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권위주의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일이 구시대의 부정적인 잔재를 털어내고 그 바탕위에서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겠다는 '국민의 정부' 아래서 진행됐다니 배신감마저 든다. 엄정하게 행사돼야 할 공권력이 그런식으로 악용됐다니 제대로 된 정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사 당국은 당시 극소수 제약회사와 대학병원 의사 사이에 있었던 검은 거래를 마치 의료계 전체의 관행인 것처럼 언론에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의사사회는 극심한 자괴감에 빠져 들었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따거운 시선도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돌이켜 보면 2000년 의약분업 반대운동은 국민건강과 의료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정책적인 과오를 의료계에 전가시키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의약분업은 김대중 정부의 최대 실정중의 하나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발뺌을 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순간까지도 정책적인 실패를 인정치 않은채 의료계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처사나 마찬가지다. 편법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국민의 입과 귀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다.
경찰의 수사가 의도적으로 의료계를 매도하기 위한 표적 수사였음이 만천하에 분명하게 드러난 이상 정부는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과 의료계에 사죄해야 한다. 또한 보복수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의 불순한 의도에 따라 공권력이 악용되는 불행한 사태가 영원히 이땅에서 추방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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