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지성인'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두말 할 나위 없이 건강보험제도와 조제위임제도 등 정책적인 부분에 기인한다. 의료의 하향평준화 정책으로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동반 하락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의 통상적인 가치 척도를 놓고 볼 때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의료수가는 지난 이십 수년 동안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선에서 억제돼 왔다. 정부의 수가 억제정책으로 의료와 의사의 전반적인 가치가 함께 억제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조제위임제도도 마찬가지다. 환자 진료에 있어 의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의사와 보조적인 업무를 위임받은 약사를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고 분업이라는 재단의 가위를 들이민 것에서 부터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다. 전체 진료과정에서 진찰과 조제를 강제적으로 분리한 잘못된 정책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낳았고, 의사의 신뢰성에 커다란 상처를 줬다.
그 다음 원인으로는 전문성과 윤리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 스스로 전문성과 윤리성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해 왔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지난 22일 열린 '의사 면허관리제도에 대한 공청회'는 의사들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문성은 지식과 기술을 체계화 시키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조하려는 피나는 노력이 동반될 때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보수교육 강화를 통한 전문성 향상이라는 목적은 간데 없이 갖가지 오해와 불만을 앞세워 공청회 개최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행동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타율이 아닌 자율적으로 이뤄져야만 가치가 있다. 모처럼 자율적으로 의사의 전문성과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호기를 사소한 오해 때문에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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