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의학회 학술대회 의사 양산하면 필수의료 분야 간다?
2023 의학회 학술대회 의사 양산하면 필수의료 분야 간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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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 의대정원 증원 카드 꺼낸 정부의 안이한 발상 비판
의사증원 섣부른 결정 앞서 다각적·종합적 분석·연구 바탕으로 신중 접근해야
의대정원 350명 증원 시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 약 7조원 증가 추정 우려
의사 수 부족 아닌 필수의료 분야 의료분쟁·형사처벌 증가로 진료기피가 원인
ⓒ의협신문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6월 16일 2023년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의사증원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세션(의료정책연구원 공동 진행)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불편한 뉴스들에 대한 해법으로 의대정원 증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최근 의대정원 증원 논의가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의사를 충분히 양산하면 남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정부의 다소 안이한 발상을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 대한민국 필수의료는 급격한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사태가 여기까지 온 제일 큰 요인은 전문영역인 의료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왜곡하고,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저수가와 함께 결과가 나쁘다고 의사들을 형사처벌하는 사법부의 과도한 폭력적 판결(법폭)과 언론의 폭력적 저널리즘(언폭)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6월 16일 2023년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의사증원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세션(의료정책연구원 공동 진행)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불편한 뉴스들에 대한 해법으로 의대정원 증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증원을 한다는 것은 마치 경제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쓰는 것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필수의료 분야가 싫다고 리스크가 적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로 의사들이 간다고 의사를 마녀사냥하고 윤리적 비난을 한다고 해서 이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필수의료 분야의 헌신적 의사들이 조용히 의료현장을 떠나게 되고,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사증원 논의 현황과 문제점:의사인력 양성정책의 문제와 대안'을 주제발표했다.

우봉식 원장은 의사인력의 수급에 관해 기존 연구에 대해 살펴보고, 적정 의사인력 수급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 우리나라 의사인력의 미래,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이 가지고 올 미래의 환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 논의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우봉식 원장은 "지난 해 지주막하출혈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사망한 사건 이후 일부 의료기관의 대리수술 논란, 농촌지역의 의사 부족현상,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기피 현상 등이 이어지면서 의사 인력 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추락사고 후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과 후두개염 소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이어 간호법 사태를 계기로 진료보조인력의 의료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는 등 의사 인력 부족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와 더불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힘을 얻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와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우봉식 원장은 "의협은 현재 의사 총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낮은데다 최근 의료분쟁이나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늘어나면서 해당 분야의 의사들이 진료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지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의협신문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가 6월 16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외국의 관련 정책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주제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정치적 셈법이나 여론에 기대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했다.

우봉식 원장은 "과거 권역외상센터 지정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전국 6개 권역에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려 했으나, 지역마다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해달라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무려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됨으로 인해 현재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선동가들이나 이념적 단체들의 충동으로 의대 정원을 무분별하게 확대할 경우 자칫 그동안 애써 이룩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인력 관련 논의 시 고려해야 할 점도 짚었다.

