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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암 보완대체의학 복합치료' 효과 근거 제시해야

한의학 '위암 보완대체의학 복합치료' 효과 근거 제시해야

  •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9.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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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약' 재발 전이 감소·생존 기간 연장?…주장만 하지 말고 근거 내 놔야
[위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미국 자료 인용 왜?…한의학·중의학 연구 입증하길

미국암공동위원회(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 홈페이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위암]에서 인용한 AJCC cancer staging manual(8th edition, 2017:203-20)은 미국암공동위원회(AJCC)가 위암 수술 환자의 생존율과 중앙생존기간을 정리한 것이다.  ⓒ의협신문
미국암공동위원회(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 홈페이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위암]에서 인용한 AJCC cancer staging manual(8th edition, 2017:203-20)은 미국암공동위원회(AJCC)가 위암 수술 환자의 생존율과 중앙생존기간을 정리한 것이다.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위암]에서 인용한 AJCC cancer staging manual(8th edition, 2017:203-20)은 미국암공동위원회(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가 위암 수술 환자의 생존율과 중앙생존기간을 정리한 것이다. 한방치료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 자료를 무슨 목적으로 인용했는지 궁금하다. 

한의지침에서는 의사들이 위암 수술 환자의 예후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병기에 따른 생존율과 생존기간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차라리 고대 중의학와 민족 고유의 자산인 한의학에서 연구 개발한 음양(陰陽), 표리(表裏), 한열(寒熱), 허실(虛實)의 팔강(八綱)과 기혈수(氣血水) 오행(五行)으로 변증해야 하지 않을까?

병증 진행단계에 따라 어떤 한방약을 처방해야 수술 전에는 비위기능을 안정화하고, 수술 후에는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며, 재발과 전이를 감소시키고 생존 기간을 연장시킨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보완대체의학 복합치료 효과 주장하려면 '근거' 제시해야
한의계가 보완대체의학 복합치료 효과를 주장하려면 한방 치료가 현대의학 화학항암치료의 독성을 감소시키고, 완성률을 높이며, 효과를 증진한다는 한의학적 근거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 

한방 통합치료가 완해기 혹은 안정기에 면역기능을 높이고, 종양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점을 내세우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국제적인 논문을 제시해야 한다.

한의지침에는 위암의 변증방법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한약처방으로 소요산(逍遙散), 이기화위탕(理氣和胃湯), 이중탕(理中湯), 향사육군자탕(香砂六君子湯). 격하축어탕(膈下逐瘀湯), 통부활혈탕(通腑活血湯), 죽엽석고탕(竹葉石膏湯), 인삼대황탕(人蔘大黃湯),  도담탕(導痰湯), 황련온담탕(黃連溫膽湯), 팔진탕(八珍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 등을 예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왜 사용하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위암]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위암] ⓒ의협신문

한의지침에는 의학적인 내용이 한의학 보다 많이 실려 있고, 내용의 깊이도  상당하다. 위암에 관한 의학적 최신 지견을 서술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 전문가 즉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전문의 등이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그룹의 구성을 보면 한의학 전문가들만 참여하고 있다. 학술적 검증이나 보완 여부에 관해 어떻게 판단했는지 궁금하다.

한의지침에서 침구복합치료는 단 2편(중국논문 포함)의 참고문헌을 토대로 권고등급 B와 근거수준 Moderate로 평가했다. 단 2편의 논문으로 평가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위암 진단 후 근치적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소화관 기능 장애 및 영양 상태 개선을 위해 한약  복합치료 고려를 권고하면서 중국 논문 13편을 권고등급과 근거수준을 판단하는데 인용했다. 이 정도면 중의 위암 표준임상진료지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에서 인용한 1편의 중국논문을 토대로 '수술 후 한약과 침구치료에 대한 판단'을 한 권고안도 있다. 이런 권고안을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의지침은 국내 논문은 단 1편 없이 35편 모두 중국 논문을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한의학계는 한방 위암 진료에 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이런 실정인데도 지침을 만들었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

한의지침에서 유일하게 일본 의사의 캄포(漢方) 논문을 인용했다. 

일본 의사는 캄포 논문에서 위 절제술 후 보중익기탕(TJ-41)의 일상적인 사용을 지지(support)하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아울러 연구의 제한점으로 설계가 이중맹검이 아니었다는 점을 밝혔다. 보중익기탕은 독특한 향이 있어 위약을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제한점으로 전통 한방의학의 관점에서 환자를 선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한방약 처방은 특정한 상태(역자 주: 변증(辨證)을 내린 상태)의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선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의지침에서는 일본 의사의 캄포 논문을 근거로 권고등급 B, 근거수준 중등도(Moderate)로 평가했다.

