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6-13 06:00 (목)
돌팔이 의사를 합법적으로 양성할 참인가?

돌팔이 의사를 합법적으로 양성할 참인가?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28 13:50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복지부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면허제도 뒤흔들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보건복지부가 최근 열린 제1차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전문간호사 규칙)을 공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한 마디로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의 진료보조로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는 규정을 수정하여 그 업무 범위를 대폭 확장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행 의료법은 제2조(의료인)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범위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겠다며 기존의 의료법 상의 업무범위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규정에 대해 두 개의 안을 마련했는데 1안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전문간호 업무'로, 2안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전문간호 업무',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규정이다. 이는 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도와 처방이라는 전제가 있으면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정 영역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불법 PA를 변칙적 방법으로 제도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발상은 면허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의사 면허제도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 의사 면허제도가 제대로 없던 전 근대기에는 소위 만병통치약이나 돌팔이 의사가 횡행했다. 사람들은 "어디의 누가 용하다더라"는 소문을 듣고 '용한 병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알고 보니 돌팔이였다. 간혹 효과를 본 사람이 있더라도 그것이 진료로 인한 효과인지 자연치유에 의한 결과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니 당장 효과를 봤더라도 결국은 돌팔이로 드러나기도 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사람들은 누가 용한지 누가 돌팔이인지 가려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니 국민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길이 없었고, 의료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국가가 나서 이를 바로잡고자 시장에 개입하게 되었고, 국가가 엄격한 자격 기준과 시험을 거쳐 의사 면허를 줌으로써 사람들은 국가를 믿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의사 면허 제도는 국가가 개입하여 시장을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경제학적 사례이기도 하며, 이런 엄격한 의사 면허제도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함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병원이 도제식 훈련을 통해 어느 노련한 간호사에게 일부 제한된 영역에서 진료업무를 시켰다 하자. 그 간호사는 의사 면허는 없지만, 일상적으로 같은 일을 단순히 반복해왔기에 능숙하여 의료사고는 없었다 하더라도 그건 명백히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이다.  따라서 역량 여부를 떠나 간호사가 일부 영역에서라도 진료행위를 하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면허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상황이 초래된다면 우리 의료가 다시 돌팔이 시대로 뒷걸음질 치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무면허 진료로 판결한 대법원 판례들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에서 왜 전문 간호사 업무를 진료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논의했으며, 만약 이런 면허 범위를 넘나드는 논의가 목적인 협의체였다면 당연히 명칭을 위시하여 관련 면허 범위에 해당되는 당사자들과의 합의하에  진행되었어야 한다는 점이다. 

논의해야 할 주제와는 동떨어진 사안이 무슨 이유로 제기되었으며, 보건복지부는 왜 거기에 맞장구를 치고 당사자를 쏙 빼놓은 채 규칙 개정안 대안을 결정하여 제시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근무환경 개선을 논의했다면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일 것이며, 어찌해서 생뚱맞게 의사의 진료영역을 침탈하고 면허체계를 뒤흔드는 논의와 결정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진 부족이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거의 탈진 상태인 것이 현장의 실상이다. 

코로나 역병이 만연되면서부터 의료계는 2차 3차 대유행을 대비해 중환자 담당 전문 간호인력의 교육과 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이는 간호계를 비롯한 모든 의료 담당자들이 동의하였던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간호사는 물론 간호조무사들의 질을 높여 경증의 다른 질환자를 돌보는 보조 업무를 확대하고, 중환자실이나 코로나 확진자 간호에 노련한 간호사들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는 의료계를 따돌리고 적당히 무자격자들의 무면허 진료를 용인하며 면허 제도를 뒤흔드는 이번에 제시한 두 가지 규칙 개정안'(전문간호사 규칙)을 당장 폐기하고 면허체계를 제대로 지켜 의료질서 확립은 물론 국민의 진료권 유지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