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게드 서던덴마크 의대 교수
한동안 제2형 당뇨병 치료 관련 이슈로 체중감소 효과가 회자될 기세다. 새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출시 때문이다.
SGLT-2 억제제 포시가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새 기전으로 혈당을 낮춘다.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는 새 기전으로 포시가는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체중도 줄이는 추가 효과를 임상시험에서 입증했다.
44.4%의 당뇨병 환자가 BMI 25 이상의 비만이고 54.6%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포시가의 체중감소 효과는 다른 치료제와 차별되는 매력 포인트다.
임상에서 당뇨병 환자의 체중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고 있는 의사라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다만 한국은 현재 제2형 당뇨병 치료 대세 약제인 DPP-4 억제제와 포시가의 병용을 보험급여는 하지 않기로 하면서 포시가와 DPP-4 억제제가 경쟁 치료제가 된 것이 포시가 처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시가의 본격출시 이후 처방패턴과 관련해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STENO-2' 연구를 주도한 피터 게드 서던덴마크 의대 교수가 방한했다. 게드 교수는 'STENO-2'연구에서 통해 혈당과 혈압, 체중 등 당뇨병 합병증 위험요인이 실제로 당뇨병 악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게드 교수는 포시가와 DPP-4 억제제 병용처방을 급여하지 않기로 한 한국의 급여기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포시가와 DPP-4 억제제와의 경쟁구도에 대해서는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체중까지 잡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포시가의 우세를 점쳤다.
게드 교수를 최근 만나 유럽의 포시가 처방패턴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포시가와 여러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를 병용할 때 우려되는 이상반응이 있나? 이뇨제와 병용하면 어떤가?
ARB와 ACEI 등 혈압 강하제와 병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이뇨제, 그 중 루프(loop)계 이뇨제를 병용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티아자이드(Thiazide) 계열 이뇨제와의 병용은 전혀 문제가 없다.
ARB 약제 중에는 저칼륨혈증이 나타나는 약제가 몇 가지 있는데 같이 사용했을 때 문제는 없나?
지금 말한 것과 반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ARB나 ACEI 약제 중 고칼륨혈증(Hyperkalemia) 발생 위험이 있는 약제들이 일부 있다. ACEI를 처음 투여할 때 GFR이 떨어지면서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포시가와 병용할 때는 고칼륨혈증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임상에서도 보고된 바 없다. 오히려 포시가는 이뇨 작용이 있어 칼륨을 배출해 병용이 권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포시가와 DPP-4 억제제를 병용 처방하면 급여가 안된다. 유럽은 어떤가?
왜 급여대상이 아닌지 이해하기 어렵다. 포시가는 이미 3차 요법으로 효과가 입증됐다. 덴마크는 메트포르민+DPP-4 억제제+포시가를 3차 요법으로도 많이 처방한다. 3개의 약물은 모두 저혈당증 발생 위험이 없다. 따라서 혈당강하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저혈당에 대한 우려없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포시가와 GLP-1 유사체와의 병용처방에 대한 적응증이 없다고 했다. GLP-1 유사체는 체중감소 효과가 있고 저혈당을 유발하지 않아 두 약제를 병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지 않나?
개인적으로 포시가와 GLP-1 유사체의 병용은 완벽한 조합이라고 본다. GLP-1 유사체는 체중감소 효과가 있고 포시가 만큼은 아니지만 혈압강하와 혈당조절 효과도 있어 환상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두 제제에 대한 병용처방 관련 연구가 발표되기를 나 역시 기다리고 있다. 단 GLP-1 유사체는 주사제이므로 환자가 주사제를 원치 않으면 아무리 완벽한 조합이라도 병용처방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포시가를 어떤 조합으로 처방하고 있는가? 또 이상반응은 얼마나 나타나고 있나?
초기엔 이미 환자들이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3차 요법으로 처방한다. 덴마크 역시 그랬다. 최근에는 점차 SGLT-2 억제제의 효과가 증명되면서 2차 요법으로 메트포르민과 병용하는 추세다.
포시가의 일반적인 부작용은 남녀 모두 생식기 쪽에 곰팡이성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거다. 내 환자 가운데 감염 문제로 복용을 중단한 경우는 단 1명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1회성 감염이었고 항생제 복용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실제 한 남성 환자는 곰팡이 감염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지만 투약 중단을 원하지 않았다.
그 환자는 인슐린과 같은 주사제를 싫어했는데 포시가를 복용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혈당 조절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의사들이 출시된 포시가를 어떤 환자에게 처방해 볼까 고민할 것 같다. 덴마크나 유럽은 출시 초기 주로 어떤 환자에게 포시가를 처방하는 패턴을 보였나?
포시가의 적응증은 방대하다. 우선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이면서 혈당을 낮추기를 원하는 환자가 처방대상이 될 것이다. 이 말은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덴마크는 주로 메트포르민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포시가를 2차 요법으로 추가하는 형태로 처방하고 있다.
DPP-4 억제제는 체중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포시가는 체중감소 효과가 있다. 체중감량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DPP-4 억제제보다는 포시가를 처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덴마크는 포시가와 DPP-4 억제제의 가격이 같아 SGLT-2 억제제로 변경하는 추세다.
SGLT-2 억제제는 일찍부터 투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두 약제의 가격이 어떤가?
새로 출시된 포시가가 DPP-4 억제제 보다 저렴하다
그렇다면 왜 포시가를 처방하지 않겠나?
포시가의 체중 감소효과를 믿고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소홀히 해, 오히려 체중이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나?
무례하게 말한다면 당뇨병 환자는 라이프스타일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의사가 진단초기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거나 탄수화물 및 당분 섭취를 줄이는데 대부분 실패한다.
포시가를 처방받는다고 더 게을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임상결과나 개인적 경험에 비춰봐도 SGLT-2 억제제 복용 후, 체중이 오히려 늘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치료제 복용 후 체중이 감소하면 동기가 부여돼 운동을 시작하고 식이요법에 더 신경쓰는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