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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차 무시한 건강검진, 더 이상 의미 없다"

"개인차 무시한 건강검진, 더 이상 의미 없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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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회 학술대회서 '묻지마식' 연례 검진 도마 위
신호철 교수 "적자 보전 수단이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 신호철 교수는 "일정 항목으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건강검진을 매년 받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이은빈
"각 개인이 갖는 위험요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형태의 건강검진은, 이제 개선 정도가 아니라 타파돼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정한 검진 항목으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현행 건강검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학적 특성을 고려한 시스템 개발로 검진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호철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는 10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4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검진의 원칙과 가정의학의 역할'을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신 교수는 노인층과 젊은층, 남녀 차이가 거의 무시된 형태의 건강검진을 두고 "외국의 예를 봐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건강검진이 진료행위로 인한 적자를 보전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어려운 의료계 환경에서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검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의 건강검진이 집단 형태로 실시돼 사전 건강상담이나 신체진찰 등이 형식적으로 시행되거나 생략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환자 면담과 검진을 병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예방서비스에 대한 수가가 결정돼 있지 않아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막상 면담을 시도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예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신 교수는 "단순한 혈액 및 뇨검사, 영상촬영 등의 검사 위주로 검진이 되다보니 검사를 받는 당사자도 의사와의 사전 상담이나 신체진찰 보다는 각종 검사가 검진의 본질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개인의 연령별, 성별, 위험요인별 특성을 고려한 선택적 검진항목 채택 ▲검진시 문진을 통한 건강상담, 진찰 강화 ▲환자교육과 예방접종 등을 포함시키는 검진 형태로의 개선 등을 제시했다.

국가 건강검진과 일차의료를 효율적으로 연계해 주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대한민국 건강검진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활성화돼 있지만, 검진이 일차의료 전문의와 연계되지 않은 기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국내 일차의료가 부실해 세계적 동향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단과 전문의들은 질병이나 장기에 초점을 두면서 치료를 주요 업무로 다루지만, 일차의료 전문의는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에 초점을 두고 흔한 건강문제를 주로 다룬다"며 "주치의 보유율을 높여 일차의료의 핵심속성이 잘 구현되도록 보건의료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비룡 서울의대 교수 또한 "건강검진과 진료의 역할을 구분해 건강검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건강검진의 초기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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