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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평가 규제 대못 뽑았지만 세부내용은...

신의료기술평가 규제 대못 뽑았지만 세부내용은...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2.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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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CA, 제한적 의료기술·유예제도 등 도입
업체들 "이름만 개선안...10중 8개 업체 평가 포기"

정부가 의료기기산업의 규제완화를 위해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의료기기업체들은 개선안 조차도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은 의료기기와 의료기술에 대해 안전성과 효율성 등을 평가하는 제도로, 2007년부터 시행됐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과는달리 한국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건강보험의 '급여'나 '비급여'로도 판매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후에 또 다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평가를 받으면서 이중규제라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NECA는 최근 이중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신의료기술 시장진입 절차도'

그 중 하나가 '제한적 의료기술평가'이다. 신의료기술평가 결과, 유효성의 근거가 부족하지만 대체기술이 없어서 시급하게 의료현장에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의료기술을 선정하는 것이다. 선정 항목은 요건을 잘 갖춘 병원이 신청하면 비급여로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식약처 허가검토와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병행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신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 1년 유예'를 하도록 했다.

신의료기술평가 개선안, 실효성 "없다"...유예제도 신청 '한 건'도 없어

그러나 업체들은 개선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제한적 의료기술평가라는 이름은 거창할지 모르나, 회사와는 관계 없이 병원 자체에서 의료기술 관련한 시행 계획등을 정하고, 병원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형식"이라며 "기술개발에 참여한 의사가 아닌 이상 제대로 된 추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그대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도 아니며, 시장성과는 관련없이 일부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한정해서 선정하는 것도 문제로 언급했다.

A 업체 관계자는 "병원들이 하고 싶다는 의지가 없으면, 결국 평가는 중단된다"며 "까다롭고 번거로운 행정절차와 비급여 범위의 논란이 일면서, 참여 병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실제 시행은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지만,  업체의 반응은 냉담하다. 2015년 8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현재까지 유예제도를 신청한 업체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B 업체 관계자는 "당시 업체의 반발에도 정부가 밀어붙인 정책"이라며 "업체들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힘들다보니 신청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유예제도에는 '비교임상논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비교임상논문은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비교한 자료다. 기존제품이나 경쟁사 제품과 비교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비교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1년 유예하면서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게 됐다는 것이다.

B 업체 관계자는 "비교임상논문을 갖출 정도의 기술이라면, 평가유예를 하지 않고, 차라리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해 허가 후 바로 시장 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식약처 임상허가 받아도 결국 시간끌기 일뿐...포기하는 업체 80%

식약처에서 임상논문까지 제출해 허가를 받았지만 추가로 신의료기술을 평가받아야 하는 이중규제 문제도 여전했다.

C 업체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기술문서 심사와 함께 관련 학회의 의견수렴을 하면서 SCI논문까지 제출하는 등, 임상시험까지 허가 받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신의료기술평가에서는 또 다시 처음부터 임상 자료를 요구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고 호소했다.

식약처 허가가 있어도 신의료기술평가서 통과되지 않으면,결국 판매는 못하고 신의료기술 통과에만 매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C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 제출했다 실패한 신의료기술에서는 10년전에 주로 시술했고, 지금은 하지 않는 시술에 대한 임상자료를 요구했다"며 "장비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아닌 장비와 상관없는 '행위'를 파악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미 미국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시술에도 한국에서는 계속 허가를 해주지 않아 못쓰게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국가자체가 통제하고, 결국 수출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의료기술평가에 도전했다 계속되는 실패로 결국 포기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D 업체 관계자는 "처음에 시작할때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일 줄 몰랐다"며 "요구하는 논문은 많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없어서 비용과 시간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의료기술평가에 도전했던 업체 가운데 80%는 신의료기술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D 업체 관계자는 "계속 도전했지만 이제는 지친다"며 "보다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임상논문과 근거만 요구하다보니 업체에서 더이상 계속 해나갈 수 없게 된다. 결국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외국의 기술을 들여오는 것도 망설여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해 궁금증이나 문의도 힘들어 업체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D 업체 관계자는 "현재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해 궁금한게 있어도 질의할 수 없다"며 "NECA는 개별적으로 신청해서 예약 방문해서만 질의를 받고 있다. 폐쇄적으로 운영해서 어떻게 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실방식 논의 아닌 개방된 토론으로 규제개혁해야"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이유로는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탑다운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정 엠디웍스코리아 대표는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개선안을 공개했지만, 결국 내용은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며 "눈에 거슬리는 대못은 뽑힌듯 보이지만, 뽑힌 대못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규제들로 쪼개서 곳곳에 깨진 조각으로 박혀져 있다"고 꼬집었다.

개선안으로 제시된 제한적 의료기술제도나 평가유예 제도들은 제도의 취지 자체보다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비교임상'요건 같은 세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결국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NECA는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을 통합한다는 개선안을 준비중에 있다"며 "그러나 신의료기술의 시장진입을 신속하고 간소하게 만들겠다고 출발한 문제의식이 오히려 두 기관간 내부협의의 불일치로 허가장벽만 더 높일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신의료기술평가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업계와 의료전문가, 각 부처의 실무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탑다운 방식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제안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밀실방식의 논의가 아니라 개방된 토론과 합의로 규제개혁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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