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항목별 균일 이윤 강조…수가협상 방식도 변화 불가피
의협 "원가+α 아닌 이해할 수 없는 개념…심각한 당혹감 느껴"
정부가 추구하는 '적정수가'의 개념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원가 + 적정 이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5일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나 '적정수가의 개념'이란 제목의 문건을 배포했다. 문건은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적정수가란 저수가도 고수가도 아닌 적정 이윤이 있는 수가로 각 수가 항목의 이윤 폭이 균일함을 의미한다"고 명시돼 있다.
각 수가 항목의 이윤 폭 균등이란 의료기관이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내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윤이 큰 항목의 수가는 낮추고, 작은 항목의 수가를 올려 전체적으로 비슷한 수익을 내도록 평균화한다는 의미다.
이는 저평가 돼 있는 항목의 수가를 높이고 고평가돼 있는 항목의 수가를 낮추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김 이사장은 여러 차례 수가별 균등 이윤을 강조한 적 있으나, 아예 적정수가의 개념 정의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문재인케어 도입을 선언한 이후 첫번째 수가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보험자 대표가 '원가'를 뺀 적정수가 개념을 공개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게 의료계 시각이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의협 입장에서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적정수가의 개념에 심각한 당혹감을 느낀다. 고평가된 수가를 낮추고 저평가된 수가를 높인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도대체 고평가된 항목이 뭔지 건보공단에 되묻고 싶다"며 "윗돌 빼서 아랫돌에 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지금껏 적정수가 보장을 이야기하며, 이를 원가+알파라고 설명해왔다"며 "이는 명백한 말 바꾸기"라고 강조했다.
수가협상 과정에서 부대 조항 합의를 통해 수가별 차등을 둘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재인 케어라는 큰 틀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수가협상의 개념도 기존의 것을 지워야 한다"며 "협상에 부대합의 조항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외상 외과와 감염관리 수가 등에 대해 부대 합의 조항을 넣을 수도 있다"며 "현재의 구조는 수가별로 이윤 격차가 크다. 기존 수가협상의 틀에서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과거 만성질환에 대해 부대조항을 넣기도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보험자가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공급자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수가협상의 틀을 깨려면 합당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의료계에서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수가협상은 수가별 균등 이윤의 적정수가로 가는 일부일 뿐이다. 2022년까지 5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첫해에 한 번에 이뤄질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17∼18일 양일에 걸쳐 6개 의약단체 수가협상단과 상견례를 진행하고 내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수가협상 마감은 31일 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