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오늘도 항복하라는 협박성 메시지가 왔다
뒤이어 급히 정정하는 문자가 휴대폰 과녁에 박힌다
그녀는 손가락에 살이 쩌서 종종 실수한다고 했다
나는 "감사…덕분에…항복!" 답신을 하며
내겐 무리한 손가락 다이어트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항복과 행복, 둘 사이는 가깝기도 혹은 멀기도 하지
항복이 시작점이라면 행복은 도착점
때론 둘이 포개져 있어 어쩌면 같은 말이기도 하지
하나를 부르면 동시에 대답하는 사이
그녀의 손가락이 신의 손가락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오타를 주고 받으며
항복이라 전하고 행복이라고 읽는다
분당 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장. 2012년 '파문의 대화' 외 1편이 <발견> 신인상으로 등단/시집 <오래된 말>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가 들으시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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