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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7:53 (일)
필요 이상 의무, 과도한 벌칙·행정처분…이젠 손 볼 때 됐다

필요 이상 의무, 과도한 벌칙·행정처분…이젠 손 볼 때 됐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3.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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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대상 의무·제재 사유 비이성적으로 많고 법 이해도 쉽지 않아
국민 건강 보호·안전 진료환경 보장 위해 의료법 전면개정 검토해야
제재 통계자료 축적·공유…경미한 위반 행위 벌칙 보다 행정처분 바람직

한국 의사들에게 부과하는 벌칙·행정처분 등 각종 제재는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의 의무와 제재 사유가 비이성적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지 못하고, 가독성도 떨어지는 등 비효율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고 의료인의 안전한 의료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법 전면 개정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의사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연구>(의료법편) 연구보고서를 통해 의료법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의료인에게 필요 이상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 위반시 과도한 벌칙을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민간의료 중심으로 발전해 온 우리나라 의료 상황에서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의과학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오염시켜 의료법의 목적에 역행한다는 판단이다.

법 적용 상 비효율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지 오래됐고, 잦은 의료법 개정에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의료인에 대한 벌칙·행정처분에 대한 현황 통계가 없다. 각 조항의 현실적 필요성과 타당성 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어려운 이유다. 

또 의무의 내용과 벌칙·행정처분의 대상, 수준 등이 과도하게 세분화돼 있고, 의무의 내용이 법, 시행령, 규칙 등에 산재돼 있어 유기적인 해석도 쉽지 않다. 게다가 벌칙·행정처분 조항이 개정되거나 추가되는 경우에도, 기존 내용을 적절하게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등 후속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필요 이상의 법적 의무, 과도한 제재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우선 의료법상 벌칙·행정처분 적용 현황에 대한 공식적 통계 축적과 자료 공개가 시급하다. 제재 사항에 대한 통계자료 공유는 의료인에게 법률 위반 사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법률 준수를 통한 환자-의료인 간 신뢰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의무-벌칙-행정처분 등에 대해 각각 다른 조항에 규정하고 있는 입법 형식을 개선해야 한다. 의료법의 주요 수범자인 의료인이 자신의 의무와 이에 상응하는 벌칙·행정처분의 수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행정절차 위반 등에 대해서는 벌칙을 지양하고, 경고·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으로 대체해야 한다. 경미한 행정절차 위반 사유로 의료인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더라도, 행정처분을 통한 신속한 시정으로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의료인의 자격정지 사유는 의료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시행령 및 행정처분규칙에 위임한 규정을 전면 재검토해 반드시 존치할 사유는 의료법에 상향해 규정하고, 추상적이기거 형식적인 사유들은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체계적인 행정처분을 위해 처분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원화하고, 의무의 주체를 '의료기관'이 아닌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의 장'으로 명문화 해 의무의 주체와 책임의 주체를 통일해야 한다. 또 동일 사유로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와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정지가 함께 적용될 경우에는 두 가지 행정처분의 발효시기를 맞춰 해당 의료인의 법적 불안정성을 최소화 해야 한다. 

행정처분 절차에 대한 세부 규정을 의료법에 신설해야 한다.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의 방어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는 의료법은 형식상 의료인의 의무와 제재 조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재 조항의 개수와 수준이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이를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의 전면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의 권리에 관한 내용은 극히 일부 조항만 있는 반면 과도한 의무와 제재를 부과하고 있어서 의사들에게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어진료를 하게끔 몰아가고 있다"라며 "이런 문제들은 위험성이 크고 노동 강도가 높은 필수의료 분야의 기피 요인이 되고 있으며, 최근 필수의료 붕괴를 염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우봉식 소장은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의학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국민 건강을 두텁게 보호함과 동시에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감 있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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