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요즈음 밤마다
누군가 심히 아픈 것이 분명하다
더운 입김, 거친 숨결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어와
뜨거운 열기 방 안 가득하다
나른하게 몸이 풀리는 밤
언 강물도 풀리고
겨우내 닫힌 내 귀도 열고 있다
그 소리 따라 창문을 여니
흙냄새 후끈 달려든다
뜨거운 이마 만져지는 듯했지만
덧옷 벗는 소리인 듯했지만
그래도 창밖에는 어둠뿐이다
그렇게 몇 날 밤이 지나고
해열제 같은 바람이 불어오자
잦아드는 숨결 속에 잠들었다 깬 아침,
홍역을 치른 열꽃이 빼곡하다
백목련, 개나리 가지가지마다
잠 막 깨어난 눈빛 가득하다.
전 한림의대 산부인과 교수(2015년 정년퇴임)/<열린시학> 등단(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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