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게 책임 전가하는 정부
전공의에게 책임 전가하는 정부
  • 박상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부의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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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부의장 ⓒ의협신문
박상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부의장 ⓒ의협신문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공의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필수의료 강화 외침이 헛된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국민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응급의료제공자의 책임과 권리를 정하고 응급의료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의료를 적정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17세 외상환자의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이 당시 응급실에서 근무한 전공의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은 뒤로하고 응급의료 제공을 위해 노력한 전공의에게 모든 책임을 덧씌우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응급실을 전전하다 제대로 된 응급의료를 받지 못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환자 유가족 입장에서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에 대한 어떤 설명도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사고가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응급의료는 필수의료의 일부다.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필수의료 강화 대책에 응급의료에 관한 대책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관련 의료기관에 행정 조치를 내렸지만, 느닷없이 환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응급의료제공자에게 물으며 죄인으로 몰아 처벌하려는 의도를 보여 가뜩이나 위축된 응급의료 현장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절차를 준수하고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전공의에게 중증도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원 결정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누가 응급실을 지키고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소생시키려 노력하겠는가? 당시 응급실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판단한 전공의의 의학적인 소견을 배제한 채 응급의료체계 부실을 숨기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가 도를 넘었다.

국민에 대한 응급의료 제공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책무다.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려운 환경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응급실 전공의에 대한 과도한 법 적용이 향후 응급의료 현장에 미칠 파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책임 회피를 위한 마녀사냥에 나선 정부는 각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응급의료공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통해 또 어떤 이유를 들어 필수의료 의료공급자에게 책임을 돌릴까 고민 중인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앞선다.

정부가 응급의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를 현장에서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탁상공론이나 책임 전가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없다는 엄중한 인식으로 원점에서 응급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확고한 국가 응급의료체계 확립을 통해 응급의료가 필요한 국민이 제때 응급의료를 받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전공의에 대한 책임 전가 행위가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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