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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전공의 '사직'으로 시작된 젊은의사 이탈…29일이 분수령

전공의 '사직'으로 시작된 젊은의사 이탈…29일이 분수령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2.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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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움직임 전임의로 옮겨가나…재계약․신규계약 포기 분위기 포착
"전공의 업무 떠안으며 연일 당직까지…의료사고 위험도 걱정" 호소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시작된 젊은의사의 집단적 움직임이 전임의에게까지 옮겨가는 모습이다.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신규 계약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

전공의 공백에 따른 업무가 전임의에게 전가되면서 일이 과부하인 데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이유 등이 중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통상 전임의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이달 말이면 계약이 끝난다. 이때 연장 계약을 하거나 레지던트 고년차가 전문의 자격을 딴 후 전임의로 계약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이달 말에는 끊어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부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를 향해 29일까지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낸 상황에서 결국 전임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이달 29일이 의료공백 확대의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빅5 병원 응급의학과 전임의는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업무를 떠안으며 연일 당직까지 서고 있다"라며 "단순 의료행위 이외에도 연구와 논문, 행정업무 등 대학병원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못하고 있다. 그것까지 하기에는 업무 로딩이 너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병원 이비인후과 전임의 역시 "암 수술 이외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수술은 취소하거나 2차 병원으로 회송하고 있다"라며 "원래 1년만 전임의를 하고 이달 말 병원을 나갈 예정이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수님들이 몇 개월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신호를 암묵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회진하고, 병동 환자 처방 내고, 응급실을 보는 등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논문 등의 업무는 전혀 못하고 있다"라며 "업무 부담도 부담이지만 정부 정책에 젊은의사들은 특히 분노하고 있어 전임의도 신규가 없고, 재계약도 없는 분위기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전임의가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서울 한 대학병원 내과 고년차 전공의는 "펠로우로 세부 분과 공부를 1년 더 할 생각이었는데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후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이 오히려 의료사고 위험에까지 노출된 상황"이라며 "정부도 현장에 남이 있는 의료진의 열악한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반감만 들게 하는 강경한 메시지만 내고 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이대로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전문의 자격을 딴 후 대형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30~40대의 젊은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달 말 계약 종료 후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 경기도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내과 전문의 4명 중 2명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중 사직서를 낸 40대 전문의는 36시간 당직을 서고 있다며 "하루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300명 정도 되는데 전공의가 없으니 인턴 업무까지 모두 하고 있어 오버로딩이 걸려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임의들도 1년 정도 전임의로 일하며 세부 분과 공부를 한 후 전임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로컬로 나가는데 현재 상황에서 계약 연장을 하겠다는 전임의가 드문 상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오겠다는 전임의도 있다"라며 "3월에 새로운 전임의를 채용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또 "이달이 끝나면 전공의, 전임의가 없는 상태에서 교수들만으로 버텨야 하는데 그 업무로딩은 감당 못할 것이다. 3차병원 마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무도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26일 저녁 7시 기준 99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이다. 이 중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는 8939명이다. 

정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향해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오면 그동안 발동했던 각종 행정명령들을 실제 처분으로 이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더불어 수련병원과 수련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레지던트 계약을 포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진료 유지명령'도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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