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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저성장 "이대로는 의료 못버텨"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이대로는 의료 못버텨"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0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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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철 교수, 소비자가 비용 인식하는 '의료저축제도' 제안
7일 병협 학술세미나...거대 공룡 공단 12개로 나눠 경쟁시켜야

▲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가 '급격한 의료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저출산으로 의료비를 부담하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로 인해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 속에서 현재의 의료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7일 63스퀘어에서 열린 대한병원협회 학술세미나에서 '급격한 의료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인구 구조의 변화와 저성장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보다 국민의료비 성장률이 더 커지는 시대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이 2012년 7.6%에서 30년 뒤인 2043년 30%대인 1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박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5년 생들이 65세 노인이 되는 2020년부터 9년 동안 매년 100만 명씩 쏟아져 나오게 된다. 노인 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환경 속에 3% 이하의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의료의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로 인해 짊어져야할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박 교수는 "통일이 이뤄질 경우 연간 2만 달러 소득이 있는 남한 사람 2명이 1000달러 소득에 불과한 북한 사람 1명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약  2000만 명의 의료급여 대상자가 새로 생겨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비 책임성 강화 ▲지역화 및 전문화 ▲의료인력 수급 ▲가계부담 경감 정책 ▲의료산업 정책 등의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박 교수는 "주로 의료공급자를 겨냥한 의료정책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병원계가 먼저 의제를 선점해 이슈화 해야 한다"면서 "다만 병원 중심의 이슈화는 백전백패인 만큼 환자와 국민의 시각에서 원가 분석과 신빙성 있는 회계자료 등 증거 기반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미래 환경의 변화와 정부 정책에 대한 병원계의 대응방안으로 ▲네트워크화 ▲수직적·수평적 통합 ▲전문화 ▲지역화 등을 통해 진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새로운 지불제도인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환자중심 주치의 의원'(patient-centered medical home, PCMH) 등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출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외국인 환자 유치 및 외국 진출·연구와 특허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의료의 특성상 가시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의료공급자에 대한 정책은 수없이 내놓고 있지만 표를 잃을까봐 소비자에게 패널티를 주는 정책은 거의 없다. 소비자의 바람직하지 않은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의료저축제도'(Medical Savings Accounts)를 언급했다.

'의료저축제도'는 일정액을 건강통장에 넣어주고 의료비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되 의료기관 이용을 거의 하지 않아 금액이 남은 경우 건강증진을 위헤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

박 교수는 단일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 조직의 비대화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단이 너무 크고, 단일 조직이다 보니 공룡화 되면서 순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한 박 교수는 "공단 조직을 12개로 쪼개 일을 잘 하는  곳은 칭찬하고, 못하는 곳은 야단을 칠 수 있도록 해야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진찰료가 너무 낮다. 4∼5만원이라는 평균입원료는 모텔값도 안되는 수준"이라며 "기본 진찰료의 정상화와 함께 소비자가 비용을 인식할 수 있는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7일 병협 학술세미나에서 송재훈 병협 부회장(삼성서울병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 정영호 병협 정책위원장,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 이덕승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이 패널토론을 펼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토의에 참여한 패널들도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했다. 소비자의 의료이용 형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정영호 병협 정책위원장은 "비급여 비율이 20% 밑으로 떨어지면 병상가동률이 96%여도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비용 중에 가장 큰 내상을 주는 것이 경쟁 비용인만큼 이같은 경쟁 구도에서 탈피해 상생 모델을 만들고, 협력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경쟁 비용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위원장은 "적자 누적으로 병원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은 경영자로서 견딜 수 없다"면서 "의료법인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건강보험 지불제도 변화를 통해 행위별 수가제를 내려놓되 수가를 정상화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덕승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는 "통합적 접근의 강화가 필요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단절적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질병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놓고 서비스가 이뤄지는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영건 차의과학대학교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정부는 의료계를 쥐어짤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것 같다"면서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야 함에도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의료는 현재 박리다매를 할 수밖에 없고, 불가피하게 외래·검사·비급여를 많이할 수밖에 없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면서 "가입자와 정부에 '아닌 건 아니다'고 얘기할 필요가 있고, 정부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점수화를 통해 의료기관을 줄세우기 식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을 넘은 경우 의료의 질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지 교수는 "효율적인 의료비 지출을 위해 의료공급자 뿐 아니라 의료 이용자에 대해서도 필요한 경우 의료이용을 억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국민의 논의를 통해 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병원뿐 아니라 국민과 정치인이 같이 고민할 수 있도록  논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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