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김윤 교수의 도구적 이성과 통계

김윤 교수의 도구적 이성과 통계

  • 홍경표 광주광역시의사회 명예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18 15:23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경표 광주광역시의사회 명예회장
홍경표 광주광역시의사회 명예회장

2021년 12월 29일 메디케이트 뉴스에 『김윤 교수 "치명률 상승은 병원들 중환자 병상 내놓지 않은 탓…코로나 진료체계 개편해야"』라는 기사가 있다. 지나간 일이며 현재의 이슈와도 무관한 이해 중립적 내용이므로 이 기사를 통해 김윤 교수의 실체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김 교수는 "중환자 병상이 많음에도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더 적은 병상을 할애했다. 그 결과로 많은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라며 "정부는 병상을 동원하지 못했고, 병원들은 병상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 근거로 김 교수는 주요 국가들에서 전체 중환자 병상 중 코로나 환자가 입원한 병상 비중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평균 수치가 70%였지만,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주장에 대해 몇 가지 반박한다.

첫째, 김교수가 제공한 수치는 신빙성이 부족하다. 기사에 제공된 표에는 전체 중환자 병상 중 코로나환자가 입원한 병상 비중이 네덜란드 238%, 스페인 205%, 프랑스 87%, 영국 85%, 벨기에 79%, 스위스 56%, 이탈리아 52%, 오스트리아 36%, 덴마크 35%, 독일 24%, 한국 10%였다. 그러나 OECD 통계를 보면 이 나라들의 중환자실 병상수는 2019년에 비해 2020~2021년에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둘째, 코로나환자를 위한 병상이 많을수록 치명률이 낮아지진 않는다. 코로나환자 중 사망자는 인구대비 중환자실 병상수가 가장 적은 네덜란드가 0.27%(전체 인구의 0.13%)지만 병상수가 가장 많은 독일이 0.45%(전체인구의 0.21%)로 훨씬 높고 한국은 0.1%(전체인구의 0.07%)로 매우 낮다. 김교수는 외국 10개국이 코로나환자가 중환자실의 70%를 점유해서 0.58% 사망했지만 우리나라는 10%만 사용해서 0.1%가 사망했다. 정작 핵심은 '코로나환자의 몇%가 중증으로 되었고 그 중 몇%가 중증병상에 입원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은 병상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했고 그 결과 치명률이 치솟았다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다. 당시 질병관리청의 발표를 보면 2021년 12월 18일 중(重)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1,299개 병상 중 81.0%로 가용병상은 247개였고 중등(中等)환자 일반병상의 가동률은 12,961병상의 72.1%였다. 병상을 관리할 수 있는 최대치를 85%로 가정해도 아직 포화 상태는 아니었다. 김교수의 분석 9개월전인 2021년 3월부터는 사망률이 오히려 감소했다. 질병관리청의 정세진 등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김교수가 관찰한 시점에서 치명률 높은 이유는 바이러스 변종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넷째, 중증 코로나 병상확보와 치료에 집중해도 일반 중환자가 희생되지 않았을까? 이런 우려에 김 교수는 "아직 여력이 있다"라며 일축했고 2000~3000병상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무책임한 떼쓰기다, 실제로는 음압기 설치와 격리 문제로 다인실을 1인실로 변경해야 하므로 전체 병상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일반 중환자의 양보 없이는 10%도 확보하기 어렵다.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에 의하면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이었던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 사이에 관찰된 초과 사망자 중 49.2%(2만2,356명)는 코로나환자가 아니었다.

즉, 코로나환자에게 집중하면 다른 질병의 환자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병상수를 많이 신설하는 방법도 여기에 투입될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교육하려면 많은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므로 김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실익도 별로 없는 정책을 제안한 것이다.

다섯째,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영국 대비 확진자 수가 영국의 10분의 1이 안 되는 상황임에도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이유 역시 병상 동원 실패 탓"이라고 꼬집었다. 이 주장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이다. 한국은 확진자가 영국보다 적어서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한국의 거리두기 정책은 더 강했고 이는 정책 선택에 있어 문화적 차이였다.

코로나19 사망률은 개인주의, 불확실성 회피라는 두 가지 문화적 특성이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 의료시스템 특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2021년 10월 12일, 영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와 보건·사회복지위원회는 보고서에는 한국의 성공적인 대처 사례를 검토하고도 도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정부는 병상을 동원하고, 병원들은 병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반지성주의와 전체주의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당시까지도 정부는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삼성서울병원에 2012년 메르스 관련 손실보상금을, 대구 동산의료원에 코로나 피해보상을 외면하고 있었다. 국가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적으로 부여받기 때문에, 정부가 무언가를 동원할 때는 권력이 지닌 강제성으로 통제하고 개인의 자율권은 범죄화한다. 전문직업인주의에 의하면 의사는 공공의 복리에 도움이 되는 봉사가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해 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의료를 공공재로 취급하면서도 의대교육과정, 수련과정, 의료기관의 자본비용, 세제혜택 등에 공적재원은 투입하지 않고, 의료산업화 명목으로 영리 추구에 이용하면서도 의사의 수입에 부정적인 이중적 태도를 유지하며 일방적 봉사를 요구하기 일쑤였다.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수입을 중시하는 배금주의 경향은 현대 사회의 일반화된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김윤 교수는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부르짖으면서 반복되고 지속되는 평범하지 않은 언행과 의사집단에 대한 선동적인 비난으로 주목받고 지지받았다. 그는 시민사회의 추천이라는 과정을 통해 높은 점수로 비례대표에 뽑혔다.

김윤 교수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책제언을 하면서 근거가 없거나 의도적으로 오남용하거나 전혀 관계없는 변수를 이용하여 과장되고 왜곡된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여 '정부는 동원하지 않았고 병원은 내놓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제시한 정책은 새로울 것도, 고유하지도, 특별하지도, 현실적 최선의 대안이 되지도 않는 진부함 뿐이다.

결국, 그는 민주당의 코로나 극복 노력을 폄훼하고 의사 증원은 공급과잉을 초래한다며 민주당의 의대 증원을 반대했으나, 윤석열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는 적극 지지 발언을 하다가 민주당 위성정당의 국회의원을 탐내는 분열적이고도 다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가 변하지 않는 꾸준함을 견지한 것은 자신과 같은 면허를 가진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었다. 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반(反)의사의 대중적 정서에 편승하며 이름을 알리고 지지를 모으는데 몰두하였다.

그는 의료관리학 보다는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괴벨스의 프로파간다를 더 잘 알고 실천하는 것 같다. 김 교수가 사용한 통계는 진실이 아닌 자신을 옹호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숫자일 뿐이고 의료관리학 지식은 정치적 출세를 위해 도구로 사용된 이성일 뿐이다.

정치는 다양한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과 갈등을 조정하는 행위이다. 남을 비방하고 극단의 주장을 일삼아 분열의 핵이 되는 인물은 정치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어야 한다. 의료정책 전문가로서 국가의 잘못된 권력의 행사에도 저항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사회개혁이라는 뜻에 동의하는 진보진영일지라도 극단적이고 기회주의적이고 막말, 왜곡, 선동을 일삼는 인물들은 도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막말 정치인의 공천이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니 김윤 교수 자신의 말대로 '지금 굉장히 엄중한 시기니까 진짜로 좀 정책을 잘 모르는' 사람의 비례대표 자격 취소를 기대해 본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