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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약분업 3주년 평가 1

[기획] 의약분업 3주년 평가 1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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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3주년을 맞았다.
의약분업은 대한민국 건국이래 처음으로 '의사들의 데모'와 '의료기관 휴,폐업'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의료대란을 촉발시켰다.
의료대란은 지난 25년 동안 유지해 온 저수가,저급여,저부담으로 상징되는 한국형 사회보험제도와 국가의 획일적인 의료제도가 양산한 한국 의료의 모순과 왜곡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의약분업을 계기로 빙산아래 숨어 있던 한국의료의 모순과 왜곡의 실체가 줄줄이 드러났다.
의약분업 시행 3주년을 맞고 있지만 제도 시행의 당위성으로 내세운 '약물 오,남용 방지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다.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보다 중요한 문제는 빙산아래 숨어 있던 한국의료의 모순과 왜곡이 의약분업 시행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얼마나 개선되고 있으며,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의약분업과 의료대란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지는 '의약분업 시행 3주년의 빛과 그늘'을 통해 의약분업 3년의 명암을 다시 조명하고, 의료계 안팎에서 개선해야 할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의약분업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보건의료전문가와 정치권에서 심심지 않게 사이에 논의되어 왔지만 번번이 각론 단계에서 흐지부지 되곤 했다. 1982년 전두환 정권 시절 목포지역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목포 시범사업 이후 12년 동안 잠자고 있던 의약분업은 1992년 DJ 대선공약에 모습을 보였으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의약분업은 엉뚱하게도 약국에 한약장을 설치하느냐 마느냐로 촉발된 한의사와 약사의 한약분쟁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1995년 7월 약사법 부칙을 개정, 시행시기를 2~4년 후에 실시하기로 못박아 버림으로써 결정됐다.

문제는 약사법 부칙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의약분업과 직접적인 이해가 맞닿아 있는 의료계와 국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약분업은 제도 시행의 목적,계획,내용도 없이 시행시기부터 먼저 정해 놓은 본말이 뒤바뀐 상태에서 첫 단추를 채웠다.

YS정권은 의약분업의 밑그림을 그려놓은 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임기 말에 가서야 점진적 분업모델로 알려진 3단계 분업안의 윤곽만 제시한 채 차기 정권에 공을 떠넘겨 버렸다.
DJ는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의약분업을 포함해 놓고는 있었지만 집권초기까지만 해도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약분업은 약사법 부칙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던 보건복지부가 시행 시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오자 서둘러 의약분업추진협의회를 구성하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분추협은 1998년 5월 의,약계와 정부,시민단체 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구성 3개월 만인 8월 24일 의약분업 전면실시라는 기본원칙에 합의했다.

분추협은 병원급 이상은 원내외 조제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처방전에 기재하는 약품명은 일반명 또는 상품명으로 하되 상품명으로 기재하도록 했으며, 대체조제 불가를 표시한 경우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친 의약품으로 장관이 고시한 의약품은 대체가 가능하도록 하는 안을 가결시켰다.

병원 약국을 제외하는 분추협안이 발표되자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병원 약국을 없애야 병원 환자가 줄면서 의원 환자가 늘고 의보수가를 크게 안 올려도 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생각이었다. 의협은 10월 열린 5차 분추협회의에서 대체조제를 제대로 규제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충분히 준비를 한 후에 실시하자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었고,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분업을 안 하려는 것"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의약분업의 쟁점이 하나 둘 불거지고 의,약사 단체의 대립과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제도 시행 자체에 위기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보건의료개혁과제를 기획하고 의제로 부각시켜 정책시행을 주도한 의료개혁세력은 의료보험 통합에 역량을 집중해 오고 있었다. 문제는 통합 비용. 의보 통합이 가시화 되면서 조합 적립금이 급격히 소진되고 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다. 의보 재정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의약분업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의약분업을 통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약제비를 절감함으로써 의보 재정 악화사태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 국민건강을 향상시킨다"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판단이 섰던 셈이다.

김용익 교수(서울의대)와 국민회의 이성재 국회의원,이상이 전문위원을 주축으로 '보건의료 효율화와 선진화를 위한 정책기획단'(1998년 5~12월)이 꾸려졌다.

정책기획단은 1998년 12월 10대 보건의료분야 개혁과제(의료보험조합 통합, 수가차등제, 단골의사제도, 의약분업 실시, 보건의료인력 양성의 적정화, 중소병원 기능전환, 공공보건의료체계 정비, 보건복지정책 과학화를 위한 국가보건복지정보체계 구축, 방문보건사업을 통한 지역보건서비스 기반 구축 등)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제시된 의약분업의 주요 골자는 주사제 포함, 대학병원을 제외한 병원 포함, 대체조제 확대, 전문의약품 확대 등이다. 이후 중소병원 등의 반발로 대학병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됨으로써 의약분업의 틀은 8,24 분추협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정책기획단은 의약분업을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여 국민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약가비리를 척결하고 의약품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돌파구로 인식했다. 개혁과제를 주도한 이들은 당을 끌어들이고, 시민단체를 움직여 복지부차관 주도하에 도출된 8,24안을 뒤집는데 결정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DJ는 12월 3일 이 보고서를 기초로 여당 주도하에 의약분업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IMF 경제위기 상황과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해결하고 실업자 문제와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상대적으로 예산이 덜 드는 보건의료개혁과제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정부가 처음으로 선택한 의료개혁과제가 의보 통합과 의약분업으로 정해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의약분업은 의보 통합과 맞물려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의료계는 충분한 준비과정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확실한 오,남용 방지대책을 마련한 후에 실시해야 한다며 거듭 연기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때부터 시민단체와 의료계간의 마찰과 대립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정부는 의료개혁 정책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한 의료계를 반개혁세력으로 몰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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