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의료생협 이사장 강요로 거짓 진술 의사…'무죄'

의료생협 이사장 강요로 거짓 진술 의사…'무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05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사장 딸이 주사시술 했는데 봉직의가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혐의로 벌금형
법원 "의사가 사실확인서 서명했지만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증거 없다" 판단

ⓒ의협신문
[사진제공=freepik] ⓒ의협신문

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의 강요에 의해 경찰서에서 자신의 지시에 의해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졌다고 거짓으로 진술한 의사가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받을 상황에 놓였으나, 정식재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고인 A원장은 수도권 모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의원에서 봉직의로 근무한 의사이다. A원장은 사건 당일 이 사건 의원 이사장의 딸이자 팀장이라는 직책으로 수 십 년 재직 중인 B씨로부터 그 이틀 전 행해진 C환자의 주사시술(부유방 부분 윤곽주사시술)에 대한 보고를 처음으로 듣게 됐다.

당시 B씨는 A원장에게 "실은 이틀 전 환자분이 왔었고, 시술을 받고 싶어 하셔서 윤곽주사를 놔드렸다. 시술 부위가 살짝 부어오른 상태인데, 환자의 남편분이 주사 성분을 알고 싶어 하니 설명을 부탁드린다"라고 요청했다.

A원장은 환자 내외가 이미 와있던 자리에서 담당 의사가 "나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면 환자와의 신뢰가 깨질 것 같고 B씨가 곤란할 것 같아서, 부탁대로 해당 시술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런데 이후 관할 보건소에서 C환자 측이 제기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한 민원을 접수 받고 이 사건 의원에 현장조사를 나왔는데, 진료실에서 근무 중이던 A원장은 담당공무원을 보지도 못하고 이사장이 시키는 대로 사실확인서에 서명했다.

그 뒤로 A원장은 관할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문을 위해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수사기관으로 이동하려는 참에, 이사장이 동승해서 "(의료생협) 이사장 직위를 딸에게 물려줄 건데 이번 일로 징계를 받으면 곤란할 수 있다. 그러니 (A원장이 지시한 것으로 하고) 시술한 사람을 간호조무사 D씨로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다.

A원장은 이사장이 하는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고, 또 앞서 보건소에서도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갑자기 입장을 번복하기가 곤란해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지시로, D 간호조무사가 시술하게 된 것이다"라는 사실과는 전혀 다른 진술을 하게 됐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것이 문제가 됐다. A원장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약식명령 벌금형을 받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호인을 선임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과정에서 A원장은 B씨로부터 상담을 받은 뒤 1∼2분만에 바로 시술이 이뤄졌으며, B씨가 A원장이 근무 중이었던 진료실에 잠깐 보고를 하거나, 지시를 받기 위해 들어갔다 나온 사실은 없었고, 시간적인 간격으로 보아 그러한 보고 및 지시가 이뤄졌으리라는 가정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함을 최초 신고인(C환자) 측의 증언 등을 인용해 적극 증명했다.

또 이 사건 의원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생활협동조합 명의로 개설된 의료생협으로, 의료인이 개설하는 통상적인 의료기관과는 달리 비의료인인 이사장이 조합을 운영함과 동시에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구조적인 특성상 단순 봉직의사에 불과했던 A원장은 비급여 진료수익 등을 파악할 수 없는 지위에 있어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묵인할 수도 없었음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따르면, 팀장으로 근무하던 B씨가 A원장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윤곽주사시술을 한 사실, 그리고 A원장은 이사장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거나 그와 같은 취지로 피해자 측과 대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또 "이런 사정에 비춰 사실확인서 등은 그 내용을 믿을 수 없고, 달리 A원장의 시술행위나 A원장의 지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2023년 11월 9일 무죄를 선고했고, 검사 측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는 "사실확인서의 법적 효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요청에 따라 섣불리 서명해서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정식재판에서 사실확인서의 내용과 배치되는 증언 및 당시 상황을 적극적으로 다퉈 뒤집은 사례"라면서 "사실확인서에 서명하고 그대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행정처분으로 연계될 수 있어 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