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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식 PA 시범사업, 사고나면 정작 책임은?

밀어붙이기식 PA 시범사업, 사고나면 정작 책임은?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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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의료사고 따른 민·형사상 책임, 정부가 보호 못한다" 중론
의협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 책임은 병원장에 떠넘겨" 철회 요구

ⓒ의협신문
[이미지=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정부가 전공의 공백 메우기 일환으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약 100개를 공식화했다. 

음지에 있던 진료지원인력, 일명 PA(Physician assistant)를 수면 위로 끌어낸 것인데, 법조계는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간호사들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 44조를 근거로 지난달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보건의료기본법 44조는 국가가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간호사가 져야 할 민형사상 법적 책임에서 보호해 주겠다고 담보하고 있다. "보건의료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임에 따라 참여 의료기관 내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한다"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도 명시했다. 관리 감독 미비로 인한 사고라면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게 귀속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시범사업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면 의료사고가 나도 병원장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며 "간호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만약 문제가 발생해 환자가 소송 등을 하면 보건복지부가 의견 제출 등의 방법으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의 호언장담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가 된다. 정부가 보호해 줄 수 있는 영역은 간호사의 '면허' 유지까지라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의료사고 발생에 따라 휘말릴 수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유무,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정부가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은 행정법 적인 부분"이라며 "간호사가 하면 안 되는 의료행위를 했을 때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면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 부분의 법적 책임을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법적 책임을 면책하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실제 간호사의 의료 행위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입은 환자가 제기하는 손해배상 책임, 형사상 책임은 남아있다"라며 "필수의료 기피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원인이 의료사고 문제인데 PA 시범사업으로 간호사는 더 큰 법적 책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즉, 정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 관련 소송에서부터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존에는 PA 간호사가 음지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다는 부담을 무릅쓰고 해왔다면, 적어도 무면허 의료행위에 따른 의료법 위반 걱정은 덜 수 있게 됐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실제로 무자격자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을 때도 의료사고가 발생, 환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피해자가 정부는 아니기 때문"이라며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면허는 정부가 보호할 수 있겠지만 간호사들도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질 것이라는 각오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법적 책임을 병원장에게 전가하면서, 간호사들을 불법 무면허 진료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범사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문간호사는 간호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뿐 의료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며 "관계 법령과 자격 구분을 무시하고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령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침습적인 의료행위 특성을 무시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모든 사고의 배상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적용하는 것은 책임 범위가 모호할뿐더러 가혹하다"면서 "시범사업에 자진해 참여할 의료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간호사들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성명을 내어 "정부 지침은 사실상 의사 업무가 무제한으로 간호사에게 무제한으로 전가됐다"라며 "환자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어떤 경우에도 ▲대리 처방 ▲동의서·의무 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 등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관별로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환자 생명과 직결된 의사 업무를 간호사 업무 범위에 포함하지 못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사고 소송은 의료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기되기 때문에 의사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도 소송을 피할 수 없다"라며 "결국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 업무까지 수행하며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의료현장의 진료 공백은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땜질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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