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2월 22일 결의대회 종합

2월 22일 결의대회 종합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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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과 매서운 강바람도 국민 건강을 지키려는 5만 의사의 결연한 의지를 꺽진 못했다.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 결의대회가 열린 여의도 한강 둔치는 오전 내내 비바람 속에 휩싸였다.

결의대회장은 새벽 일찍부터 전국에서 상경한 회원들로 발디딤 틈 조차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결의대회장 바닥은 이틀 동안 계속된 비로 진흙탕이 되면서 회원들의 언 발을 묶었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결의대회장에 운집한 5만여 회원들은 어깨와 어깨를 건 채 의료민주화 투쟁을 선언하는 역사의 현장을 지켰다. 삼삼오오 가족을 동반한 회원들도 서로를 부등켜 안은 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결의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투쟁시·투쟁노래 숙연한 분위기
풍물패를 앞세운 기수단 입장, 국민의례가 이어지면서 얼어붙었던 장내는 서서히 흥분과 열기가 지펴지면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힘찬 박수 소리와 막대풍선의 요란한 성원 속에 개회가 선언됐다. 본격적인 결의대회의 서막이 올랐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시작하자"는 개회선언으로 대회장은 연호와 함성속에 휩싸였다.

남소자 서울 서대문구의사회장은 아들 나인수 회원과 함께 마이크를 잡고 김순택 전 제주도의사회장이 지은 투쟁시를 낭독, 진한 감동이 묻어나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남 김경선 회원의 투쟁의 노래 '상록수'가 스피커를 타고 여의도 창공에 메아리 치자 장내는 일순 숙연한 분위기로 뒤덮였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깨치고 나아가 함께 이루리라~". 비바람 속에 묻힌 결의대회장은 엄숙한 분위기에 잠겨들었다. 회원들과 가족들은 끝까지 흔들리지 말고 결의대회를 지키자며 손에 손을 잡았다.

김세곤 의협 상근부회장은 결의대회 경과 및 현황보고를 통해 개원의, 병원의사,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의료계 모든 직역이 하나로 뭉침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지지하는 명실상부한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 결의대회가 됐다고 보고했다. 김 상근부회장은 미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세계 각국의 의사회도 이번 결의대회를 지지하는 서한을 보내왔다며 세계가 이번 결의대회를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재정 회장 '사이비 불법진료와 전쟁' 선포
"이제는 굴욕적인 삶을 버리고, 당당히 우리 손으로 자유와 희망을 찾기 위해 의료보험 전면개혁 투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김재정 대한의사협회장은 22일 대회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교과서대로 진료하면 도둑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주의 의료보험을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살을 애는 듯한 새벽바람을 뚫고 비행기로, 기차로, 버스로 천리 길을 달려온 8만 의사 및 가족들은 오늘 결의대회에서 한국의료 역사의 가장 중요한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회사에서 "2000년 의약분업(조제위임제도) 실시 이후 3년이 지났으나 국민들은 매우 불편해하고 있으며, 3년간 8조원을 추가 부담한 것은 물론 농촌에서는 국민들 스스로 조제위임제도를 폐지하라는 시위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조제위임제도는 반드시 재평가 되어야 하고, 국민이 중심이 된 국회차원의 재평가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의 소중한 의업과 의사의 양심을 걸고, 하향평준화 된 한국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료보험 전면개혁과 실패한 의약분업 재평가와 함께 사이비 불법진료와 전쟁을 선포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의사들은 무자격자들의 진료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계, 정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특별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국민들이 사이비 불법 의료의 천국에 살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의사들은 사회의 변화, 정치의 변화에 민감하게 준비하고 대응하지 못했던 과거를 깊이 반성하며, 이를 위해 '21세기 한국의료 미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미래위원회는 자유와 경쟁이 보장되는 선진국형 의료시스템의 개발, 새로운 의료기술과 의학 발전방안 연구, 미래지향적 교육시스템 개발, 의사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집중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이러한 투쟁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법개정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며, 오는 4월 15일 총선에서 의협의 정책에 동의하는 정당과 후보자를 합법적으로 지지할 것을 밝혔다.
 
이채현 의장 "오늘을 잊지 말자" 당부
격려사에 나선 이채현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피어난 굳은 의지와 결의에 찬 모습을 절대 잊지 말자"며 "의료민주화가 뿌리 내리고 정착할 때까지 우리는 결연히 우리의 갈 길을 가자"고 당부했다.

