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치료제 허가난 렉라자 써보니 솔직히 이렇더라?
1차 치료제 허가난 렉라자 써보니 솔직히 이렇더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3.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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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재철 울산의대 교수·이승룡 고려의대 교수
이재철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국산 신약 31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지난 6월 30일 비소세포폐암 EGFR TKI 변이 1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EGFR TKI 변이 2차 치료제로 허가받고 급여승인을 거쳐 환자에게 투여된지 2년여만에 1차 치료제로 투여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이미 경쟁약으로 통하는 글로벌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유럽과 미국에서 1차 치료제로 쓰이는 상황에서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허가승인은 개발사인 유한양행은 물론 한국 제약계에도 의미가 크다.

1차 치료제 급여승인 절차가 끝나면 한국인 폐암 환자도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투여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많은 환자는 렉라자를 비롯한 3세대 치료제의 급여승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물론 제약산업 측면에서의 의미도 크다. 렉라자 임상시험에 따르면 경쟁약인 글로벌 치료제 타그리소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겨뤄볼 만하다.

현재까지 36개의 국산 신약이 나왔지만 진정한 글로벌 치료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산 첫 글로벌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렉라자가 주목받는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협력해 현재 다양한 렉라자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폐암 치료의 권위자인 이재철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와 이승룡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를 7월 1일 만나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허가확대의 의미를 짚어봤다. 렉라자 대표 임상시험의 의학적 의미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렉라자의 성공 가능성도 논의에서 빠질 수 없었다.

<일문일답>

렉라자가 6월 30일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재철 교수: 1차 치료제 효과를 입증한 임상이 끝나고 얼마 전 데이터를 발표하더니 해외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된지 얼마안돼 허가까지 일사천리로 받아 놀랐다. 그만큼 렉라자의 효과와 안전성이 폭넓게 인정받았다고 봐야 할 듯 하다. 국산 신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치료제와 비슷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승룡 교수: 그동안 글로벌 치료제 '타그리소'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지만 국산 신약 렉라자가 같은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아 국산 신약 개발 이점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지난해 6월에 렉라자 2차 치료제 급여 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렉라자의 유용성을 입증한 임상자료를 발표했었는데 1년만에 1차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을 거쳐 적응증까지 확대했다. 렉라자의 역할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정말 숨 가쁘게 잘 왔다.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허가됐지만 아직 급여승인 절차가 남아있어 현장에서 쓰기는 이르다. 두 분은 이미 급여 중인 2차 치료제로 렉라자를 투여한 경험이 있다. 실제 임상에서 써 본 느낌은 어떤가?

이재철: 1·2세대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세포독성 항암제로 넘어갔지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3세대 치료제 출시는 상황을 많이 바꿔놨다. 첫 3세대 치료제인 타그리소를 2차 치료제로 투여했을 때 효과가 좋아 놀랐었다. 렉라자도 이에 못지 않은 것 같다. 렉라자를 쓰면서 타그리소 때 받았던 느낌을 받는다. '효과가 굉장히 좋구나'하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효과면에서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데이터에 따르면 렉라자가 뇌전이 환자에게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오지만 체감상 타그리소와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서 효과보다는 환자의 특성과 부작용을 감안해 약을 선택한다.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말초신경병증이 걱정된 환자는 타그리소를 처방했고 심장합병증 우려가 있는 환자는 렉라자를 처방했다.

<br>
이승룡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승룡: 처음 렉라자가 허가받았을 때 반신반의했다. 유한양행이 만든 국산 신약이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지 궁금했다. 우려와 달리 렉라자는 임상현장에서 타그리소와 견줄만한 우수한 치료 효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타그리소는 소수이긴 하지만 심장 합병증 문제가 고민이었고 렉라자는 손 저림 이상감각 등 불편한 증상이 있었다. 렉라자의 부작용은 용량 조절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렉라자 3상(LASER301)시험 결과, 렉라자는 EGFR 3세대 치료제 중 1차 치료에서 한국인 대상으로 20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넘켜 한국 의료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렉라자 임상시험에서 주목할 지점을 꼽아달라?

이재철: 폐암에서 뇌전이가 있다는 것은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의미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뇌전이 환자의 치료에서 타그리소 보다 효과가 좋다고 강조했는데 이번 임상에서 그런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그리소 임상의 경우 뇌전이 환자 20%를 포함한 전체 환자의 PFS가 18.9개월인데 반해 렉라자는 한국인 임상데이터의 경우 뇌전이 환자가 36%나 참여했는데도 PFS가 26.1개월로 효과가 좋았다. 물론 직접비교한 임상이 아니라는 한계는 전제해야 한다.

