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책이 아니라 그림이다"
"이것은 책이 아니라 그림이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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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재개관 기념전…8월 28일까지 선보여
▲ 책가도, 종이에 채색, 8폭 병풍, 139.3(h)x369.0cm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전이 8월 28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궁중화·민화 가운데 '문자도(文字圖)'와 '책거리(冊巨里)' 등 58점이 1·2부로 나눠 공개되는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공립·사립 뮤지엄과 화랑·개인 등 20여 곳의 비장 걸작이 한 곳에서 대규모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 공개되는 책거리·문자도 병풍 걸작이 수두룩

이번 전시에서는 정조 때 그려진 초창기 '책가도 병풍(삼성미술관리움 소장·개인소장)'과 '책거리 병풍(서울미술관소장·개인소장)'을 필두로 궁중화원 이형록이 그린 '책가도 병풍(국립박물관소장)'과 '백수백복도(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자수책거리(용인 민속촌 소장)', '제주도문자도(제주대박물관소장·개인소장)', '궁중문자도(개인소장)'등 '책가도'와 '책거리'·'문자도' 걸작 병풍 20여점이 한 자리에서 공개된다.

또 그동안 '책거리'의 걸작으로 알려진 장한종의 '책가도(경기도박물관소장)', 책만 가득한 '책가도(국립고궁박물관)', 호피 속에 '책거리'가 그려진 '호피장막도(삼성미술관 리움', 김기창 구장 '유교문자도', 개인소장 '강원도 문자도·책거리', '유교문자도(국립민속박물관소장)' 작품 등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 '책거리' ▲ '문자도' ▲ '책거리'와 '문자도'의 결합 등 세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독자적인 제3의 문자그림언어, '유교문자도'

'문자도'는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수(壽)· 복(福)과 같이 한자와 사물을 합해 그린 문자그림을 말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조선만의 독자적인 '문자도'는 '유교문자도'다. 한마디로 '문자도'는 문자를 축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글자이자 그림이다.

예를들어, 조선왕조 500년의 통치이데올로기는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에 다 담겨있다. 이 여덟 가지 문자의 서체조형과 여기에 결부된 옛 날 이야기의 상징물상을 하나 되게 글자그림이라는 제3의 조형언어로 재해석해낸 것이 '유교문자도'다.

'내용(Text)'과 '조형(Image)'이 한 몸으로 된 문자로서 특히 한자의 뜻과 결부된 고사, 즉 옛 이야기(Story)의 상징물이 전서와 해서·행초서 등 다양한 서체의 문자구조에 직접 개입돼 사실과 추상이 혼합된 제3의 조형언어를 말한다.

 

▲ 책가도, 종이에 채색, 10폭 병풍, 153(h)x352cm.

 

 

조선의 '책거리' 유행

'책거리'는 '책가도'와 함께 서가(書架)없이 책과 도자기·청동기·문방구·화병 등이 함께 그려진 그림을 말하며 오늘날 정물화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그림이다.

'책가도'는 멀리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의 스투디올로에서 시작해 중국의 '다보격경'을 거쳐 조선의 '책가도'와 '책거리'로 진화했다. 동서 문화를 지식으로 잇는 '책 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국제적인 면모를 가진 그림이 '책거리'다.

조선에서는 정조대왕이 1791년 어좌 뒤에 '일월도' 대신 놓인 '책가도'를 가리키면서 신하들에게 "경들은 보이는가? 이것은 책이 아니고 그림이다"라고 할 정도로 '책가도'를 가지고 책정치를 펼친 사례가 있다. 궁중에 불어 닥친 '책가도' 열풍으로 인해 '책거리' 장르는 일제강점기까지 200여 년 간 궁중과 양반사회는 물론 민간에 까지 대거 유행됐다.

'책거리'는 목적에 따라 크게 '궁중에서 의례와 장식으로 쓰인 책거리'와 '일반 가정에서 장식을 위해 쓰인 민화 책거리'로 나뉜다.

 

학문과 출세·욕망과 권세의 자화상

'책거리'와 '문자도'는 둘 다 문자와 책을 키워드로 학문숭상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이면에는 출세욕과 신분상승, 지적허영 충족으로 불타는 조선사회를 가장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조형언어이기도 하다.

조선후기와 말기, 반상의 신분이 뒤집어지며 민간에서는 이런 '문자도'가 출세와 신분세탁, 지적허영을 충족시키는 장치로 양반호적을 산 돈 많은 중인들 안방에 설치되기도 했다.

이런 '교화'와 '욕망'코드는 '책거리'에도 바로 적용된다. '책거리'에 놓인 기물들은 모두 도자기·문방구·안경·화병·가구·과일 등 당시 유럽과 청나라의 가장 진귀한 기물들이다.

여기에는 경화세족과 같은 조선 부자지식인들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더 적극적으로는 이들과 교통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려져 있다. 정조의 '책가도' 정치나 양반 민간의 '책거리' 열풍도 '문자도'와 같은 교화와 욕망의 맥락에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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