나는 문제는 약가 결정 기준 자체의 객관성이 부족하고 약가 결정 및 관리에 대한 사회적 통제 기전이 미약해 보험재정 누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단이 수가 및 약가 결정을 위해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야 하고,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한 수가 및 약가 결정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입자 부담 절감을 위한 재정보호 업무를 위해서는 약가의 원가 및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이 교수는 약가를 제대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공단 내 약가 연구팀 및 추적팀을 구성하고,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가입자 및 공단 추천 전문인사를 대거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공단이 제약회사와 협상을 통해 약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약가계약제를 도입해아 하고, 이를 위해 제약회사, 공단, 정부인사를 중심으로 가칭 약가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약회사 약가계약제 민감함 반응
제약계는 건강보험발전위원회에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건보발위안으로 채택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남아 있으나 현 정부의 약가정책이 지나치게 고가인 약은 물론 재검증이 필요한 약에 대해서는 인하를 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이 있어 그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제약계에 따르면 공단이 약가를 계약하는 주체로 나서게 되면 최대한 처가의 수준에서 협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제약회사들의 이윤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가격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보험등재에서 배제함으로써 실질적인 힘의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시장경쟁의 원리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서도 김홍신 의원이 제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홍신 전 의원은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큰 이유로 고가약 사용을 예로 들었다.김 의원은 약가계약제를 시행해 국내 카피약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하고, 원가분석제도를 도입해 고가약의 약값을 내려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약가계약제는 구매력을 무기로 공단이 약값을 일정수준에서 통제하는 것으로 공단 통제에 따르지 않는 약은 건강보험 급여약품에서 제외, 통제에 따르는 다른 약으로 처방을 유도해서 전체적인 약값을 인하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김 의원은 주기적으로 약가를 재평가해 필요이상 고가로 책정된 약값을 인하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공단, 모든 약 원가 파악 할 수 있을까?
공단이 약가계약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의료행위와 달리 의약품은 유형의 재화로서 원가와 유통마진으로 가격이 정해지며, 따라서 효능대비 가격이 주된 가격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선진국의 경우 약가경제성평가제도를 통한 약가결정방식이 일반화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도 현재 약가경제성평가제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에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또 약가계약제의 경우 일부 시민단체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나 계약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공단이 모든 약에 대한 원가를 파악해야 하는데, 공단이 독자적으로 원가를 파악할 경우 막대한 행정조사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제기했다.

또한 가격ㆍ효능이 적당한 약품을 완전하게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약가결정이 보험재정보다 환자의 건강보호측면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는 점, 계약실패로 인한 약품공급 중단우려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선택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공단과 심사평가원이 필요한 영역에서 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즉, 심사평가원은 급여비용의 심사평가기능과 연계해 약물사용(심사) 기준관리, 약물사용 적정성평가, 전문적인 약가분석과 경제성평가기능 수행을 통해 정부의 약가결정정책을 실효성 있게 지원하자는 것인데, 약물사용 기준관리, 적정성평가 등은 현재 의료계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총체적 점검이 절실한 상황이다.
 
등재약 중 최저가 입찰 시 어려운 점
심사평가원 및 일부 학자들은 건보발위에서 검토되고 있는 약가계약제는 등재약 중 최저가를 놓고 입찰을 하겠다는 것으로, 성분별 최저가 입찰제를 실시할 경우 가격이 너무 낮다보면 원료 등의 부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최저가로 계약이 이루어질 경우 생동성시험을 거치지 않은 의약품이 보험권으로 진입하게 될 수도 있어 결국 의료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1개만 등재된 약, 다시말해 독점품목의 경우 외국계 제약회사에게만 이윤을 주는 것은 물론 계약이 사실상 결렬될 경우 처방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약의 속성 및 운영상의 문제점이 있어 보험자가 계약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공단이 약가계약제를 추진하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지부도 건보발위에서 연구중인 약가계약제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이지 않다며, 보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성평가ㆍ재평가 기능 강화로 해결되나?
약가의 결정 및 보험권 등재여부와 관련 심사평가원은 '의약품 경제성평가 지침'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심사평가원에서 추진 중에 있는 경제성평가는 호주,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실기술 등재 신청시에 기존 기술과 비교한 경제성평가 결과를 제출하도록 해 보다 비용-효과적인 기술을 우선적으로 급여함으로써 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심사평가원 관계자에 따르면 경제성평가의 핵심은 비용이 저렴한 기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의 효과가 비용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고 있는지, 즉 비용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효과를 가지는 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앞으로 약가결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제약회사로부터의 자료가 철저히 숨겨져 있어 얼마나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침을 만들지도 미지수이고, 경제성평가 과정이 얼마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게다가 평가결과를 어떻게 설득시킬 지에 대해서는 미비한 부분이 많아 전문가회의를 통한 보완작업이 충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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