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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거부는 틀바꾸기 의미

건강보험 거부는 틀바꾸기 의미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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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약계 단체가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수가 및 보험료를 각각 2.65%, 6.75%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의협은 그동안 건강보험공단과 수가계약 과정에서 수가 10.6% 인상을 주장했으며, 건정심위에서도 그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가인하를 주장해 수가계약은 결렬되고 말았다. 따라서 건정심위에서는 내년도 수가 및 보험료 조정폭을 재 논의하게 됐다.

의협은 지난 2일 보건복지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건정심위에서 결정한 내년도 수가인상분을 거부한다고 밝혔으며, 연말까지 건강보험제도 개선 등에 대해 정부가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주기를 요구했다.

또한 의협의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거부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밝혔다.
특히 의협은 시도의사회별 집회를 시작으로 내년 2월 전국집회를 개최하는 등 건강보험제도 문제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건강보험공단 비효율적 운영 문제를 집중 거론하기로 했다.

이렇게 의협이 전면적으로 건강보험을 거부하겠다고 주장한 이유는 그동안 수가계약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고, 더 크게는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문제가 제대로 된 진료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협이 주장하는 건강보험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으며,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박효길 보험부회장을 만나 들어보고자 한다.

▲ 2004년도 수가가 2.65% 인상되는 것으로 결정되었으나, 지난 2일 의협은 인상된 수가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공단과의 수가계약 과정부터 결정과정까지 상황을 간단히 요약해 주신다면?

-지난 11월 11일 요양급여비용협의회와 공단은 수가계약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이 때 공단은 현행 환산지수 55.4원을 기준으로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50원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만 반영한 51.5원을 제시했다.

협의회에서는 말도 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며, 55.4원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1월 12일 2차 모임에서 건강보험공단은 환산지수 50원에 물가인상률 3%, 인건비인상률 5.6%의 평균인 4.3%를 반영한 52.15원을 제시했다.
따라서 협의회에서 주장하는 20.3% 인상안과 차이가 너무 커 수가계약은 최종 결렬되고 말았다.

▲ 현재 수가계약은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계속 계약이 결렬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나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수가계약이 근본적으로 어렵다. 그 이유는 계약 당사자가 형평성 있게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단 이사장은 계약 과정에서 결정권이 없고,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모든 협상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재정운영위원회에는 공급자 대표가 참여하고 있지 않아 의료의 질과 관련된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없다.

독일의 경우는 수가계약이 되지 않을 경우 중재기구가 있어 이를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도 수가계약이 결렬되면 중재위원회에서 수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재정운영위원회는 무조건 수가를 깎아 내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수가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협의회를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참여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협의회 내부적인 의견조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협의회는 구성당시부터 문제였다. 의정합의에서도 의협이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으나 치협 회장이 계속 대표를 맡아왔다.

협의회 조정안을 두고 외부에서는 각기 다른 주장을 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렇지 않다. 의협은 단계적 조정안을 마련하다보니 10.6% 인상안이 나온 것이고, 다른 단체는 이를 모두 고려했기 때문에 20% 이상의 인상안이 나온 것이다.
협의회를 탈퇴해서 개별적으로 공단과 수가계약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건정심위는 공급자 8인, 가입자 8인, 공익대표 8인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공익대표는 적고, 오히려 공단, 심평원 관계자가 공익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공단은 의약계와 계약의 주체인데 공익대표로 참여하고 있어 건정심위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

▲ 수가결정 이후 의협은 ‘건강보험 거부’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거부’를 주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실제로 거부하게 되면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건강보험제도는 너무 규제 중심이다. 그래서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 거부를 건강보험의 틀을 바꾼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현재 건강보험이 모든 것을 담보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다른 보험방식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 현재 단일 건강보험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른 민간보험 등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건강보험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 조차 힘들지 않은가?

20년이 넘게 공보험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그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보험에서는 이를 포함시켜줘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고 공급자인 의사들을 규제만 하려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 최근 공단과의 대립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공단의 문제는 무엇인지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공단이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단은 가입자, 심평원은 공급자의 업무를 주로 해야 하는데, 공단은 본연의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려하고 있다. 한 예로 건강증진 사업은 공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이다. 굳이 공단이 이러한 업무를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최소한 수가는 공무원 봉급인상(6.5%) 만큼은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이번 수가결정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수가계약을 매년 하고 있는데 연구결과에 대한 연계성이 없다. 매년마다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면 어떻게 계약이 성사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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