수술이 불가해 완화적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와 관련해 중국 논문에서는 진행성 위암을 가진 화학요법 환자의 면역 기능과 삶의 질에 관한 심리적 개입과 결합된 전기 침술의 효과를 관찰하는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중국 논문은 심리적 개입과 결합된 전기 침술은 화학요법을 받는 진행성 위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고, 환자의 면역 기능과 삶의 질 및 심리적 상태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위암 한의지침에서는 종양 축소 효과를 제시, 중국 논문의 결론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지침에서는 수술이 불가할 정도로 전이된 위암환자에게 한약을 추가하여 연구한 29개 중국논문을 가지고 판단하였다고 밝혔다. 이 지침의 '권고안 도출에 관한 설명'에서는 종양 축소와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의과 항암제의 효능인지, 중의약(中醫藥)의 효능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 언급한 RECIST 지표나 RCT 연구자체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기에 권고등급과 근거수준으로 인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70여명 정도로 이루어진 임상시험에서 백혈구 분핵구와 혈소판 수치의 변화를 간접(隔藥灸)과 안마가 항암요법으로 인한 조혈기능 저하를 개선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작용기전이나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하고, 근거가 미흡하다.

오죽하면 한의계 스스로 "비록 각각의 단일 RCT 연구를 취합하여 도출하였으며 침구치료를 병행하여 조혈기능 개선에 유효한 성과를 나타낸 관찰연구의 국한되고 직접적인 침 치료에 대한 연구자료는 없었다. 활용도를 평가하기에는 근거문헌 수가 부족하여 추가적인 임상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한의학계는 국내 위암 한방치료를 하나로 표준화하기 위해 한의지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거를 뒷받침할 국내 연구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의학적 위암 치료가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아 한의지침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서 중의학 연구가 활발하다고 하지만 '근거 문헌의 질적 한계점'에서 서술한대로 연구 기법이나 시스템 수준은 현대의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에 있다. 외국 자료 역시 신뢰도 제고에 도움을 받지 못했음을 밝히고 있다.

일본동양의학회는 의사들이 조직하여 캄포의학(漢方醫學)을 연구하는 학회이다. 하지만 위암 지침을 만드는데 캄포의학 연구 논문은 1건 밖에 인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위암] 한약·침구 복합치료에 관한 권고사항

1. 근치적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Stage I, II)의 소화관 기능장애
2. 근치적 위절제술 후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Stage II, IIIa)의 항암효과(종양표지자, 생존 및 재발방지), 삶의 질 개선
3. 수술이 불가하여 완화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Stage IIIb-IV)의 항암효과(종양축소, 생존기간 연장), 삶의 질 개선
4. 항암치료 후 증상관리 환자(Stage II-IV)의 조혈 기능장애

한의지침 총 12개 중 권고등급은 B등급 9개, C등급 3개다. 근거수준은 중등도(Moderate) 8개, 낮음(Low) 4개로 '한국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의 질적 수준과는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주로 중국논문을 인용한 한의지침은 결론적으로 12가지 권고사항을 평가하고, 질적인 한계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권고등급에는 최고 수준인 A는 하나도 없고, 최저 수준인 C도 3개가 있다. 근거수준에는 Low 4개, 나머지는 모두 Moderate다. 좀 더 우수한 논문 연구와 많은 임상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지침에서 위암 진단과정을 보면 병력청취에서는 사진(四診)만이 유일한 한방용어(韓方用語)로 등장하고 있다. 진단검사는 의사가 시행·처방할 수 있는  위내시경 병리조직검사 영상의학검사 그리고 종양표지자 검사를 기술했다. 하지만 이 검사를 한의사가 처방하면 위법행위라는 점을 다시 지적한다.

위암 표준치료 및 평가방법에서 노출된 것처럼 좀 더 한의학·중의학·한방의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내 근거자료를 충분히 형성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한의지침과 대한위암학회의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을 비교 검토하길 바란다.

끝으로 대한위암학회는 '한국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Korean Practice Guidelines for Gastric Cancer 2022)'을 통해 세계 최고의 위암 치료 실적을 이룩하고 있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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