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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전국의사들 집결 "일방적 의대증원 반대"

한파 속 전국의사들 집결 "일방적 의대증원 반대"

  • 고신정·홍완기·김미경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12.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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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의협 범대위 '의료붕괴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현장
의사 8000명 광화문 메워 "정책 강행시 모든 수단 동원해 저항"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17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 한파 속에서도 광화문을 가득 메운 8000여명의 의사들은 정부를 향해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추진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역대급 강추위를 뚫고 전국의사들이 광화문에 집결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가 17일 오후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제1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00명의 의사들이 모였다.

이필수 의협 범대위원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의료계는 전문가단체로서 10여년 전부터 정부에 필수의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일관되게 경고해 왔으나,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다 결국은 필수의료과의 몰락을 가져 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 보다는 최소 11년에서 14년후 배출될 의사증원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규탄한 이 범대위원장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논하기에 앞서 필수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임을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회사 하는 이필수 의협 범대위원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대정원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및 합의를 해서 풀어 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9.4 의정합의를 이행하라는 요구다. 

의료계 지도자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투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대 정원 이슈가 총선 전략으로 전락했음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정부가 명분으로 삼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는 의사를 늘려 낙수효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인구절벽시대에 의료절벽의 재앙으로 이어질 의대증원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현재 의대 정원을 가만히 놔둬도 2022년생이 대학입시를 치를 때가 되면, 학생 81명 당 1명이 의대생이 된다는 통계도 언급됐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여기에 더해) 각 대학의 최대 희망 수치인 3953명을 증원한다면 2022년생 기준, 학생 35명 당 1명이 의대생이 된다.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면 우리 사회가 유지되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국가 경제는 누가 지키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대학별 수요조사 일방 강행 및 공개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의대 교수·의대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 측의 희망사항 조사일뿐"이라고 지적했다.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수석부회장(차기회장)은 "기본적 인프라·재정 없는 정원 확대는 교육의 질을 상당히 저하시킬 것"이라면서 의대 증원으로 인한 과잉 진료 양산과 의료비 지출 증가를 우려했다.

정지태 대한의학회장 역시 "각 대학이 교육 여건을 고려치 않고 황당한 의견을 냈다. 당장 등록금 수익과 학령 인구 감소를 막을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필수의료는 인원이 아닌 배치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날 광화문에 모인 의사들은 정부에 9.4 의정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하여 강력히 저항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이들은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9·4 의정합의를 명백히 파기하는 것이고,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의사들이 소아 진료현장을 떠나고, 응급·중환자 진료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원인도 의사 부족으로 몰아가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들은 "의료계의 우려와 경고를 무시하고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국 14만 의사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하여 강력히 저항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궐기대회를 마친 의사들은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며, 의료계의 목소리를 대내외에 알렸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궐기대회를 마친 의사들은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며, 의료계의 목소리를 대내외에 알렸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정부에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말고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해서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2020년 국민과의 합의를 지켜라 ▲의학교육의 당사자인 의대·의전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대정원 정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궐기대회를 마친 의사들은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며, 의료계의 목소리를 대내외에 알렸다. 꽁꽁 언 손에는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정부는 9.4 의정합의 이행하라"는 피켓이 들렸다.

이필수 범대위원장은 의료계를 대표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이 범대위원장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추진"이라면서 "부디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의사 가운 벗어버린 예비 의사들

의사 가운 벗어버린 예비 의사들.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할 경우 미래세대 의료인들은 의사의 직분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사 가운 벗어버린 예비 의사들.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할 경우 미래세대 의료인들은 의사의 직분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5인의 현직 의대생이 무대에 올라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할 경우 대한민국 보건의료, 의료제도가 붕괴할 것이며 이들 미래세대 의료인들은 의사의 직분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의사 가운을 벗는 이들의 뒤로는 '의대정원 증원을 멈추라'는 현수막이 툭 떨어졌다. 의대정원 증원이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 혹한 속 삭발 단행한 선배 의사들

선배 의사들은 살을 에는 혹한 속에서 삭발로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투쟁의 결의를 보였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과 길광채 광주광역시 서구의사회장이 혹한 속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삭발 사회를 맡은 좌훈정 범대위원은 "세상 어느 나라에 의사가 삭발 투쟁을 하는 곳이 있겠느냐"며 "정부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외쳤다. 

삭발을 마친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한번 무너진 의료제도는 돌이킬 수 없다"며 "대한민국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자.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정부는 9.4 의정합의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삭발하는 선배 의사들.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길광채 광주광역시 서구의사회장은 혹한 속 삭발을 단행하며,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투쟁의 결의를 보였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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