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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이젠 의료계가 적극 리딩할 것"

"저출산 대책, 이젠 의료계가 적극 리딩할 것"

  • 박소영 기자 young214@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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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부터 신생아까지 통합 관리하는 인프라 구축 필요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10년간 80조원을 퍼부어도 출산율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0일 브릿지플랜 2020이 발표됐다. 이 중 저출산 부분을 살펴보면, 합계 출산율을 2020년에 1.5명, 2030년에 1.7명으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이에 발맞춰 의료계도 대한신생아학회 등 8개 보건의료 학회가 대한민국 저출산 대책 의료포럼을 지난 7일 발족했다. 포럼은 정부의 저출산 의료 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하고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며, 통일 이후의 모자보건 및 다문화 가정 정책 수립에도 나설 계획이다. 포럼의 상임대표를 맡은 배종우 경희의대 교수를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대한민국 저출산 대책 포럼 상임대표를 맡은 배종우 경희의대 교수.
포럼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동안 학회별로 저출산 현안을 두고 저마다 복지부나 재정부에 여러가지 제안은 해왔다. 이제는 학회들이 힘을 합해 시너지를 내자는 의견이 있었다. 2년 전부터 포럼의 필요성을 느껴 준비하다가 정부의 브릿지플랜 2020 개시 시점(12월 10일)과 맞춰서 12월 7일 발족하게 됐다. 포럼 아젠다는 1월 중순 정할 예정이며, 포럼 운영에 별도의 정부 지원은 없다. 학회에서 조금씩 보조비를 착출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제언이 활동 목표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 중 의료인이 한 명도 없다. 그 산하의 운영위원회와 전문위원회까지 전부 통틀어서 의사는 딱 1명 들어가 있다. 의료쪽을 너무 등한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음주에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 운영지원단과 간담회를 한다. 앞으로 보건부와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의료계의 목소리와 제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의료계 비중이 낮아 관련 정책이 상대적으로 적게 마련됐던 것이 이제 제자리를 찾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료계 관점에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임산부와 신생아 건강 관리를 책임지는 의료 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 부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 5000명이다. 만일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신생아 몇 천 명이 사망했다고 가정해보자. 저출산 시대에 심각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가진 산모와 신생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이러한 의료환경을 충분히 조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아이를 낳았을 때 의료비용을 포함한 통합적 산모와 신생아 관리를 정부가 책임지고 해달라는 게 우리 포럼의 목표다.

포럼에서는 정부에 어떤 정책을 건의할 계획인가
일단 임산부, 그리고 임산부가 분만하는 신생아가 정책 제안의 두 가지 큰 축이다. 먼저 신생아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그동안 신생아 중환자실 확충은 많이 했다. 그런데 행정구역별로 하다 보니 과밀한 지역과 부족한 지역간의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지역적 측면을 고려해 실제로 모자라는 곳에 시설과 장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선천성 기형아와 미숙아 지원사업에 연간 90억원을 지원하지만, 비급여 처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호자 부담이 크다. 여기에 대한 지원 금액을 확충해야 한다. 미숙아는 퇴원 후 3년간 재활치료를 받는데, 이 역시도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재입원과 재활 치료에 드는 비용을 정부에서 바우처 제도로 지원하는 계획을 건의할 예정이다.

산모를 위한 제도 건의로는 어떤 것을 생각하는가
일단 분만취약지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신생아 사망률과 미숙아 사망률이 낮아진 데 반해 모성사망비는 OECD 국가 중 평균 이상으로 높다. 이는 농촌 같은 분만취약지구 때문으로, 응급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산모 사망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몇몇 병원에서 산모와 신생아를 통합 관리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를 전국적으로 정착해야 한다.

현재는 분만수가가 낮다. 그런데 병원에 고위험 산모가 입원하게 되면 24시간 모니터링과 함께 간호사가 상주하는 준중환자실로 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입원료는 측정되어 있지 않다. 분만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만일 고위험 산모 관리료를 신설하면 병원이 적자를 보지 않게 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로 산부인과가 분담금 30%를 내는 것도 걸림돌이다. 분만 과정에서 사고라도 덜컥 나면 개인병원은 쫄딱 망하는 꼴이 된다. 정부 전액 부담으로 해결해야 분만에 대한 부담없이 산부인과 의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산부인과 수요를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장기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 관련 정책 제안도 포럼 활동 내역에 들어간 이유는
국내 출산율 중 다문화 가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계속 증가 추세이다가 최근 잠시 주춤한 상태다. 다문화 가정 산모들은 야이를 가졌을 때 주기적인 산전 체크나 영양학적 관리가 잘 안 되는 편이다. 태어난 아이들이 국적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재 보건소를 통한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은 아직 미비하다. 다문화 가정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며 국내 출산율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통일 이후의 모자보건 대책으로는 어떤 것을 구상하는가
임신부터 출산까지, 그리고 고위험 산모나 신생아가 생기면 언제든지 안전하게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 구축을 생각 중이다. 예를 들어, 보건소에 산모가 임신 등록을 하면 산전 체크를 어떻게 주기적으로 할 것인지 메뉴얼대로 지도하고, 분만을 할 때는 어디서 할 것인지 안내하며, 응급상황을 발생하면 3차 의료센터로 신속히 이동시켜 산모와 아이 모두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가 우리나라에 확립돼 있으면 북한에는 그대로 도입하면 된다.

이러한 사업은 이미 어느 정도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예산을 확보하려면 정부 조직위원회에 들어가야 사업 배정이 된다. 이전에는 의료계가 정부에 단일과제를 제안해 연구용역을 받는 지엽적인 사업에 그쳤다면, 이제는 정부에 통 크게 제안하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저출산 대책을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리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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