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3:45 (일)
의료계 대통합·혁신...'산 넘어 산'

의료계 대통합·혁신...'산 넘어 산'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4.12.15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의원 직선제, 직역 배분 방식 등 개정 방향 도출
회원들 '이견' 봇물...위원장 조차 "이런식은 곤란"

 ▲추교용 회원(부산광역시의사회)이 혁신특위 방안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형석

의료계 내부 분열을 봉합하고 화합과 개혁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한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 (이하 특위) 활동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나, 도출된 결과물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험난해 보인다.

특위는 13일 공청회를 열어 지난 8월 30일 첫 회의를 시작한 이후 석달 남짓 기간동안 진행해온 정관개정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정관개정의 방향은 대의원회 개선에 집중됐다. 대의원 선출방식은 직선제를 원칙으로 하되, 의학회와 개원의협의회 등 협의회는 총회 개최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고정대의원수를 현행 112명에서 79명으로 줄였다. 의학회에 배정된 대의원이 50명에서 35명으로 15명 감소했으며, 반면 서울시의사회 대의원 정수는 9명이 늘어났다. 여자의사회와 교수협의회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란 이름으로 3명이 새로 배정됐다.

교체대의원은 폐지하고, 시도의사회장은 대의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했다. 5년 연속 회비 납부자만 대의원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대의원 연임 제한 규정은 별도로 두지 않기로 했다. 회비 미납, 총회 불참 등 대의원 자격 상실 규정을 신설했다.

선거권 자격을 완화했다. 기존 '연회비 3년 납부'를 '2년'으로 낮췄다. 이럴 경우 유권자 수는 기존 약 3만8000명에서 5만8000여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위는 의협 집행부 임원 수를 증가한다는 기본 방침은 정했으나 구체적인 규모는 정하지 못했다. 의협 부회장 선출 방식의 경우 회장이 전부 선출하는 방안과 대의원회가 일부 부회장을 선출하는 방안이 논의 됐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석부회장제 신설 역시 특위 내부의 중지를 모으지 못했다.

이밖에 회원총회 대신 '회원투표'제 신설 조항을 마련하되, 의협의 중대한 정책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한해서만 실시토록 제한했다.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이 의협 이사를 맡아 집행부의 일원이 되도록 했다.

특위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22일 대의원회에 임총 의안 상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특위가 마련한 정관개정안은 내년 1월 17일 임시총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의원 직선제, 배분 방식 놓고 이견 충돌

공청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혁신특위의 논의 결과물에 대한 다양한 이견을 제시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대의원 직선제와 배정 방식이었다.

서울 관악구의사회 최낙훈 회장은 "의학회와 협의회는 대의원 직선제를 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국회의원 선거처럼 예외 없이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대한평의사회 공동대표 역시 "예외 없는 직선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기득권 단체들이 혁신특위에 들어와 논의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론도 나왔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개원의협 소속 회원 3만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서 대의원을 선출하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직선제 프레임에 지나치게 갇혀선 곤란하다"고 밝혔다.

설전도 오갔다. 한 회원이 "교수협의회에서 대의원 배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미 의학회를 통해 배정받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김장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부회장은 "오해다. 교수협의회 명의로 대의원 지분을 요구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 관악구의사회 최낙훈 회장이 혁신특위 공청회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형석

"젊은 의사, 여자 의사는 회원 아닌가?"

봉직의 등 젊은 의사, 여자 의사 회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황주현 서울 서대문구의사회장은 "'병원의사협의회'에 봉직의와 여자의사회가 들어가 있는데, 비율을 명확히 규정해 놓지 않았다. 봉직의, 여자의사회 쪽에 더 많은 고정대의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화숙 한국여자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은 "의협 회원에서 여성 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3.3%이며 의과대학에서는 거의 절반이 여성이다. 여자 회원은 비례대표로 들어가지 않으면 대의원회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다"면서 "각 지역에서 최소한 1명은 무조건 여성 회원으로 대의원을 배정토록 하는 확실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도 "대의원 직선제도 중요하지만 직역과 세대, 성별이 골고루 배분돼야 한다"면서 "특히 여자의사와 젊은 회원들에게 비례대표를 골고루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 봉직의 등 직역별로 대의원을 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회원은 "직역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숫자만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의협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수, 병원의사 등 의협에 관심이 없는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비 납부 여부로 선거권 부여...찬·반 '격론'

혁신특위는 선거권 자격 요건을 완화해 가능한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키로 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터져나왔다.

윤형선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최근 2개년도 회비 납부' 규정을 '최근 3년 중 2년 이상 회비 납부'로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비 납부 여부를 선거권 부여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 소속 김석중 회원은 "요즘 젊은 회원들은 연회비에 대한 경제적 압박감이 크다. 회비 납부는 회원의 당연한 의무이지만, 회비를 못내더라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풀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회비를 내지 않고 선거권을 갖겠다는 것은 '무임승차'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드시 회비를 납부한 회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청회에서는 이밖에 회원총회 도입, 대의원회 연임제한 신설 등 혁신특위 방안과는 다른 입장들이 제시됐다. 부산광역시의사회 소속 추교용 회원은 "회원총회는 불허하면서 회원투표는 가능하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이왕 회원투표를 도입키로 했다면 '회원총회'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더욱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식 회원(부산광역시)은 "거의 종신에 가깝도록 중앙대의원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는 젊은 회원의 참여 기회를 막는 것"이라며 대의원 연임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신문 김형석

"원칙과 기준 없어" 특위 방안에 '실망'

이날 공청회에서 회원들은 혁신특위의 기본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을 드러내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위 위원장 조차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변영우 특위 공동위원장(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혁신특위 방안에) 원칙과 기준이 없는 것 같다. 대의원은 예외 없이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 대의원 자리를 몇 개 주고 받은 것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관례와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든 회원들이 정관 앞에서 똑같은 권리와 참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도 "혁신특위의 핵심은 '기득권 내려놓기'와 의협의 합의구조 개혁이다. 둘 중 한 부분만 바뀌고 다른 쪽은 그대로 두면 개혁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대한평의사회 공동대표는 "자기 것을 지키려니까 복잡해 지는 것이다. 기득권 단체들이 모여 기득권을 타파하자고 하니 되는일이 뭐가 있겠나?"라며 "혁신특위를 해체하고 11만 회원 중심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윤성 대한의학회 부회장(차기 회장)은 대의원 배정과 관련한 의학회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공청회 사회자의 요청도 불구하고 아무런 발언 없이 중도 퇴장해, 의학회 배정 대의원수를 대폭 줄인 혁신특위 방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역과 직역을 망라한 위원들로 구성된 특위가 장시간 논의 끝에 결과물을 도출했으나 전체 회원들의 공감을 얻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