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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언제까지 진료만 할 순 없잖아요"

"공보의, 언제까지 진료만 할 순 없잖아요"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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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의사 제도개선 TF 준비위 활동 개시한 김영인 대공협 회장
"보건소 잘할 수 있는 기능 살려 병·의원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진료에 치우친 보건소 기능은 의료계의 해묵은 고민거리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월등한 가격 경쟁력으로 발길을 이끌고, 동네의원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현상이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듯 여겨져왔다.

그런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군 복무를 대체해 진료 업무를 수행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단순 진료기능으로 3년이란 기간을 소모하기 보다는, 보건소가 잘할 수 있는 기능을 살려 민간 의료기관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근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자체 공중보건의사 제도개선 TF 준비위원회를 꾸린 김영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11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한 번쯤은 앞으로 공보의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준비위 출범 계기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영인 회장.
30여년째 지속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공보의들이 바꿔보겠다고 나선 게 눈에 띈다. 지금을 시점으로 잡은 이유가 있는지?

제도를 개선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은 내부적으로 매년 나온 얘기다. 열악한 관사나 진장금 등 몸소 부딪히는 부분은 이전 집행부에서 힘써준 덕분에 상당 부분 개선이 됐고,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학제 변화에 따라 수년 안에 공보의수가 줄어드는 것이고, 그 다음 문제가 거꾸로 공보의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장기적인 수급 측면에서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공보의수 증감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이에 따르는 변화는?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2009년 대거 입학한 의전원생들이 2013년부터 공보의로 오기 시작했다. 이들 중 수련과정에 들어간 의전원생이 전문의를 따고 나오는 시점이 2018년인데, 이 때 공보의 숫자가 최저점을 찍고 2025년까지 계속 줄어들다가 의대 복귀에 따라 2026년부터는 다시 숫자가 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그 2026년 우리나라 의사수는 OECD 평균에 도달하면서 의사 부족 논란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보의가 배치되는 민간병원, 지방의료원 등의 상당수 기관에서 줄어든 공보의 대신 의사를 채용할 텐데, 공보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공공병원에서 이후 다시 공보의 TO를 늘리려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제도개선 TF 준비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간혹 너무 열심히 진료보지 말고 적당히 하라는 얘기를 주고 받는 경우가 있다. 근처 의원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500원, 1000원 아끼려고 보건소에 오는 환자들이 그렇게 많다.

우리도 장기적으로 의사로 활동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공보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일차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분들과 충돌할 수 있다. 단순히 보건소 진료기능을 없애라, 이런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라 취약지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고 진료기능에 매몰돼서 못하고 있는 보건사업 등을 잘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1년이라는 임기에서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과 의료계에 한마디.

흔히 공보의 하면 나오는 뉴스가 리베이트를 받았다거나 불법 알바를 했다거나 이런 사건 보도인데, 개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해당 병원에서도 인력 수급이 안돼서 공보의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보의 일에 대한 명확한 목표의식과 동기부여가 된다고 한다면 굳이 무리해서 위험한 아르바이트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공보의들이 보건사업 같은 것을 기획하고 싶어하면 그냥 진료나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는다. 어차피 왔다 갈 사람이라고. 공보의들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다양한 고민을 주체적으로 하면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게 이번 연구용역의 핵심이다. 임기 내 모든 결과를 이끌어낼 수는 없으니 다음 집행부 몫으로 남겨둔 부분도 있다. 앞으로 살아나갈 의료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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