우봉식 원장은 "보건의료인력 양성은 전문적이어야 하고 그 기간이 길며, 단기간에 수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보건의료인력 정책은 국가보건의료체계에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력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 인력으로서 이를 위한 교육과 수련은 타 직종 인력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계획은 단편적인 지표나 연구를 근거로 섣부른 결정을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 다각적·종합적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당장 발등의 불이 된 필수의료 붕괴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의 추이, 대화형 AI 챗봇인 챗GPT의 출현 등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혁신이 가져올 미래의 전문직의 역할과 수요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고려가 없이 최소 10년 후의 일이 될 의사인력 증원에만 모든 것을 올인했다가 가까운 미래에 보건의료분야에서 국가적 재앙을 맞게 되는 일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간 의사 수 대 총인구의 비율을 비교하는 방법은 의사인력의 공급이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라면서, OECD 국가 의사 수 비교도 잘 살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봉식 원장은 "OECD 보건통계 2021(2019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활동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천명 당 2.5명으로 OECD 평균(3.6명)보다 적고 전체 OECD 38개 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낮다. 그러나 2010∼2020년 활동의사 연평균 증가율은 2.84%로 OECD 평균(2.19%)보다 높고, 인구 1천명 당 활동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도 2.40%로 OECD 평균(1.70%)보다 1.41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기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51명(OECD 평균 3.6명)으로 약 1.09명 차이가 있지만,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의사 배출과 인구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OECD 평균 수치를 빠르게 따라잡을 것"이라며 "2040년 우리나라 4.60명(OECD 평균 5.09명)으로 격차가 0.49명 줄어들고, 2047년에는 우리나라(5.87명)가 OECD 국가 평균(5.82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만일 2025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한다고 가정하면 2031년부터 의사 배출(의사면허 취득 인원)이 증가해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년 의대 정원 350명 증원 시 2031년부터 배출되는 의사 수를 고려하면 2046년 우리나라는 5.78명으로 OECD  평균(5.71명)을 초과하고, 500명 증원 시 2045년 우리나라는 5.62명으로 OECD 평균(5.60명)을 초과할 것이라고 추계했다. 아울러 1000명 증원 시 2044년 우리나라는 5.56명으로 OECD 평균(5.49명)을 초과하고, 2000명 증원 시 2041년 우리나라는 5.20명으로 OECD 평균(5.19명)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사인력과 건강보험 재정(의료비용)의 상관성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우봉식 원장은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라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비 데이터를 살펴보아도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료비 증가는 분명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350명 증원을 가정하면, 2040년에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현상을 유지할 경우보다 약 7조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 1000명을 증원하는 경우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약 18조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기타 고려해야 할 것으로 ▲의대정원과 필수의료 ▲의대정원과 지역의료를 언급했다.

우봉식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회자되는 필수의료의 붕괴는 10년 뒤의 일인 의대증원보다 지금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죽어 나가는 심각한 보건의료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의대 정원 문제의 논의에 앞서서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의료의 지역 격차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필수·응급 의료를 책임질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해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근무할 공공보건의료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필수·응급 의료의 지표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많은 특정 농촌지역의 사례를 들기도 하는데, 이 또한 상당히 왜곡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OECD 데이터(Health  at  Glance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 당 농촌 대비 도시의 의사 숫자 비율은 120%(도시 2.4명, 농촌 2.0명)로 도시와 농촌간 의사 분포 밀도 차이가 일본 104.3%(도시 2.4명, 농촌 2.3명)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라고 상기시켰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우봉식 원장은 "지금 당장 붕괴되고 있는 분야가 필수의료이며,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문제가 지역의료"라면서 대안으로 ▲당직의료인 규정 개정을 통한 의사 인력 확보 방안 ▲요양병원 의사 인력 기준 개정을 통한 의사 인력 확보 방안 ▲전공의 수련 교육 과정 개편을 통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 방안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따른 전공의 T/O 조정 ▲의사 재교육 또는 원로의사 인력을 통한 지역의료 인력 확보 방안 등을 제시했다.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는 '외국의 관련 정책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주제발표하면서 OECD 인구당 의사 수 평균 비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덕선 교수는 "국가 경제 및 전체 의료비 규모, 국가의 영토와 인구, 국민의 의료 소비문화, 국가의 정치 체제와 국가 철학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 증원 정책을 만들 때 환자 대기 시간과 의료 사막 현상, 의사 연금제도와 은퇴연령, 경제성장과 전체 의료비 목표, 의사 양성 예산, 일반의 대비 전문의 배출 조정, 출산율과 고령화 현상, 대체 인력과 제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OECD 평균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10% 이상 GDP를 쓸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고, 국가별 의료제도와 의료 생산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양적 증가에 의한 낙수효과는 미비하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인력 부족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고, 이를 위해 병원이 필수의료 전문의를 더 고용할 수 있도록 평가기준과 제도, 그리고 수가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생-전공의 시절부터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교육 및 수련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미래 전문가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고, 근로시간 단축, 공공정책수가 신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 등 의사의 처우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염호기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현상에만 촛점을 맞추는데, 중환자실이 왜 없는지, 응급실에서는 왜 환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의사 수만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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