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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쟁점 현두륜1

사건과 쟁점 현두륜1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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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 일반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A는 2003. 7.경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환수예정통보를 받았다. A원장이 2000. 11.부터 2002. 7.까지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중에서 진찰료가 과다 지급된 부분이 있으니, 그 차액인 154만 여원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A원장은 위 기간동안 당뇨병과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에 대해서 치료종결 후 30일 이내에 내원한 환자들에 대해서는 재진료를, 30일을 초과하여 내원한 경우에는 초진료를 산정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다.

당시 공단은 심사평가원의 심사처분을 거쳐 A원장이 청구한 대로 진찰료를 지급했다. 그런데, 공단은 2002. 12. 말에 와서 위와 같은 진찰료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실사를 벌였고, 2003. 7. 잘못 지급된 진찰료를 부당이득으로 환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는 치료가 종결되지 않았으므로 내원 간격에 상관없이 재진료만을 청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A 원장이 내원 간격이 30일 이후라는 이유로 초진료를 산정하여 청구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서 말하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의한 청구라는 것이 공단의 주장이다.

A원장은 이에 불복하여 건강보험공단에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2004. 1. 서울행정법원에 위 환수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진찰료 산정 기준에 관한 해석의 문제이다.

진찰료를 비롯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해마다 '건강보험요양급여행위 및 그 상대가치점수(이하 '상대가치점수'라고 함)'에서 진찰료 산정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고시하고 있다.

위 상대가치점수 중에 진찰료 산정에 관한 기준을 보면, 2002. 4. 1.을 전후로 규정이 달라졌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02-21호 시행 이전에는 치료 종결 후 30일 이내에 내원한 경우에는 재진진찰료를, 30일 이후에 내원한 경우에는 초진진찰료를 산정하도록 했다.그런데, 보건복지부 고시 제2002-21호 시행(2002. 4. 1.) 이후에는, 다음과 같이 초·재진료 산정기준이 달라졌다. 즉, 1) 치료가 종결되지 아니하여 계속 내원하는 경우에는 내원 간격에 상관없이 재진진찰료를, 2) 완치여부가 불분명하여 치료의 종결 여부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90일 이내에 내원하면 재진진찰료를, 90일 이후에 내원하면 초진진찰료를 각 산정하여야 하고, 3) 치료가 종결된 경우에는 30일 이내에 내원하면 재진진찰료를, 30일 이후에 내원하면 초진진찰료를 산정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공단의 이번 진찰료 환수 처분은 위 보건복지부 고시를 소급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공단의 반론은 이렇다. 위 상대가치점수와 별도로 '요양급여의적용기준및방법에관한세부사항'에서 진찰료 산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는 치료 종결 후 30일을 기준으로 진찰료를 산정하는 것은 감기나 배탈 등 일과성 질환의 경우에만 해당되고, 모든 환자들에 대해서 진찰 간격이 30일 이상이라는 이유로 초진진찰료를 산정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A원장이 만성질환 환자들에 대하여 진찰간격이 30일 이상이라는 이유로 초진료를 청구한 것은 진료 당시의 기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공단의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진찰료 산정에 관한 기준에서는 만성질환과 일과성 질환의 범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 '요양급여의적용기준및방법에관한세부사항'에도 감기나 배탈과 같은 일과성 질환 이외의 다른 질병의 경우에도 '치료 종결 후 30일'을 기준으로 초진료와 재진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었다. 따라서, 당시 기준에 따르더라도 만성질환의 경우에는 내원 간격에도 불구하고 재진료만을 청구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2) 두 번째 쟁점은, 만약 당시의 진찰료 산정 기준에 따르면 A원장의 초진료 청구가 기준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부당청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의한 청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요양기관이 허위의 내용으로 요양급여비용명세서를 작성하거나 기준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부당청구'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하는 이유는, 요양급여비용 청구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사소한 부분에 기재의 착오가 발생할 수 있고, 요양급여기준이 너무 광범위한데다가 자주 바뀌어 의사들이 관련 기준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련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에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서, 의사들이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A원장은 진찰료 산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이 판단하는 기준과 관행에 따라 진찰료를 청구했다. 특히, 오랫동안 심사평가원에 의한 심사를 거쳐 진찰료가 지급되어 왔기 때문에, A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진찰료 청구행위가 당시 기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A원장의 경우만이 아니었다. 진찰료 산정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 제2002-21호의 시행을 계기로 공단은 2002. 4.부터 전국적으로 진찰료 산정에 관한 실사에 착수하였는데, 그 결과 전국적으로 7,860개의 요양기관에서 A원장과 같이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에 대해 내원 간격이 30일이 경과하였다는 사유로 초진료를 청구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단은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총 696,861건에 20억 8,000만원의 요양급여환수처분을 내렸다.