이승룡: 아시아인 참여비율도 높았으며 결과도 잘 나왔다. 특히 하위분석에서 뇌전이가 있는 한국인의 PFS가 더 길어 눈길을 끈다. 물론 참여 환자 수가 적었고 나중에 전체 생존율(OS) 데이터를 봐야 하지만 렉라자가 뇌전이에 효과가 좋다는 이전 데이터를 비롯해 일관성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뇌전이 환자에 대한 렉라자의 효과는 실제 임상에서 자료가 쌓이면 확실해질 것이다.

L858R 변이군은 3세대 치료제는 물론 모든 치료제에 대체로 예후가 안좋다. 하지만 렉라자의 경우 고무적인 결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룡: 렉라자 임상에 뇌전이 환자와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환자가 많이 포함됐다는 점은 (타그리소 임상에 비해)장점이다. L858R 유전자변이가 있는 경우 렉라자는 악화될 위험비(HR)가 타그리소보다 낮았다. 타그리소 약제보다 L858R 유전자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렉라자 투여를 고려해 볼만한 지점이다. 타그리소 FLAURA 연구에서 L858R 군은 HR 0.51, 렉라자 LASER301에서 L858R 군은 HR 0.41로 나타났다. HR이 낮을 수록 대조군 대비 위험도가 낮아졌다는 의미이다.

이재철: 1·2세대 치료제도 EGFR 엑손19 결손 돌연변이(Ex19del)보다 L858R 치환 돌연변이(L858R)의 치료 효과가 떨어졌다. 타그리소는 PFS 측면에서 Ex19del보다는 못하지만 L858R에서의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렉라자는 EGFR 변이에 따른 차이가 타그리소보다 더 적어 고무적이었다. 물론 직접비교 임상은 아니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1차 치료제 허가 확대 이후 렉라자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면?

이재철: 타그리소가 수술 후 보조요법 적응증이 있는 만큼 렉라자도 수술 후 보조 요법 효과를 입증할 임상시험을 할 것으로 본다. 타그리소처럼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승룡 교수의 방사선 항암치료와 렉라자 병용치료 효과 검증도 관심이다.

무엇보다  3세대 약제 내성 환자에 대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 임상시험 결과도 관심이다. 병용요법이 내성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쓸 경우 내성 발현 시기가 늦춰질지 이슈다.

이승룡: 4기 폐암과 1, 2기 폐암에 대한 렉라자의 활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4기 폐암의 경우 렉라자와 아미반타맙을 병용하는 'MARIPOSA' 임상 결과에 따라 4기 폐암 치료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 오시머티닙 단독, 렉라자 단독치료를 비교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어떤 군이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표준 치료요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

1, 2기 폐암 보조치료 요법은 수술할 수 없는 EGFR 돌연변이 양성 폐암 3기 환자에게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고 렉라자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기존 표준치료는 EGFR 변이가 없을 때 면역치료제를 1년 투여하지만 효과가 분명치 않아 의료진은 면역치료를 권고하지 않는다. 임상연구 결과에 따라 렉라자도 조기 폐암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3세대 치료제인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급여되면 1·2세대 치료제는 사라지나?

이승룡: 일부 환자는 T790M 변이가 생겨 3세대 치료제로 넘어가면서 약값이 부담된다고 얘기한다. 약값이 변수가 될 것이다. 약값과 부작용과 돌연변이 종류 등을 봐야 알겠지만 결국 3세대 치료제의 처방이 1·2세대보다 크게 올라갈 것이다.

이재철: 1·2세대 치료제 후 내성이 생겼을 때 3세대를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기존 급여기준 탓에 전체 비소세포페암 EGFR 변이 환자의 30~40%만 3세대 약을 2차 치료제로 쓸 수 있었다.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급여되면 3세대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처음부터 모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어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본다. 1·2세대 치료제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쓰이면서 점차 처방비율이 미미해질 것이다.

렉라자 1차 치료 허가와 관련해 의료진이나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재철: 표적치료제가 나오기 전 4기 폐암이면 1년을 넘기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수년간 생존하는 게 드물지 않다. 4기 폐암이라고 해서 너무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말고 새로운 치료제로 치료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이승룡: 렉라자가 1차 치료분야에서 국내 환자에게 무상으로 의약품을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EAP)을 시행할 것으로 안다. EAP에 들어가면 1차 치료분야에서 '그림의 떡'이었던 3세대 치료제를 이제 투여받을 수 있게 된다. 국내 환자에게 좋은 혜택이 될 것이다. 특히 EAP로 환자에게 투여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렉라자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다. 앞으로 렉라자의 뒤를 이을 국산 신약 개발의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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