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으로 나온 의사의 아름다운 여행
진료실 밖으로 나온 의사의 아름다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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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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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석 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소장)
보령의료봉사상 이달의 주인공은 갑상선암 치료에 독보적인 권위를 가진 명의 장항석 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다. "의사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는 외과의사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나눔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는 장 교수. 봉사상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잠시 짬을 내준 장 교수는 누구보다도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가슴이 따뜻한 의사였다.

 

▲ 장항석 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소장)

장 교수는 지난 여름 10년에 한번 의사에게 주어지는 안식월을 쪼개 몽골 국립암센터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아무리 갑상선 수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수술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생애 끝자락에 있던 환자들을 돌보며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했고, 환자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안겨줬다.

"어려운 곳의 환자들을 돕는 일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죠. 우리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7년 이상 전통적으로 해오던 케냐 봉사 활동에 참여 하고서, 봉사활동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수술 기구도 별반 갖춰지지 않았고 통역조차 변변치 않은 열악한 곳이었다. 약을 나누어주기 위해 증세를 물어도 영어로 더듬거리니, 제대로 그 증세를 전달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 상황이 이러하니 오지에서 펼쳐지는 대부분의 의료봉사는 일종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면서 창밖을 보는데 케냐인들이 삼삼오오 처방받은 약을 한데 모아 색깔로 구분해서 나누어 가져가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약의 오용 가능성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죠."

증상과 상관없이 그 약들이 블랙마켓에서 거래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성분도 모르는 연고들이 불티나게 팔리곤 했던 대한민국의 옛 시골 장터도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의료진들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방편을 모색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키워놓은 의료진들은 대부분 첨단의학을 공부한 후에 고향이 아닌, 다른 나라를 찾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차라리 몸으로 때우자…!'

믿을 것은 의술 하나였다.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기에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갑상선암 수술을 현지에서 하자고 결심했다. 처음 몽골에 방문했을 때 진행이 많이 된 암 환자의 수술을 현지인들과 함께 진행했고, 두 번째 방문에서 "당신이 한 것처럼 집도하니 수술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고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혹자는 시스템도 없는 데 혼자 가냐며 걱정하지만, 앞으로도 혼자서 어떻게든 해볼 계획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진정성을 갖추어 돕겠다는 생각이다. 갑상선암의 전문가라는 소문 때문인지 미얀마·카자흐스탄 등지에서 도움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를 위한, 마음을 찾기 위한 여행

"대학시절 스스로에게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나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요. 본격적인 의료봉사활동을 한 지는 이제 3년 정도 되었네요."

물론 국내 오지 의료봉사 활동도 해보았다. 그런데 하루 200여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나면, 왠지 주변 지역 병원에 피해를 주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시도 끝에 내린 결정이 타국의 중증 환자들을 수술하는 것이었다.

"처음 작정하고 간 곳이 몽골인 이유는 몽골 수술환자 가족들의 초청 덕분이었어요. 환자 가족들이 초청한 이유는 달랐겠지만, 차마 놀러는 못 가겠고. 환자의 건강해진 모습도 볼 겸 해서 중증환자 수술을 하기로 했죠."

가장 먼저 강남세브란스 국제진료소 및 몽골 국립암센터와 연계해 그곳 의료진들을 한국에서 교육시켰다. 몽골에서 수술할 때 조력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몽골에 있는 환자들과 스케줄을 잡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 덕분에 몽골 체류 기간 내내 수술에 매달려야 했다. 제대로 된 시설이나 보조할 의료진이 없는 몽골에서는 하루 두 건의 수술마저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장 교수가 수술한 환자들은 몽골 국립암센터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첫수술에 실패한 환자나 암이 전이된 환자, 재발한 환자 등 중증환자들이었다.

수술도 중요했지만, 현지 의료진을 가르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모든 수술에 몽골 의사들을 투입해 수술법을 전수했고 수술시간보다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가지 자료를 준비해 들고 와서는 열심히 질문하고 받아 적는 현지 의사들의 열정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의료봉사를 고민 끝에 행동으로 옮기면서 감동과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진짜 의사에겐, 언제나 사람이 먼저다

장 교수는 한국의 슈바이처라 칭송 받는 고(故) 장기려 박사와 장 교수 아버지와의 인연도 들려주었다.

"아버님께서 장기려 박사님의 일곱 번째 제자로, 제게 항상 의사는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죠."

장항석 교수의 아버지는 개성의 한 가문의 맏아들로 태어나, 신여성으로 교편을 잡고 있던 고모의 영향으로 서울로 유학을 했다. 잘나가는 서울 유학생으로 야구부에서 꽤 실력 있는 선수였는데, 어느 날 야구를 하다가 복부에 공을 맞고 쓰러졌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가능성이 없다는 말만 듣다가 서울의 세브란스병원에 가서야 배를 째는 큰 수술을 받게 되었고, 복강에 고인 어마어마한 양의 고름을 빼내고 장을 1m쯤 잘라낸 뒤에야 수술을 마쳤다.

마침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와병 중이던 소년은 징집 대상에서 제외됐다. 어쩌면 천운이었다. 다시 학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소년에게 아버지는 의사가 되라고 했다. 당시 최고 권위자이며 인격적으로 명망이 높았던 장기려 교수 밑에서 수련하면서, 엄격하고 강한 기질도 함께 배웠고 강한 기질만큼이나 수술 실력도 내려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경남 밀양 한 시골에 병원을 차린 그는 마을 유지의 아들을 수술로 살려낸 산골 명의로 이름나기 시작했다. 자식들만큼은 자신처럼 힘든 길을 가지 말았으면 바랐지만, 아들 둘이 외과교수가 되었으니 참 드라마틱한 삶이 아닐 수 없다. 평생 갑상선암 환자를 포함해 여러 암환자들을 돌봐온 장임수 박사의 이야기다.

장 교수는 지난 여름 아버지 장임수 박사, 동생 장호진 교수와 몽골과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의료기기도 의약품도 풍족하지 않은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중증 갑상선암 환자들을 하루에서 몇 명씩 수술해야 하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외과의사 삼부자에게 더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재능기부예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진 능력과 재능을 나누는 일이죠."

장 교수는 누구나 내면에는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예비 의료인 혹은 제자들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무리할 때도 항상 말하곤 해요. 테크닉이 좋은 것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진짜 의사라고 말이죠."

장항석 교수는 욕심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갑상선암 치료의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기초를 마련한 선배들도 뛰어나시고, 후학들도 매우 발전적인 데다가, 우리나라 갑상선암 5년 생존률이 98%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몽골 등의 생존율이 70% 내외에 그치는 데 비하면 굉장한 수치죠."

갑상선-내분비외과 학회의 학술이사로서 아시아-오세아니아 학회도 2016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예정이라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거듭되는 수술과 진료, 학회 일에다 방송출연, 책까지 쓰는 장 교수(얼마 전 <진료실 밖으로 나온 의사의 잔소리>라는 건강지침서를 발간했다)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렇지만 감상선암의 진료 수준을 높이고 짬을 내 봉사하는 일에는 열정을 다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훤칠하게 큰 키, 빙긋 웃는 웃음이 매력적인, 환자들에게도 소위 인기남으로 통하는 명의 장항석 교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쉽사리 마음먹지 못하는 그 일에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글·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 사진·서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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