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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극복" 부르대면서…난임치료에 급여 장벽?

"저출산 극복" 부르대면서…난임치료에 급여 장벽?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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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치료 때 임신 성공 달린 과배란 유도제 복합제제 급여 제한
지난해 허가사항 변경됐지만 보험급여 기준 그대로…"환자부담 가중"
임상의사 판단 따른 약제 선택 허용해야…"저출산 완화에 분명히 도움" 
인터뷰 - 이정렬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얼마전 방송된 EBS 다큐 프로에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 통계를 듣고 "한국은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물론 이 진단에 대해 이견도 있겠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 더군다나 올해 2분기에 0.7까지 더 떨어졌다는 분석은 암울한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저출산 기조는 나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젠더 갈등, 낮은 결혼 비율, 늦은 결혼, 사회 인프라 부족, 노동시장 격차, 교육경쟁 심화, 높은 집값,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지만 시선을 의료영역으로 좁혀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난임 치료 시술(검사·약제 등)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난임치료 시술은 배란유도 단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과배란유도제는 임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학술 보고를 통해 배란유도 시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형성호르몬(LH)을 함께 사용하면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확인됐다.

문제는 두 가지 성분이 혼합된 과배란 유도 주사제는 국내에 도입돼 있지만 급여가 이뤄지지 않아 모든 난임 여성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 국내 신생아는 24만 9000명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난임환자는 14만명(2022년 기준)에 이른다. 

저출산 요인으로 꼽히는 다양한 기제 해결에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돼야 하지만, 난임 환자의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바로 출생아 수 증가로 이어진다. 

과배란 유도 주사제는 급여기준 탓에 산부인과 전문의 판단만으로 약제를 선택할 수 없다.

저출산 완화에 도움되는 길을 알고 있지만 가지 못한다. 

이정렬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국내 난임치료 현황과 함께 과배란 유도 약제 급여기준에 대한 개선점을 듣는다.

■ 이정렬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 이정렬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늦은 결혼과 임신은 난임 비율을 더 높였다. 기다리기 보다 이른 난임치료 시작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정상적인 부부생활 과정에서 1년 이상 임신이 안 될 경우 난임이라고 봤으나 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35세 이상일 경우 6개월 정도 임신이 안 된다면 최대한 빠르게 난임검사를 권고한다. 1년을 기다린 후 치료를 시작하면 이미 고연령의 난임환자들은 실제 필요한 시기보다 더 늦게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또 전체 난임 중 40%는 남성 원인이 결부돼 있기 때문에 부부 모두 검사를 통해 가임력을 확인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에 난임 환자까지 증가하고 있다. 호르몬 결핍을 겪는 중증 난임 환자도 늘고 있다. 게다가 난임 진단 후에도 치료는 늦게 이뤄진다. 

"임신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난자 수 감소와 함께 난자 질도 낮아진다. 특히 35세 이후에는 이런 변화가 더 뚜렷하다. 더군다나 환자들은 난임 진단 후에도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 임신이 어려운 상태에서 치료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호르몬 결핍을 겪는 중증 난임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을 병용하며 임신 성공률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미충족 수요는 여전히 있다."

난임치료는 저출산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 1985년 국내에 첫 시험관아기가 출생한 이후 난임치료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국내 첫 시험관아기 출생 이후 현재까지 체외수정 시술 방식은 비슷하지만 과배란 유도 치료제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최근에는 배아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타임랩스 인큐베이터 기기의 등장과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상 배아만 자궁에 이식시키는 '착상전 유전자 진단'(PGT-A)이 임신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 남성의 정자수가 극히 적거나 기형률이 높아 난자 수정을 하지 못할 경우 '난자 세포질 내 정자 직접 주입법'(ICSI)을 시행한다. 체외수정 시술은 과배란유도 때'난포자극호르몬'에 '황체형성호르몬'을 혼합해 사용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학술적 근거를 통해 높은 임신 성공률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고연령 난임환자군에서 유효하다."

과배란 유도 과정은 임신 성공의 관건이다. 인간난포자극호르몬(r-hFSH 폴리트로핀알파)에 재조합 황체형성호르몬(r-hLH 루트로핀알파)을 더한 과배란 유도 주사제가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배란 유도제에는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 두 가지 제제가 있다. 두 약제에서도 재조합이거나 단일제와 복합제제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환자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개인의 특성에 맞는 약제를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난포자극호르몬 단독제제가 기본 치료법이지만, 고연령이거나, 단독제제 치료 때 낮은 반응률이 예상될 때, 단독제제 반응이 좋지 않을 때, 난치성 환자 등의 경우 복합제로 치료한다. 성선자극호르몬이 선천적, 후천적으로 결핍돼 있거나, 과배란 유도 과정에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난포자극호르몬만으로는 배란이 어렵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혼합된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사용한다."

인간난포자극호르몬과 재조합 황체형성호르몬이 혼합된 과배란 유도 주사제는 국내에 도입돼 있다. 이 약제는 지난해 허가사항 변경으로 적용 폭은 확대됐지만, 급여가 이뤄지지 않아 모든 난임환자에게 열려 있지 않다.

"이 약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적응증은 '내인성 혈청 황체형성 호르몬 농도 1.2IU/L 미만' 및 용법·용량에 명시된 '저생식샘자극호르몬생식샘저하증'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이들 조건은 삭제됐다. 그렇지만 급여 기준은 여전히 '내인성 혈청 황체형성호르몬 농도 1.2IU/L 미만'이다.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비급여라도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허가변경과 급여기준의 차이로 인해 제한적으로 치료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허가 사항이 풀리면 급여기준 역시 완화되는 게 바람직하다. 더 많은 난임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난임치료에 드는 시술비는 거의 비슷하다. 이 가운데 약제 가격 비중이 가장 크다. 약제에 대한 급여가 이뤄지면 그만큼 환자 부담은 줄고, 난임치료도 적기에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난임이 의심된다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난임을 인지한 후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평균 3년이 지나 병원을 찾는다. 건강한 젊은 여성이 치료를 시작하면 6개월∼1년 이내에 임신이 된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젊지만 임신이 어려운 중증 난임 환자들은 임신을 기약할 수 없다. 이런 환자들은 치료 시작부터 최고의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약제 선택에 급여 제약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허들이 된다. 임상의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환자에게 황체형성호르몬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포함된 복합제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에서 간절하게 아이를 바라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 다양한 난임환자 지원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 난자를 동결하거나 암 환자들이 가임력이 낮아질 것을 대비해 항암 치료 전 미리 난자를 동결할 경우에는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국가 소멸 위기까지 맞닥뜨리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 난임 관련 급여 혜택도 여러 제약이 있고,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서도 의료계 일선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추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끝으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접하다보면 자신의 가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20∼30대 여성이라면 건강검진처럼 가임력 테스트를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 시 빠르게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생애주기검진처럼 가임 능력 검진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면 가임력에 대한 인지 개선과 함께 저출산 완화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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