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6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산동네 사람들 (1) 산동네에 사시는허리가 반으로 접힌 구십 할머니어렵게 눈 수술을 해드렸는데함께 오신 보호자 할아버지눈이 어떠신가 검사해 보니녹내장에 백내장에할머니 눈보다 훨씬 나빠서세상으로 열린 창이거의 닫힐 지경이다좀 보이시냐고 물었더니나는 아직 잘 봅니더우리 헐멈 수술 잘해서 꼭 좀 보게 해 주이소할머니 손을 꼬옥 잡고 나가시는데할머니가 넘어지실까 손잡으신 건지당신이 넘어지실까 꼬옥 잡으신 건지산동네에 핀 사랑 꽃은세월 가도 시들지 않네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의대졸. 안과전문의. 201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천국아파트 등 시집 출간. 2013 시가 있는 삶 | 윤세호 기자 | 2018-03-26 10:37 거꾸로 가는 사람들 삶은 가끔 뒤집혀 진다원하든 원하지 않든뒤집어 쓴 옷들과 뒤집어 쓴 술의 이물들과 뒤집어 쓴 애인의 이름과뒤집어 쓴 하루 가끔은 뒤집어 쓴 채로 산다뒤집어쓰고도 변하지 않는 세상눅눅하고 무거운 것들과 함께 걷다 보면거꾸로 가는 세상이 익숙해지기도 한다 뒤집어쓰거나 거꾸로 가는 사람들가끔은 그들과 세상을 거꾸로 매달고 산다 나라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2010년 신인상 등단/시집 시가 있는 삶 | 윤세호 기자 | 2018-03-19 11:48 은어銀魚의 진화 눈을 감으니 얼굴이 젖었다 문을 여니 강이였다 바닥에 조류(藻類)가 숨쉬고 물 속에선 벚꽃이 휘날린다 강 아래로 은어들이 지나가는 일이 있다 이름 없는 물새들도 이때쯤 내 몸을 두드린다 곡선으로 흐르는 삼각주는은빛으로 퇴적되어 키스처럼 나를 덮는다 눈을 감으니 얼굴이 젖었다문을 여니 춤추는 강이였다강 아래로 가끔은 은어들이 지나가는 일이 있다 본명 서종호/인천노인전문병원 진료원장/월간 시 등단(2015)/아태문인협회 이사 시가 있는 삶 | 윤세호 기자 | 2018-03-16 12:41 마른 꽃 한 때는 따듯하게 젖어 있었다 살아있는 목에는 세상의 꽃다발이 묶여 있고 그 일들을 풀어내느라 시간을 달리기 시작했다 혈관들은 아이들이 학원으로 사라진 골목처럼 점점 메말라갔다 화분 안에서 뿌리들은 물을 마시느라 여념이 없었고그 끝 너머까지 가보고 싶었다 꽃은 피를 흘리며 노래를 불렀지만 소리는 점점 가늘어져서 담을 넘지 못했다 생화의 날들은 그늘진 마당에 갇혀서 나날이 시들어 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고평생 앉아 일했던 의자가 사실은 내 등짝이었다는 것을 마른 꽃이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을 이해라고 시가 있는 삶 | 윤세호 기자 | 2018-03-05 10:19 처음처음이전이전이전11121314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