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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대담-질 들뢰즈

[신간] 대담-질 들뢰즈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12.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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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들뢰즈 지음/신지영 옮김/갈무리출판사 펴냄/2만 1000원

"철학은 권력이 아니다. 종교, 국가, 자본주의, 과학, 법, 여론, 텔레비전은 권력이지만 철학은 아니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의 인터뷰, 기고문, 편지글 등을 모은 <대담>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단독 인터뷰 12편, 펠릭스 가타리와의 공동 인터뷰 1편, '편지'라는 이름이 붙은 책의 서문이나 부록 3편, 미발표 원고 1편 등 1972∼1990년 발표되거나 진행된 총 17편의 글이 갈무리됐다. 

수록된 글들은 짧은 분량이지만 들뢰즈 철학을 개관하는 방대한 주제를 다룬다. <안티-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 <시네마> 1·2권 등의 출간 직후 진행된 인터뷰를 비롯 철학, 영화, 정치에 관한 담론을 통해 그의 생각에 다가설 수 있다. 

"거의 이십 년에 걸쳐 이루어진 인터뷰 원고들을 한데 모으는 이유가 무엇인가? 협상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아직 전쟁 중인지 아니면 벌써 평화 상태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철학이 시대에 대한 분노와 불가분하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대가 보장하는 평온함과도 분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철학은 권력이 아니다. 종교, 국가, 자본주의, 과학, 법, 여론, 텔레비전은 권력이지만 철학은 아니다. 철학에 커다란 내부 전투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관념론-실재론 등), 그것은 그저 웃자고 하는 전투들일 뿐이다. 철학은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권력들과 전투할 수는 없지만, 그 대신 철학은 그들에 대항해 전투 없는 전쟁, 게릴라전을 벌인다. 또한 철학은 그들과 대화할 수 없는데, 이는 그들에게 할 말도 소통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오직 말을 할 뿐이다. 권력들이 외적인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각자의 내부로 침투하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철학과 함께 스스로와 게릴라전을 벌이고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 

저자의 지론이다. 

1부'<안티-오이디푸스>에서 <천 개의 고원>까지'에는 <안티-오이디푸스>(1972) 프랑스어판 출간 후 펠릭스 가타리와의 대담과 <천개의 고원>(1980) 출간 후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과의 대담이 실렸다. 들뢰즈는 크리스티앙 데캉, 디디에 에리봉, 로베르 마지오리 등 세 명의 질문에 답하면서 <천 개의 고원>의 특이한 목차와 언어학, 과학, 역사학과 맺는 관계를 설명한다.  

2부 '영화'에는 장 뤽 고다르와의 인터뷰가 소개된다. 저서 <시네마 1>(1983) <시네마 2>(1985)에 대한 대담에서는 영화 비평의 역할, 정신분석과 영화, 전쟁과 네오-리얼리즘, 영화에 대한 평가의 근거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옮긴다. 

3부 '미 푸코'에 실린 인터뷰는 푸코 사망 2년 뒤 들뢰즈가 <푸코>를 발표한 1986년 진행됐다. <푸코>를 쓴 이유, 둘 사이의 관계, '인간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과 말년에 푸코가 '주체'로 회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4부 철학에는 <중재자들>(1985) <철학에 대하여>(1988) <라이프니츠에 대하여>(1988) <스피노자에 대하여, 레다 벤스마이아에게 보내는 편지>(1989) 등 네 편의 인터뷰와 편지글이 담긴다.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푸코 등 사상가들과 영화, 철학사,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이 드러난다.

5부 정치에는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와 진행한 대담 '통제와 되기'(1990), 잡지 <로트르 주르날>에 실린 '통제사회에 대한 후기'(1990)가 실렸다. 네그리와의 대담은 33년 전 진행됐지만, 우리의 현재 상황을 적확하게 갈파하고 있다(☎ 02-325-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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