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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으로 진료받던 환자 사망했는데 의료진 책임?

정신질환으로 진료받던 환자 사망했는데 의료진 책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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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자살 위험 있는데 의료진이 약물 과다 처방해 진료상 과실" 주장
법원 "자살위험평가 등 적절한 조치하고 지도설명의무 위반도 없다" 판단

ⓒ의협신문
[사진제공=freepik] ⓒ의협신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했음에도,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유족들이 의료진 과실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월 18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해 유족들이 의료진을 상대로 진료상 과실 및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4억 40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모두 기각 판결했다.

A씨는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고, 약물(우울증약, 공황장애약, 대인기피증약, 수면제) 30봉 가량을 술과 함께 복용하는 방식으로 자살시도를 해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20년 2월 17일 B정신건강의학과의원(피고 병원)에 내원했고, 피고 병원 소속 의료진은 BECK 우울평가, 사회공포증척도, 불안민감척도, 특성불안검사, 문장완성검사 등을 실시한 후 A씨를 공황장애, 중증도 우울에피소드, 비기질성 불면증으로 진단했다.

이후 A씨는 2021년 1월 28일까지 피고 병원에 내원해 지속적으로 C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았고, 약물도 처방받았다.

2021년 2월 19일에도 피고 병원에 내원해 C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후 약을 처방받은 A씨는 2월 23일 다시 피고 병원에 내원해 '버스에 약 봉투를 놓고 내렸다'고 해 C의사는 14일분 약(푸로작 40㎎, 렉사프로정 20㎎, 쿠에타핀정 400㎎, 인데놀정 40㎎)을 다시 처방했다.

그런데 A씨는 2021년 2월 23일 저녁 8시경 거실에서 잠을 자다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고, 20분후 심정지가 발생해 119 구급대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약물(쿠에티아핀 및 에스시살로프람, 플루옥세틴)에 의한 중독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재판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자살위험평가나 보호병동 입원치료의 적극적인 권유 등 자살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자살시도 전력이 있는 A씨가 약물을 과다 복용해 자살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A씨에게 약물을 과다 처방한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 및 망인의 배우자에게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설명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요양방법을 설명했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도 않았다"며 지도설명의무 위반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은 자살위험평가를 포함해 A씨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했고, 지도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20년 2월 17일 BECK 우울평가, 사회공포측정도, 불안민감척도, 특성불안검사, 문장완성검사 등을 실시했고, 같은해 3월 10일에는 해밀튼 우울검사, 2020년 11월과 12월, 그리고 2021년 1월과 2월 네 차례에 걸쳐 벡 우울평가(BDI), 상태특성불안검사(STAI)를 추가적으로 실시했다"고 봤다.

이어 "피고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정신건강의학과적 면담, 항우울제 등 약제 치료를 시행했으며, 매 진료시마다 A씨가 치료중인 질환이 만성질환이라는 점과 지속적인 치료 및 규칙적인 약물 복용 없이는 재발 및 증상의 악화가 가능함을 설명하고, 특히 음주하지 않도록 교육한 것은 물론, 자살시도 경험을 얘기했을 때에는 40분을 초과하는 정신치료를 시행하는 등 자살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시간의 면담을 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과거 다른 병원에서 입원을 권고 받은 적이 있으나 입원하지 않았던 점, 꾸준히 외래에서 치료를 해 온 점, 기존 증상이 추가적으로 더 악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는 보호병동의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피고 병원 의료진이 A씨가 외래 진료를 받을 때마다 상태를 확인하고 약물을 추가, 증량, 감량해 처방한 것은 적정하고, 버스에 약을 두고 내렸다는 A씨에게 추가로 처방한 약은 중추신경억제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과다 복용이 우려되지만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약물을 처방해야 할 상황에서 의료진이 내릴 수 있는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고 봤다.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A씨의 자살이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행위의 결과이거나, 그 후의 요양과정에서 생긴 후유 질환으로 볼 수 없으므로 지도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며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자살 시도에 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의 법적 책임이 문제되고 있고, 관련 의료진들이 법적 위험성에 대한 부담감으로 소극적인 진료를 하거나 심리적 위축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인데, 관련 의료진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이번 판결이 의료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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