이 의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조제위임제도가 잘못된 제도였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막대한 부담을 가중시킨 의료비용의 증가와 병의원 및 약국을 이중 방문하여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획일화된 사회주의 건강보험의 불합리한 문제점으로 이 의장은 한 달에 재진시 물리치료를 7번 밖에 받을 수 없다는 것과 대장암의 경우 암덩어리가 1cm 미만의 경우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환자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장은 참여복지5개년계획에서 제시된 목표관리제, 총액계약제 등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의료사회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가늠하게 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통제와 압박으로 의료사회주의를 더욱 공공연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이 의장은 "의사가 포기하는 순간 우리가 그렇게 갈구 하던 진료의 자율성 및 국민의 선택권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국가의 그늘에서 통제 받으면서 획일적으로 환자를 진료해야 된다"며 "정치 세력화에 만전을 기하고 사회주의 한국의료를 철저히 개혁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시민단체 "의료사회주의 반대" 연대투쟁 선언
자유시민연대가 의료계와 함께 의료사회주의 연대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류기남 자유시민연대 공동의장은 결의대회 연대사를 통해 "의사 여러분과 함께 의료사회주의에 맞서 싸워나가겠다"며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돌려 주고 ▲의료공급자의 선택권을 빼앗지 말며 ▲의료선택권 박탈하는 의료사회주의를 청산하라고 요구했다.

자유시민연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규격화된 붕어빵 진료만 하라고 강제하고,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는 의사는 불이익을 주니 누구를 위한 국민건강보험이고, 누구를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냐"며 "공단이 연간 6,470억원을 쓰기 때문에 재정압박이 가중되고, 보험가입자인 국민만 봉이 되고 있다"며 공단의 즉각적인 해체를 주장했다.

류 공동대표는 "규격화된 진료를 강제하는 의료사회주의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의료산업도, 의술도 발전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모처럼 시민단체의 올바른 소리를 접한 5만여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신현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의협을 중심으로 16개 시도 및 224개 시군구의사회가 서로 합심하고 격려해 나가자"며 의료계 내부의 대동단결을 주문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를 대표해 단상에 오른 전석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은 '한국의료 시국선언'을 통해 "한국의료는 패러다임의 전면 전환을 통한 재탄생을 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의료시장의 왜곡과 하향평준화를 통해 나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전국의대 교수들은 한국의료가 21세기형 경쟁력을 갖추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며, 의사의 신념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건강보험제도를 전면 개혁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장동익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장은 "아무리 약자라 해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큰 저항과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정부는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국민 건강권과 의료인의 자존심이 지켜질 때까지 한마음과 한몸으로 굳세게 뭉쳐 끝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한국의료의 주역인 전공의를 대표해 연대사를 발표한 임동권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당국의 의료통제는 도가 지나쳐 의료를 망치고 있고, 당국의 의료말살은 의사를 죽이기 전에 국민과 환자를 죽이고 있다"며 "기형적 의약분업으로 부담받고 고충받는 국민들의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잘못된 제도 국민과 함께 바꾸자
윤석완 의협 정책이사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는 "병의원이 국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의사들은 국민들을 가족과 같이 따듯하게 대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힌 뒤 "그러나 잘못된 정책과 제도가 국민과 의사들 간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며 "오늘 집회를 계기로 이러한 잘못을 고쳐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이사는 우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인인 국민들이 공단 이사장을 선출해 인사비리, 납품비리 등으로 부패해진 공단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00년 강제 시행된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는 돈만 더 들고, 국민들에게 불편만 더 주고 있으므로 국민이 앞장서서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윤 이사는 의협은 국민들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겸손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국민들 곁에 있을 것은 물론 국민들과의 신뢰를 해치는 일부 문제 있는 의사들은 스스로 정화할 것을 약속했다.
 
"목숨을 걸고 투쟁하자" 결의 다짐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극 참여할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4·15 총선 보건의료정책평가단 출범식에 이어 대정부 요구안과 대국회 요구안이 채택되는 순간 '정치세력화' 이름을 내건 로켓이 발사돼 결의대회장 상공을 가로질렀다. 5만여 회원들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의협의 정치세력화와 의료민주화를 열망하는 박수와 환호를 담아 로켓에 실어 보냈다.

의료민주화 투쟁에 솔선을 보여온 주 괄 민주의사회장은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단상에 올라 "8만 의사 회원이 목숨을 건 투쟁을 하자"고 결연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주 괄 민주의사회장은 결의대회 투쟁 결의문을 통해 "죽기를 각오하고 사회주의로 망해가는 국가와 국민의 건강을 구하자"고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주 괄 회장은 "8만 의사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환자에 대한 사랑과 전문가로서 양심을 걸고 정부, 정당을 포함한 온 사회에 우리의 정중한 요구를 전달했다"며 "정부와 각 정당은 4·15 총선이전까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성실히 답변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 괄 회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의사들의 정당한 요청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다면 대한의사협회는 4·15총선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4월말 대의원총회를 통해 향후 강력한 대응방안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3월말까지 정부입장 밝혀라" 요구
폐회사에 나선 김재정 의협회장은 정부는 3월말까지 조제위임제도의 재평가 계획과 참여복지 5개년계획 가운데 건강보험 분야에 대한 입장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3월 말까지 정부입장이 발표되지 않을 경우 4월 총선기간 동안 실패한 조제위임제도 철폐 서명운동, 사회주의 의료보험 반대 서명운동을 4천만 국민과 함께 전국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렇게 비바람이 쳐도 흔들림 없이 여의도에 서 있었음을 기억하자"며 "오늘의 서러움과 의지를 가슴 깊이 새기로 언젠가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비상연락망을 열어둔 채 대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이제 투쟁은 시작됐다"며 이번 집회가 폐회가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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