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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봉직의는 근로자' 퇴직금 지급해야

대법원, '봉직의는 근로자' 퇴직금 지급해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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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대표, 위탁진료계약 이유 퇴직금 미지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기소
"진료실적 보고 받아 사용자 지휘·감독 인정…고정적 대가 지급받아 근로자 해당"

ⓒ의협신문
[사진=Freepik 제공] ⓒ의협신문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의 봉직의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하면서 봉직의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더라도 고정적으로 월급(임금)을 받았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춰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즉, 사용자가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앞으로 의료생협의 비정상적인 봉직의 고용 관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9월 21일 임금체불 전력이 있는 의료생협 A대표(사용자)가 자신이 고용한 B의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은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의료생협 A대표는 상시 근로자 6명을 고용해 의원을 운영하는 대표(사용자)로서 2017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근로한 봉직의사(B의사)의 퇴직금 14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대표는 과거에도 의사를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임금체불로 처벌받게 되자 이후 고용하는 의사들과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계약 형태를 바꿨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를 피하지는 못했다.

이번 사건(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에서 원심법원(서울북부지방법원)은 봉직의인 B의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대표는 B의사와 의료생협으로부터 위탁받은 진료업무를 이행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내용의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서에 'B의사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부당한 청구를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명백하게 있었다는 이유가 컸다.

또 B의사에 대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B의사는 자신의 진료업무수행과 관련해 A대표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감독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는 것도 무죄 이유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생협의 봉직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근로자(B의사)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살폈다.

또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위탁진료계약이더라도 이 사건 계약의 중요한 부분은 해당 봉직의가 주중 및 토요일 대부분을 의원에서 근무하면서 진료업무를 하고, 이에 대해 A대표는 고정적으로 대가를 지급하고, 봉직의(B의사)는 매월 진료업무 수행의 현황이나 실적을 피고인에게 보고했기 때문에 A대표는 봉직의의 업무에 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의사는 A대표가 제공하는 의료장비나 사무기기를 활용해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A대표로부터 환자 치료실적에 따른 비용을 매월 고정적으로 받았으므로, 지급받은 비용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근로자성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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