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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의사 혈맥약침술, 법원 판단은 "불인정"②
기획한의사 혈맥약침술, 법원 판단은 "불인정"②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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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의사 혈맥약침술 불인정…"약침술과 다르다" 판단
하급심 "암세포 사멸시킨다"...암환자 속인 한의사 사기죄 '유죄'
의료정책연구소 "약침 기원 불명확…전통 한의학 치료법 아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한의사의 혈맥약침술(약침 정맥주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한 마디로 '불법'. 한방의료행위로 인정 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27일 "혈맥약침술은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약침술에 포함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의료법상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혈맥약침을 투여 받은 뒤 피해를 입은 환자의 가족이 한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 재판에서 사기죄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 "약침 정맥주사, 한의학적 원리 벗어난 의료행위" 판단
대법원은 혈맥약침술 재판 과정에서 기존 약침술과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의료법에서 정한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신의료기술인지를 살폈다.

혈맥약침술이 이미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과 같거나 유사하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비급여에 해당하지만, 약침술로부터 변경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은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부위·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같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한의사가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약침 피해 환자들 한의사 상대 소송…법원 '사기죄' 인정...'유죄' 판결
대법원 판결 이후 약침 피해 환자의 가족이 한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 재판에서 하급심 법원은 "약침 정맥주사는 한의학적 원리를 벗어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최종심 판결 취지를 따랐다. 

암환자들에게 산삼(진세노사이드 성분)으로 만든 약침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며, 수 천 만원의 진료비를 받은 한의사들에 대해 재판부는 사기죄를 인정, 징역형을 선고했다.

한의사들은 진세노사이드 성분의 약침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자연사멸을 유도한다는 광고를 내고, 말기암 환자들의 과장된 호전 사례를 치료 전후 CT(컴퓨터 단층촬영) 사진을 비교하고, 방문한 환자들에게 약침이 암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서 시술료 및 처치료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약침에 산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함유됐는지 ▲인터넷홈페이지 게시내용과 피해자에게 면담한 내용의 허위·기망 사실이 있는지 ▲정맥에 주사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재판부는 "말기 암 등 절박한 환자에게 진세노사이드 성분 함유와 그 효능 등을 확정적으로 운운한 것은 기망에 해당한다"라며 사기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해당 한의사는 정맥주사는 약침요법 또는 혈맥약침으로서 한의사가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한방원리에 의하지 않고 정맥에 주사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00㏄ 내외의 다량의 약침액을 링거 방식으로 정맥에 주입하는 혈맥약침술은 한의학적 침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만을 시도하는 것이므로 한의학의 원리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았다거나 별다른 안전성·유효성 인정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정맥주사는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시술"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한의사들은 말기 암 환자 등 절박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검증되거나 안전성·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마치 치료가능한 것처럼 기망해 고액의 치료비를 받아냈고,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정맥주사를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한방치료의 특성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약침치료 전통도, 근거도 없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도 최근 발간한 <한방 약침치료와 추나요법의 기원과 실체> 연구보고서를 통해 "약침은 전통적인 한의학적 치료법이 아니다"면서 "한의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방 약침은 실질적 기원이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의사들이 한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전통'은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져 과학적 검증의 면죄부가 되어 왔다는 지적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한방 약침과 추나가 도입되기 전인 1990년대 이전부터 현재까지 한의학 서적들을 토대로 한방 약침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는 시기와 내용의 변화를 조사, 분석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한방 약침은 20세기 중반 이후 민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통적인 한의학적 치료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의계에서 약침의 개발과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 남상천은 한의사가 아닌 한약업사이며, 김정언 역시 전자공학 전공자로 알려졌으며, 스스로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약침 치료법을 개발해 뛰어난 효과를 얻었다고 주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주사기를 통해 체내에 주사하는 약침에 대해서는 반드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등 규제를 마련해야 하며, 대형 원외탕전원의 불법 의약품 조제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주사기를 통해 체내에 주사하는 약침이 독창적인 치료법이라면, 각각의 질환과 술기에 대해 임상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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