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6-24 12:18 (월)
박민수 차관 '카데바 공유·수입' 발언에 기증 서약자들 분노

박민수 차관 '카데바 공유·수입' 발언에 기증 서약자들 분노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29 10:21
  • 댓글 1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인·가족은 의학교육을 위해 시신 기증 서약 하셨나?"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 도구 대하듯 표현에 '항의'

연세의대를 98년도에 졸업했다고 밝힌 맹호영 의사는 28일 SNS를 통해 다른 5인의 기증자들과 함께 항의문을 공유했다. ⓒ의협신문
연세의대를 98년도에 졸업했다고 밝힌 맹호영 의사는 28일 SNS를 통해 다른 5인의 기증자들과 함께 항의문을 공유했다. ⓒ의협신문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따른 부실 교육이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인 '카데바(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해부용 시신)' 부족.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해당 문제에 대해 "카데바를 다른 학교에 공유"한다거나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시신 기증 서약자들은 해당 발언이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을 마치 도구로 보는 듯한 표현"이라며 분노했다.

연세의대를 98년도에 졸업했다고 밝힌 맹호영 의사는 28일 SNS를 통해 다른 5인의 기증자들과 함께 항의문을 공유했다. 항의문을 작성한 이들은 사후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를 서약한 본인 혹은 가족이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1년에 기증되는 카데바 수가 약 1200구 정도다. 실제로 의과대학에서 활용되고 있는 카데바 수는 800구 정도이며 400구가 남는 상황"이라며 "그 카데바를 다른 학교에 공유 및 부족하면 이 부분은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호영 의사는 "의대증원이라는 문제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직접 연관이 있는 발언에 좌시할 수 없어 항의문을 올리게 됐다"며 "너무나 잘못된 개념에 어디서부터 말씀을 시작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카데바는 해부학 실습 외에도 많은 연구를 하는데 필요하다. 모든 의대생은 본과에서 첫 학년에 반드시 해부학을 이수해야만 다른 과목을 들을 자격이 주어진다. 해부학은 단순한 우리 몸의 구조나 명칭이 아닌 생명이 떠난 신체를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자리기도 하다.

맹 의사는 "해부학실습실에서는 환한 웃음이나 농담도, 음식이나 음료도 금지된다. 이를 어길 때는 심각한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기증해주신 분들과 이를 허락해주시는 가족들이 없이는 의사가 되는 교육의 첫 단추를 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증된 시신이 의과대학 교육용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거의 반 년 간의 방부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으며 "400구의 시신이 남는다는 발언은 시신처리와 교육 준비과정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한 번이라도 기증된 시신을 이용하는 해부나 연구과정을 시작하는 첫 시간이나 마지막 시간, 혹은 추모식을 참관하거나 현장에 대해 설명이라도 들어봤다면 이러한 '몰이해' 발언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봤다.

맹 의사는 "해부학은 갓 시작한 의대생들에게 생명이 떠난 고인의 몸을 통해 배우며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두려움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마치 어떤 물건의 재고가 있어 나눌 수 있듯 '남는' 혹은 '공유' 라는 표현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전형과 변이를 배울 기회를 우선하기보다 수입해 숫자를 채우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몰이해에 대한 실망과 함께 이런 분들이 과연 의학교육과 수련에 대한 정책에 대해 얼마나 신중하신지 알수가 없어 암담할 뿐"이라면서 "본인이나 가족은 단 한분이라도 의학교육을 위해 시신 기증 서약은 하셨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기증 서약자들은 "실습 후의 시신이 얼마나  피부, 근육, 신경, 혈관, 뼈, 어느 하나 겉에서부터 속까지, 두개골부터 발끝까지 성하게 남는 것이 없는 줄 가장 잘 안다"면서도 "우리의 소망은 이 땅에 있지 아니하고 하늘에 있다는 믿음,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한다는 가치 아래 모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신뢰하고 존중해 시신기증을 약속한 것이다. 다른 시신 기증자 가족분들도 대개는 나를 치료해준 고마운 병원과 나의 자식을 의사로 만들어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준 고마운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맹 의사는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증된 시신이 부족해 고민하는 학교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신 기증자와 그 가족을 존중하고 감사히 여기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면서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을 마치 도구로 보는 듯한 표현을 하는 어떤 사람이나 정부 부처는 의학교육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