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6-24 12:18 (월)
디테일 빠진 필수의료 패키지, '개혁' 헛구호만

디테일 빠진 필수의료 패키지, '개혁' 헛구호만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2.03 06:00
  • 댓글 4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신문 박양명 기자

'개혁'의 사전적 의미는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필수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료개혁'을 단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수를 확대하고 수가제도 다양화, 개원면허제, 혼합진료 금지 등 민감하지만 해묵은 의료 현안들을 개선하겠다고 몽땅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이라는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지금이 의료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는 정부가 먼저 의료 영역에서 '개혁'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케케묵은 의료 현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민생토론회'라는 방식으로 지난 1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지역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공개했던 정부의 계획이 모두 들어있었다. 

문제는 정책들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고, 디테일도 없다는 점이다. 혼합진료 금지, 미용성형 시술 자격 개방 등 갈등이 큰 사안들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미뤄뒀다.

보건복지부는 10년 안에 의료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했다. 10년 후면 2034년이다. 2025년을 기점으로 늘어난 의대생은 2031년이나 돼서야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 9일까지다. 

갑자기 미래의 연도를 나열하는 이유는 정부가 자랑하는 '개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10년의 개혁 계획이 3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년 동안 이뤄졌던 보장성 강화 정책이 하루아침에 '재정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제한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현 정권이 3년 뒤에도 이어질 수도 있지만 바뀔 수도 있지 않은가.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충북의대 배장환 교수는 필수·지역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적나라한 현실을 토로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심혈관 중재 시술을 하는 심장내과 의사 중 가장 젊은 의사가 현재 48세다. 그 밑으로 13년 동안 신규의사 진입이 없었단다. 배 교수는 내과 전문의를 따고 서울에서 전임의 생활을 한 다음 모교인 충북대병원으로 돌아와 20년째 지역에서 심혈관 중재시술을 하는 심장내과 의사다. 

그는 "지역응급의료는 벚꽃 피는 순서로 무너질 것이라는 말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병원 의료진 역량을 키워 심근경색을 치료하고 심장이식도 우리병원에서 끝내 환자가 가족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무너지고 있다. 20년 동안 꿔왔던 꿈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밤에 눈을 뜨면 겁부터 난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가 1일자로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뚜렷한 것은 사실 의대정원을 2025학년부터 늘린다는 것뿐이다. 이마저도 디테일인 증원 규모는 베일에 싸여있다.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한다면서 책임보험 공제 가입 의무화를 제시, 디테일인 로드맵은 없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도 분만 이외로 확대한다고만 돼 있지만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토록 하겠다고 했지만 전문의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국가가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디테일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 고질적인 문제인 필수·지역의료 기피, 의료전달체계 붕괴 해결을 위해서는 분명 개혁 수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일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를 위한 '개혁' 방안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하나의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당장 오늘의 젊은의사들이, 예비의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뚜렷하고 구체적인 내일 필요한 때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