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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 첫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선언

의사단체 첫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선언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11.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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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학회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학문과 지성 모독"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의료계에서 첫 반대 입장 표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의사학회는 5일 성명을 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학문과 지성에 대한 모독"이라며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국정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학회는 "지금까지 정부 스스로 역사교과서를 검인정했음에도 문제적 교과서라며 부정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며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비밀리에 국정화를 추진하는 TF를 꾸리는 등 비상식적인 행정의 극단을 달리면서 심각한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은 역사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을 특정 이념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마치 의료의 비전문가들이 의료인들을 특정 성향으로 매도하고 의학 교과서가 잘못되었으므로 바로잡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주의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돼야 할 전문가들의 지식 참여에 대한 존중은 없이 몰역사적·비민주적·반지성적 마타도어만 난무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강행될 경우 교육과 학문의 자율성·전문성·독립성은 부정되고 모욕받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역사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의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의 존립근거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 예고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역사학계를 비롯한 학계를 모독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모든 역사학자들은 국정 역사교과 제작에 불참할 것을 촉구했다.

7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의사학회는 기초의학 소속 의학회 중 하나로서 의학사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의학사에 관심있는 의료인 뿐만 아니라 역사학계에서 의학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한의사학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학문과 지성에 대한 모독이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국정화를 중단하라 

현 정부가 다수의 역사학계, 교육학계 전문가 및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거의 모든 역사학 전공 교수들이 국정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집필 거부 선언을 하였고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국정화 고시를 강행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스스로 책임 하에 교과서를 검인정했음에도, 문제적 교과서라며 부정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비밀리에 국정화를 추진하는 TF를 꾸리는 등 비상식적인 행정의 극단을 달리면서 심각한 분열과 혼란을 스스로 초래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학회는 의학의 역사를 연구하고 공부함을 목적으로 하는 학회이며, 그 역사 또한 70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역사의 한 분야로서, 의학의 한 분야로서 의사학(의학의 역사)을 공부하는 것을 본연의 역할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국이 참담하여 의사학을 전공하는 우리 역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은 역사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을 특정 이념집단으로 매도하고 이 때문에 국정화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치 의료계의 비전문가들이 의료인들을 특정 성향으로 매도하고 의학 교과서가 잘못되었으므로 바로잡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민주주의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전문가들의 지식 참여에 대한 존중은 온데간데 없고 몰역사적, 비민주적, 반지성적 마타도어만 난무합니다.

이대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강행된다면 교육과 학문의 자율성, 전문성, 독립성은 철저히 부정되고 모욕받는 결과를 낳게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지 역사학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의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의 존립근거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입니다. 학문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문과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유감스러운 선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문적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들의 존재 의의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앞서 국정화 반대 선언을 발표한 28개 역사학회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현 시국이 학계에 있어, 민주주의사회에 있어 엄중한 시기임을 자각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1.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 예고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2. 정부, 여당은 역사학계를 비롯한 학계를 모독하는 행태를 중단하라.

3. 모든 역사학자들에게 국정 역사교과서 제작에 불참할 것을 촉구한다. 

 

2015년 11월 3일

대한의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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