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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각지대, 소아 정신건강…"병원 없어 사이비로"

코로나19 사각지대, 소아 정신건강…"병원 없어 사이비로"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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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 아동 1만, 소아정신과의사 300…수년 대기 너무 늦어
방수영 을지대 교수 "'완치' 표방 사이비 규제해야…실비 혜택 논의 필요"

그래픽 / 윤세호기자ⓒ의협신문
그래픽 / 윤세호기자ⓒ의협신문

엔데믹 선언 후 일상회복으로 돌아가고 있으나 코로나19 사각지대였던 소아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 발달장애 아동들이 감염병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와중, 구조적 문제를 방치했기에 '왕의 DNA'로 알려진 사이비 치료 등이 성행한다는 지적이다.

방수영 을지의대 교수(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또는 격리가 소아청소년 발달에 악영향을 미쳤는데,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해 많은 부모들이 사이비로 발길을 돌렸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아동 50명 중 한명은 자폐 증상을 보인다. 2019년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집계에 따르면 12세 미만 자폐스펙트럼 아동은 1만명이 넘고, 청소년까지 더하면 1만 6천명을 초과한다. 이에 비해 국내 소아청소년정신과의사는 357명에 불과하다. 

방수영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 환아가 늘면서 1~2년 대기는 기본이었고, 길게는 5년 이후에나 진료가 가능한 곳도 있었다. 

방 교수는 "태어난 지 2~3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2년을 기다리라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2년 이상 대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대기 기간만큼 아이들이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상실된다"고 우려했다.

소아정신과 대학병원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자들을 향해서도 "꼭 유명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개원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라면 충분한 수련을 받았기에 진단이 가능하다.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각 지역의 개원의들이 의뢰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의무기록을 살펴보면 알려진 병원을 거의 다 가본 경우가 많은데, 소견이 모호해 다른 교수의 진료를 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안심하기 어려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꼭 대학병원에서 몇 년씩 기다리기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진료받는 게 아이를 위해서도 좋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사이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규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것을 효과가 있다고 호도하면 처벌받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밖의 민간업체가 자폐스펙트럼을 '완치'할 수 있다는 등 표현을 남발해도 의료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성행하는 사이비 치료는 고압산소와 백신거부부터 혈액교체, 킬레이션(혈관청소), 백신거부 등이 알려져 있다.

방 교수는 "차라리 건강에 큰 해가 되지 않는 요법이면 모를까, 언론에 드러난 사이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한 달에 치료비로만 700만원 쓰는 보호자도 봤다. 부모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할 뿐 아니라 아이 건강을 해치고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키는 행위는 단속이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진단을 지연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실비보험을 꼽았다.

R코드 상병인 언어지연 등은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에서 실비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대상이 아닌 F코드(정신과 상병)의 자폐스펙트럼 등으로 진단되면 더 이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방 교수는 "사회적 편견 문제를 떠나 진단받고 싶어도, 아이가 받을 혜택을 생각하면 오히려 진단받는 걸 망설이게 된다. 내원한 보호자들이 '혹시 오늘 진료에 F코드가 들어가는지 묻기도 한다"며 "부모들이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미루지 않도록 F코드 보험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이렇듯 여러 요인으로 말미암아, 지역 등에서 충분히 진료받을 수 있음에도 미루거나 3차병원에 우선 예약해두고 치료를 표방하는 요법들을 전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한 아이의 삶의 질과 가족 전체 행복을 위해서라도 진단과 치료 시기를 늦추는 구조적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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