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서울병원, 각계 도움으로 각막이식 수술 지원
소녀가 처음 순천향대 서울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9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메이린의 왼쪽 눈은 4년 동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암흑의 시간이었다. 8살에 이미 왼쪽 눈의 이상 신호를 감지했음에도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에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아이의 가족은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 위해 전 재산인 오토바이를 팔아 베트남까지 갔지만 괜찮다는 소리만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흐릿하게나마 보이던 메이린의 왼쪽 눈은 점차 각막혼탁이 오면서 눈 앞의 움직임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악화돼 각막 이식 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메이린이 치료를 받기까지는 현지 박정연 기자 등 숨은 은인들이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박 기자는 헤브론선교병원에서 작성한 소견서를 받아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연락을 취해왔고, 재미동포 원석민씨, 박준원 변호사 등은 그녀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메이린의 눈 상태는 점점 악화돼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이같은 상황은 감지한 박정연 기자는 지난 8월 중순부터 순천향대병원 변동원 부원장과 함께 메이린의 한국 입국을 추진했고, 모두의 노력으로 9월 12일 메이린은 한국 땅을 밟았다.
처음 메이린의 눈 상태를 점검한 정진권 교수는 "메이린의 눈이 하얗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8살 당시 감염성 각막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만일 조기에 치료가 이뤄졌다면 시야를 가리는 각막혼탁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0월 8일 사용 가능한 각막이 미국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루만에 각막을 받은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수술 준비를 마치고, 10일 각막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정진권 교수는 "어린 아이들의 각막이식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이 생길 수 있지만 수술 직후 상황이 아주 좋고 다행히 눈 속 신경이 살아 있어 한 달이 아직 지나지 않았지만 정상시력의 40%까지 회복됐다"고 밝혔다.
메이린은 치료경과를 봐서 3~5개월 후부터 순차적으로 실밥을 풀 예정이다. 이후 번거로움이 있지만 거부반응이 생길 위험이 높은 케이스라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을 통해 메이린에게 전해진 사랑의 손길로 이제 소녀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