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채광이 스러진 병실,
낯익지만 편치 않은 장소에서
낡은 내 모습을 바라본다
투명한 아크릴에 묻어 있는
오래된 저 나이
이제 곧 육순이 되려는지
오랫동안 꽉 찬 숫자
푸릇한 간호사들이
내 주변에서 분주하다.
나는 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나는 성큼 늙은 것이다
어제까지는 안 늙은 것이다
아픈 이곳에서
이제 홀로 늙은 것이다
그저 세월의 바람 따라
반백의 머리카락들이
이름 속에서 휘날리는 것이다
잊힌 타임캡슐을 타고
어제도 그제도 아닌
나는 오늘
문득 늙은 것이다
본명 서종호/인천노인전문병원 진료원장/월간 <신문예> 시 등단(2015)/아태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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