한편, 위와 같이 보건복지부가 진찰료 산정에 관한 기준을 개정하고 공단이 개정된 기준을 소급적으로 적용하면서 요양기관에 대해 이미 지급한 진찰료에 대한 환수처분을 내리자, 전국의 의사들은 대한의사협회를 통하여 진찰료 산정 기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그 소급적용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보건복지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단이 심사평가원의 심사처분을 무시하고 임의로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그리고 공단이 요양기관에 대하여 현지조사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중대한 이슈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2003년 말에 있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공단 국정감사에서도 크게 논란이 되었고,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법제처에 '공단의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확인조사 가능 여부'에 관해서 유권해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보았을 때, 이번 사건에서 A원장이 당시의 진찰료 산정에 관한 기준을 무시하고 임의로 초진료를 산정하여 진찰료를 청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A원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초진료를 청구하고자 하였다면, 해당 상병을 고치거나 아니면 진료일을 다르게 기재하는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A원장은 진찰한 병명(주로 고혈압과 당뇨병) 그대로 기재하였고, 진료일도 사실 그대로 기재했다. 즉, A원장은 진료한 사실 그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을 뿐이다. 만약 당시에 A원장이 진찰료 산정에 관한 기준을 잘못 해석하여 기준과 다르게 진찰료를 청구하였다면 심사평가원이 심사업무를 하면서 적절하게 삭감해야 할 문제이지, 요양급여비용을 지불하고 난 이후에 공단이 '부당청구'라고 단정하고 환수할 사안은 아니다.

(3) 마지막 쟁점은, 심사평가원의 심사권한와 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 징수 권한의 충돌 문제이다.

위 두 번째 쟁점은 심사평가원의 심사권한과 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 징수 권한의 충돌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고 있다. 2000. 7. 1. 국민건강보험법 시행 이전에는 요양급여에 대한 심사와 요양급여비용 지급업무를 보험자인 의료보험연합회(구 지역의료보험조합)가 자체적으로 실시했는데, 이로 인하여 심사의 공정성·객관성 및 전문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의료계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새로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보험자로부터 독립된 중립적인 기관에서 공정하고 전문적인 심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심사평가원을 설립했다. 심사평가원의 주된 업무는 요양급여비용 심사이다. 진찰료는 요양급여비용의 내용이므로 진찰료 산정은 당연히 심사평가원 업무에 해당된다. 공단은 심사평가원이 심사한 내용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지불하고, 만약 심사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여야 한다.

따라서, 본 건과 같이 심사평가원의 심사를 거쳐 정당하게 지급된 진찰료를 나중에 공단이 부당청구라고 단정하는 것은, 심사평가원의 심사업무를 침해하는 것임과 아울러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A원장과 같은 사유로 공단으로부터 진찰료 환수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은 전국적으로 7,800여개에 이르고, 환수금액만도 20억원을 상회한다. 또한 위와 같은 쟁점에 관한 판단은 관련 사건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본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건의 진행과 그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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