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부터 불붙기 시작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이 새해 벽두부터 의료계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현대의료기기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의료계의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여기에 한의사 대표의 현대의료기기 공개 시연은 의료계를 더욱 들끓게 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1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골밀도측정기를 시연한 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돌발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과 더불어 '오진'으로 판명나 의료계를 실소케 했으며, 검찰도 의협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국민 쇼'로 막을 내렸다.
한의계의 도발은 의료계를 단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의협은 1월 30일 16개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지역·직역 대표 약 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원격의료 저지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완전철폐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갖고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궐기대회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반대와 더불어 표준화되지 못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행위를 건강보험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여화 근거를 입증하지 못한 한방행위를 공동조사하고, 한약제제에 대한 임상시험 및 독성검사 의무화도 보건당국에 촉구했다.
의협의 이 같은 목소리에 세계 각국 의사들도 동조했다. 아디스 호벤 세계의사회 의장은 "현대의료기기는 게임기가 아니다"라고 일갈하며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 권한을 부여하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아 와프너 이스라엘의사회 사무총장도 "의학과 한의학의 경계가 모호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의협의 투쟁은 합당하다"고 밝혔다.
오트마 클로이버 세계의사회 사무총장 역시 "단순히 전원을 켜고 끄느 정도만 알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시점이 언제인지, 의료기기를 통해 도출된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움직임은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아무런 진전 없이 2016년도를 넘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