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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폭력근절 대책기구 마련 절실

[기획]폭력근절 대책기구 마련 절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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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폭력문화 추방(1)

<글 싣는 순서>
1. 의사의 권위주의가 폭력 부른다
2. 의사-간호사, 의사-환자 간 폭력 근절돼야
3. 폭력근절 대책기구 마련 절실


내부적으로 '쉬쉬' 숨쉬기 탈피
회원자격 박탈 등 처벌 강화해야


병원은 일반 조직사회와 매우 다르다.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들이 매일을 긴장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그렇다보니 일반 회사 조직과는 다르게 규율 또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엄격한 규율탓일까.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놓고 촉각을 다투다보니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자연스럽게 따라다닌다.또한 의사와 간호사간의 폭력도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월요의료포럼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술실·중환자실 등에서의 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해자나 피해자들 대부분이 전공의인 것으로 확인돼 '수련'의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공의들은 폭력을 당해도 '수련'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고, 항의를 해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어 그 피해규모가 어느정도 인지 정확히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근래에는 폭력보다는 전공의들 간에 집단적으로 소위 한 사람을 '왕따' 시키는 경향까지 보고되고 있어 개개 병원 내에서의 문제해결보다는 의료계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캠페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병원 내에서는 '의료사고'를 이유로 환자와 의사간에 발생하는 폭력도 있는데, 의사들이 환자 가족들의 '난동'에 따른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어 분쟁조정법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의료현장 폭력문화 추방' 기획시리즈 1편과 2편에서는 의사와 의사간, 의사와 간호사간, 의사와 환자간 발생하고 있는 폭력의 실태를 알아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3편에서는 의료현장 내에서의 폭력문화 근절을 위해 의료계는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그리고 권위주의를 동반한 '수련' 과정에서의 폭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또한 폭력문화 근절은 병원이라는 조직 내에서만 고민될 것이 아니라 범 사회적 운동으로 확대되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의대 내 선후배간 잘못된 위계질서 사라져야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대대적인 투쟁을 전개할 때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2001년 7월호에는 매우 인상적인 보고서 한 편이 발표됐다.

'한국 의과대학 내 선후배간 위계질서 강화 프로그램 조사'(김익중, 이관) 보고서는 의대에서의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구타 등 폭력적인 요소가 포함되었으며, 과거보다는 많이 그 강도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통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의사들은 의대에서부터 지나치게 선후배간 위계질서를 따지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이 곧 인턴, 레지던트, 교수가 되어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또 수직적 위계질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 '환자의 진료체계에 도움이 된다'(56.2%)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의학 교육과정 특성상 필요하다'(28.9%), 일반 사회의 전통이므로 당연하다고 응답한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전국 41개 의대 선후배 위계질서 강화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18개 의대에서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위계질서 강화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의대에서는 구타가 여전히 남아있거나, 피티체조, 단체기합 등의 방법이 동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와 연구 및 의사 인격형성에 도움
 
앞의 보고서에 따르면 권위주의와 위계질서는 진료와 연구, 그리고 의사의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학생시절부터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과정에서의 지나친 권위주의와 위계질서는 병원을 더 유명하게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병원 내에서의 의료진간 업무적인 협조를 수월하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의대, 인턴, 레지던트 과정까지는 위계질서 및 권위주의에 대한 필요성을 동의하는 성향에 짙었으나, 교수가 되어서는 이에 대한 필요성을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교수들 중 일부는 위계질서나 권위주의가 진료나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며, 이러한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통해서만 학문의 발달과 수련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권위주의 높은 사람 폭력성향 커
 
월요의료포럼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언 및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권위주의'와 '충동성'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를 그대로 방관할 수 없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권위를 갖는 위치나 지위에 있는 사람을 그 위치나 지위에 있다는 것 자체로 존경하거나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의료계 내에서도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안학교 '별' 김현수 교장은 "권위적인 의사들은 갈등해결 교육을 잘 받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이 크다"며, "의대교육, 전공의 수련교육에서 보다 강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료의료포럼 노영무 의장도 "교육과정 중 은근히 폭력이 미화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의과대학 내의 교육방법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위주의는 평등의식 저해할 뿐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시민사회의 구조와 변동'이라는 보고서에서 "권위주의는 가족주의와 함께 한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온 또 하나의 시민문화의 중요한 조직원리이며, 이는 조직 내 상하간의 수직적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전통적인 유교윤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권위주의는 하위자에 대한 상위자의 일방적인 억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의존과 보호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러한 권위주의가 시민사회 영역에 미친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밝혔다.즉, "가족과 사회조직의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토론과 합의보다는 명령과 순종이 우선시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가 결정을 좌우하는 경향이 우세해 권위주의적 조직문화가 평등의식과 자발적인 참여문화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력 '합리적인 일 처리과정' 아니다

의료는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그동안 의료라는 특수성은 의사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물론 병원 내의 진료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도록 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특수성은 위기의식을 맡게 됐다.의료현장은 물론 의사들 개개의 행동이 모두 알려지고 환자들이 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현장에서의 폭력문화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고 '수련'이라는 이유로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힘들게 됐다. 더 이상 교육의 수단으로 폭력이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화 된 것이다.

대안학교 '별' 김현수 교장은 "권위주의와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폭력을 '합리적인 일 처리과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는 원시사회에서나 가능했다"며, 폭력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은 개인 즉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을 의료계 내에서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습적 및 고착화된 폭력 시스템 바꿔야
 
오성진 회원(KAMP, 공단 일산병원 순환기내과)은 "폭력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우발적·감정적 폭력이고, 다른 하나는 관습적·고착화된 폭력인데, 관습적·고착화된 폭력은 시스템 내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으므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예로 최근에는 상급전공의들이 하급전공의들을 '길들인다'는 목적으로 특정 전공의를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왕따'를 시키거나 골탕을 먹인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전공의들이 병동 간호사들을 '길들이기'하거나, 간호사들이 전공의를 '길들이기'하는 등의 구조적인 폭력문화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근 병원장(인제의대 상계백병원)은 "폭력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병원 내 징계위, 윤리위를 구성하고 일차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추방 위한 의협내 특별조직 설치 필요
 
이성낙 위원장(의료폭력 추방운동 소위원회)은 "의료현장 폭력추방을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위원장은 "이를 위해 우선 의대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폭력과 관련 형사상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입학 자격을 혀용하지 않거나, 폭력 가해 의료인의 경우 의협의 윤리위원회에서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협 내에 의료폭력추방운동 관련 조직을 설치해 비폭력 윤리코드를 제정하고, 의료현장 폭력에 관한 신고 사이트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대 학생을 중심으로 의료폭력 추방운동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타 분야 전문가들과 연계해 사회폭력 추방운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권 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도 "잠재적 가해자의 폭력적 성향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조직 내의 불합리한 제도적 모순을 개선함으로써 폭력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모든 폭력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해 외부에 알리고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등의 시정노력 없이, 내부적으로 쉬쉬하며 감추려 하는 한 폭력 없는 세상은 난망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의협 차원에서도 폭력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기를 바라며, 이를 확대해 범 사회적 푹력추방운동으로 전개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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